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엑셀러레이터’를 아시나요
[기자수첩] ‘엑셀러레이터’를 아시나요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1.18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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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엑셀러레이터의 국내외 현황 및 운영사례 보고서’ 분석
국내는 민간 주도형이 많아
㈜아이빌트세종도 최근 기관 등록… iBuilt 비즈니스 모델 구축 구상

[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몇몇 지인에게 ‘엑셀러레이터’를 아는지 물었더니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생소하단다. 그도 그럴 것이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관심이 없지 않은 이상 접할 일이 별로 없다.

엑셀러레이터는 시대가 만든 작품이다. 최근 정부 주도의 창조경제 정책이 스타트업과 벤처창업 붐을 확산하면서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 등 창업을 적극 장려하는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활성화된 개념이지만, 우리나라는 역사가 짧다.

▲이주현 기자.

엑셀러레이터는 갓 태어난 벤처기업이 빨리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멘토링부터 마케팅, 홍보, 투자자 연결, 아이디어 현실화 등 종합적인 컨설팅을 한다.

지난 2013년 김주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략연구실장이 만든 ‘엑셀러레이터의 국내외 현황 및 운영사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엑셀러레이터는 인지→지원→프로그램→데모 데이→ 포스트 데모 데이 등 5단계로 요약된다.

스타트업은 행사나 커뮤니티를 통해 엑셀러레이터를 인지하게 되고, 지원하게 된다. 이후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한 신청서를 작성한 뒤 발표를 수행한다. 틈틈이 책임자와 면접이 이뤄진다. 프로그램 단계에서는 멘토에게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으며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 이어 데모 데이를 통해 상품을 시연하고 투자자와의 만남을 위한 투자 유치의 장이 마련된다. 마지막 포스트 데모 데이에서 스타트업은 스스로 팀 또는 기업을 운영하게 되며 동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참여하게 된다.

엑셀러레이터는 누구에게나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선발절차를 부여한다. 미국 엑셀러레이터인 Techstars의 경우 1% 미만의 지원자만이 선발됐다. 2012년 뉴욕에서 시행된 프로그램에서는 지원자 1500명 중 14명만이 선발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초기 자금이 주어진다. 평균 1~2만 불 정도의 초기 투자금이 프로그램 기간 동안 제공된다. 프로그램은 보통 3~6개월 간 진행된다. 이 기간 경험 있는 선배 창업자와 투자자, 법률 및 행정 전문가 등 창업 관련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는 멘토링의 장이 마련된다. 이때 아이디어 정리와 사업계획서 작성, 투자유치 방법 등을 집중 지원받을 수 있다.

국내의 경우 거의 민간 주도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Kstartup과 패스트 트랙 아시아, 스파크랩 등이다. 이들은 대기업이 아이디어와 초기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및 창업팀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주)아이빌트세종 전경. / 세종경제뉴스DB.

지난 13일 세종시에서는 ㈜아이빌트세종이 중소기업청에서 시행하는 엑셀러레이터 등록을 마쳤다. 17일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글로벌 기술창업기업 육성 등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글로벌 창업기업이 세종시가 구축하고 있는 산업시설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아이빌트세종은 올 상반기 개인 투자조합을 결성, 10년 간 총 65억 원을 조성한 뒤 유망 창업기업에 투자한다. 기관과 스타트업, 투자자 등 다양한 창업계 파트너들과 협력을 통해 △기술 △투자 △보육 △네트워크 △공간 등 5대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 iBuilt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는 게 ㈜아이빌트세종의 계획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창업 대국인 미국은 ‘스타트업 아메리카(Startup America)'를 구상하고 창업 지원시책인 스타트업 아메리카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엑셀러레이터는 운영 주체에 따라 전문 엑셀러레이터 주도형과 대기업 주도형으로 나눠진다.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분야의 창업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도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약 15개의 엑셀러레이터가 민간 주도하에 만들어졌다. 정부 주도형 엑셀러레이터는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대부분의 엑셀러레이터는 이스라엘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의 R&D센터, 인큐베이터 운영주체 등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최대 비영리 독립 창업지원 기관인 NESTA(National Endownment for Science, Technology and the Arts)가 민간 주도로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를 ‘스타트업 팩토리’로 칭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스타트업을 돕고 있다.

개선해야 할 점도 많아 보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보고서에서는 현재 국내의 엑셀러레이터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어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창업인이 적다고 지적했다. 또 엑셀러레이터를 지원하는 국가 정책도 걸음마 단계여서 여러모로 부족하다고 열거했다.

해외의 엑셀러레이터는 현재 하나의 창업 지원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프로그램도 꽤나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엑셀러레이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수 엑셀러레이터를 정부 공인 엑셀러레이터로 선정하고 운영하는 사업을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 선정된 우수 엑셀러레이터에게 지원금을 준다면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창업과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일정 기간을 두고 엑셀러레이터를 평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여기에 자금을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을 한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형성과 기술발전을 지원하는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도 분석했다. 산학연 네트워크와 연구 지원기능이 이미 확충된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엑셀러레이터별로 중점 지원하는 기술분야를 전문화해 관련 국책과 프로그램을 공동 진행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문성 확보와 기술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개별적으로 시행하던 데모 데이를 통합할 필요도 있다. 통합하면 개별적으로 쓰이던 비용을 아낄 수도 있고 더 많은 투자자와 기업인의 교류의 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TRI ICT 전략연구실 김주설 시장이 만든 엑셀러레이터 관련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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