파리 '꼬르동 블루' 파티셰가 선사하는 특별함 , 케이크전문점 청주 "슈크르(Choucre)"
파리 '꼬르동 블루' 파티셰가 선사하는 특별함 , 케이크전문점 청주 "슈크르(Choucre)"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12.08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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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産 재료와 천연과일을 이용해 20여 가지 프랑스 식 케이크 선보여

[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프랑스 파리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겐 꿈꾸는 로망이 적지 않다. 에펠탑에 올라 낭만 가득한 파리 전경을 한눈에 담고 몽마르트 언덕에선 이름 모를 화가의 작품에 취해 보기도 한다. 세느강 유람선을 타고 고풍스런 파리의 건축물을 감상하거나 예술인들이 모여있는 마레지구를 완상하는 것도 파리 여행자들이 꼭 챙기는 즐길거리다.

미식 여행 또한 빠질 수 없다. 요리천국이라 불릴 만큼 파리는 각양각색 음식들로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케이크나 푸딩과 같은 디저트는 긴 역사만큼이나  맛 또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기자 역시 파리 여행 중 샹젤리제 거리 인근 카페에 들러 케이크를 맛본 적이 있다. 커피에 곁들여 먹었던 달콤한 케이크는 파리를 특별히 각인시킬 만큼 인상적이었다. 파리의 유명 케이크전문점들이 전 세계 여행객들로 연일 장사진인 걸 보면 입맛은 분명 국적이 없는 것 같다.

케이크전문점 슈크르가 판매하고 있는 다양한 프랑스 풍 케익/사진 정준규

청주에도 프랑스 현지 케이크 맛을 고스란히 맛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청주시 북문로에 위치한 슈크르(Choucre)는 20여 종의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는 케이크전문점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알록달록 고운빛의 케이크들이 눈에 들어온다. 프로마쥬,블랑누와,에클레어 등 이름만 봐도 이곳이 프랑스 케이크전문점인 걸 짐작할 수 있다.

매장 한 켠에 걸린 수료증도 범상치 않다. 슈크르 김나영 대표(28)는 세계적 제과전문학교인 파리 '꼬르동 블루' 출신이다. 1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꼬르동 블루'는 세계 최고의 제과학교 중 하나다. 꼬르동 블루는 세계 각국에 분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분교가 아닌 본교 출신은 사실상 지역에 흔치 않다. 파리에서 학업과 인턴근무를 마친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귀국해 고향인 청주에 케이크전문점 '슈크르'를 열었다. 오랜 소망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프랑스 파리 꼬르동 블루 출신 슈크르 김나영 대표/사진 정준규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는데 교환학생으로 파리에 갈 기회가 있었죠.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아 파리에 있는 요리학교들을 찾아 다녔어요. '꼬르동 블루'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확신이 들었죠. 귀국한 뒤에 부모님께 계획과 의지를 말씀드리고 정식으로 유학길에 올랐죠."

현대식 제빵제과기술을 강조하는 여느 학교와는 달리 '꼬르동 블루'는 정통성을 중히 여긴다. 그만큼 수강생들에게 기본기를 강조한다. 기본기를 통해 제빵제과 기술의 근간을 다지고 거기에 현대적 기법을 쌓아가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의 기술은 물론 미래의 기술까지 창출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

프랑스 파리 꼬르동 블루 수료증/사진 정준규

김 대표는 프랑스산 버터와 치즈, 생크림을 사용한다. 크림 역시 에센스나 향신료가 아닌 천연바닐라빈을 쓴다. 프랑스 산 재료와 천연과일을 이용해 프랑스 현지 케이크의 '맛'과 '모양'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슈크르 케이크의 강점은 무엇보다 크림이다. 크림은 맛도 중요하지만 식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유성분이 뭉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온도조절에서 성패가 갈리는 만큼 김 대표가 가장 신경쓰는 공정 중 하나다. 케이크의 주재료인 무스를 만들 떄도 김 대표는 여간 공을 들이지 않는다. 부풀어 오르는 정도에 따라 식감이 변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도 촉각을 집중한다.

"프랑스 케이크는 크림이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비중이 커요. 우유맛이 진하고 식감 자체가 묵직하죠. 프랑스 현지에서 먹어봤던 맛과 최대한 비슷한 맛이 나도록 신경 쓰고 있어요. 직접 만들어 먹어봐야 그 답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간 시행착오도 무수히 겪었죠. 손님들이 프랑스에 여행 중에 맛본 케이크 맛과 같다고 할 때 가장 기분이 좋죠 "

진한 크림치즈에 딸기를 얹은 '에클레어(Eclair)'/사진 정준규
슈크르 인기제품 '크림치즈딸기마카롱'/사진 정준규

맛만큼이나 김나영 대표가 신경쓰는 건 '디자인'이다. 케이크는 '눈으로 한 번, 입으로 한 번'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은 모양을 주목한다. 달콤한 케이크 맛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일도 김 대표가 중점을 두는 부분이다. 프랑스 케이크들이 화려하고 고운 빛을 중시하는 만큼 시각적 개성을 부각시키는 일도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매장에 들어오시는 손님들은 우선 케이크 모양이나 색깔을 눈여겨보시는 것 같아요. 무작정 화려한 색을 만드는 것보다 재료들을 적절히 배합해 조화로운 색을 만들어 내는데 주안점을 두죠. 케이크 이름과 맛, 색깔 이 세박자가 맞았을 때 손님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 같아요."

정통 프랑스 크림치즈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프로마쥬(Fromage)/사진 정준규
블랙&화이트 초콜릿 무스의 조화가 돋보이는 '블랑누와(Blanc Noir)'

현재 슈크르에서 판매하고 있는 케이크는 총 22종. 22종 모두 독특한 맛과 색으로 치장했다.  슈크르의 얼굴격인 최고 인기 케이크는 단연 '프로마쥬(Fromage)'다. 프랑스어로 치즈를 뜻하는 프로마쥬는 이름만큼이나 치즈 풍미가 진하다. 시트 가득 크림 치즈 위에 진한 치즈를 한 겹 덧대 프랑스식 크림치즈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맛뿐 아니라 모양도 예뻐 젊은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다. 흑백의 조화가 이채로운 '블랑누와'도 인기 메뉴다. 쌉싸래한 다크초콜릿무스와 달콤한 화이트초콜릿무스의 대비가 오묘한 조화를 만들어낸다.

프랑스 '삐에르에르메'에서 배운 기술로 김 대표가 직접 만드는 마카롱/사진 정준규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레몬타르트/사진 정준규

아메리카노와 잘 어울리는 '크림치즈딸기마카롱'도 슈크르의 단골 인기 상품이다. 세계적 마카롱학교인 파리의 '삐에르에르메(Pierre Herme)'에서 터득한 기술로 김 대표가 직접 마카롱을 만든다. 새콤함과 달콤함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레몬타르트가 제격이다. 타르트반죽에 생레몬필링을 넣어 만드는 레몬타르트는 달콤한 이탈리안 머랭을 얹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재미를 선사한다. 슈크르의 모든 케이크는 생산 후 24시간 이내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하루 이틀 정도는 냉장보관이 가능하지만 신선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김 대표는 개업 때부터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슈크르를 지역 명소로 만들고 싶다는 김나영 대표/사진 정준규

 프랑스 케이크를 맛보려는 이들로 매장은 주중ㆍ주말 없이 북적인다. 청주 성안길을 찾는 이라면 꼭 한 번 들를 정도로 명소 반열에도 올랐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호응을 누린 건 아니었다. 2013년 창업 이후 한동안 막막함도 있었다. 생경한 프랑스 케이크를 사려고 선뜻 들어서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맛본 이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단골손님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한 번 찾은 손님들이 지인들을 모시고 오고 또 그 분들이 지인을 모시고 하는 식으로 손님이 많이 늘었어요. 기념일마다 연인을 위해 매번 케이크를 사 가시는 남자손님도 계시고 프랑스 여행 중에 맛봤던 케이크가 먹고 싶어 먼 걸음 마다 않고 오시는 손님도 있어요. 이런 손님들을 뵐 때 참 보람을 느끼죠"

커피나 홍차를 곁들여 먹으면 좋은 달콤한 케이크/사진 정준규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케이크가 궁금해 김 대표에게 물었다. 주저없이 레드벨벳과 에클레어를 추천한다.연인들의 사랑에 온기를 더할 달콤함이 특징이다. 시각적으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에 충분하다. 코코아가루로  빨간 색감을 자아낸 레드벨벳, 딸기크림에 생딸기로 마무리한 에클레어 모두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손색없다. 여기에 "아메리카노와 홍차를 곁들여 먹으면 케이크 맛을 배가 시킬 수 있다"고 김 대표는 귀띔한다.

/사진 정준규

 김 대표의 꿈은 소박하다. 고향에 케이크전문점을 차린 만큼 좀더 많은 지역민들이 즐겨 찾는 사랑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태해지려하면 꼬르동 블루 수료증을 한 번씩 보곤 해요. 학교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독려하는 저만의 의식이라고 할까요. 힘든 유학시절 품었던 의지와 열정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죠. 지금은 케이크만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 영역을 확장해 프랑스 빵도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앞으로 더 바빠지더라도 '모든 케이크는 제 손을 거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싶어요."

/사진 정준규

케이크는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디저트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케이크 잘 만드는 전문점은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프랑스를 가지 않고도 프랑스 식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는 건 사실 적지 않은 메리트다. 현지에 있는 케이크 한 조각을 맛보기까지 치러야 하는 희생은 그리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파리 꼬르동 블루 파티셰가 있는 슈크르가 그래서 더욱 반가운지도 모르겠다. 다채로운 케이크와 차 한 잔,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연말연시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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