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새…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새…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1.24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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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페스티벌 연속 대상, 영동에 명품와인 뿌리 내려
만들기부터 시음, 염색까지 각종 체험하는 ‘와이너리’

6차산업-불휘농장

충북 영동군의 한 농가 와이너리가 만든 와인들이 각종 와인품평회에서 잇달아 국내 최고의 와인으로 선정됐다. 불휘농장(대표 이근용)의 와인들이다. 와인품평회는 소믈리에들이 상표를 가린 상태에서 와인의 맛과 색, 향을 평가하기 때문에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2016년 11월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 한국와인페스티벌(2016 한국와인베스트셀렉션)’에서 불휘농장이 출품한 ‘시나브로 컬트 스위트’가 ‘베스트 그랜드 골드상’을 받았다. 이 상은 페스티벌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인에게 주는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에 해당된다.

처음이 아니다. 불휘농장의 ‘시나브로 컬트 스위트’는 2015년 11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5 한국와인 페스티벌’에서도 100여종의 토종와인 가운데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이 와인은 보랏빛을 띠는 레드와인으로, 100% 국산 캠벨로 만들었으며 풍부한 포도향과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나브로 화이트와인’은 금상을, ‘시나브로 컬트 드라이’는 동상을 받았다.

불휘농장은 또 2015년 9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최고의 와인품평회 ‘2015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도 청수라는 청포도로 만든 시나브로 화이트와인이 금상을 수상했다.

“아시아와인트로피는 국제와인기구의 엄격한 규정에 따라 와인의 색과 향, 맛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밸런스까지 항목별로 까다로운 심사를 하는 권위 있는 대회입니다. 20개국의 유명와인 약 3600종이 출품됐고, 140명의 소믈리에가 일주일 동안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습니다.”
 

결과가 말을 해주는 것이다.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이었다. 더 따질 것이 없다. 이근용 대표가 밝힌 와인 맛의 비결은 뜻밖에도 ‘불만족’이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시도한다는 얘기다.

“생식용 품종인 국산 캠벨은 아무래도 와인전용 포도에 비해 맛이 가볍고 심심합니다. 색깔도 옅은 편이고요. 이탈리아에서 와인을 만들 때 포도의 수분을 말려서 사용하는 ‘아마로네 방식’을 적용해 봤습니다. 그런데 기후조건이 맞지 않아 힘들더라고요. 포도를 따지 않고 나무에서 적정하게 건조하는 방식으로 캠벨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컬트 스위트입니다.”

2009년에 와인제조를 시작해 2011년 주류면허를 취득한 불휘농장은 양조에 그치지 않고 각종 체험프로그램으로 분주한 1년을 보낸다. 포도 수확기에는 와인 만들기 체험을 받는다. 만든 와인은 가져가거나 불휘농장 저장고에 보관해 준다. 이밖에도 와인으로 염색을 하거나 족욕체험 등의 호사를 경험할 수도 있다. 사과, 귤, 배 같은 과일과 계피, 정향, 팔각향 등 향신료를 와인에 넣고 끓이는 ‘뱅쇼’ 만들기도 경험해 볼 수 있다. 뱅쇼는 감기 예방에 좋은 음료로 소문이 나있다.

누가 뭐래도 최고의 호사는 불휘농장의 와인들을 차례로 맛보는 와인시음일 것이다. 불휘농장에는 이를 위해 만든 그럴듯한 와인바가 있다. 와인 이름처럼 ‘시나브로’ 와인의 맛과 향에 취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한갓진 농촌의 와이너리에서 만날 수 있는 반전에 반전들이다.
 

“할머니가 술을 잘 담그셨어요. 그때야 가양주죠. 동동주 같은 걸 좋아했었죠. 지금은 항상 와인을 마십니다. 서양에서는 와인이 술이 아니라 반주 개념이죠. 어찌 보면 음료수 같은 거고, 숭늉일 수도 있고요. 음식 먹을 때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매칭해야 합니다. 천차만별이죠. 장소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같이 마시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 달라질 수 있는 게 와인입니다.”
 

불휘농장이라는 이름은 뿌리의 고어인 불휘에서 나온 것이다. 집안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단다. 뿌리 깊은 나무가 오래가듯 영동에 와인의 뿌리를 깊이 내리기 위해 불휘농장이라고 지었다는 것이다.

2005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도·와인특구’로 지정된 영동군에서는 42곳의 와인생산농가에서 100여개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불휘농장
충북 영동군 심천면 약목2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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