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파는 ‘빵빵한’ 빵들
도시를 파는 ‘빵빵한’ 빵들
  • 이주현,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2.23 11: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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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호두과자-경주황남빵-전주초코파이-청주오믈렛
10~80년 역사,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지역홍보 ‘톡톡’
도시를 유명하게 만든 빵들이 있다. 그중 막내 격인 청주오믈렛이 이미 오랜 명성을 구축한 선배들에게 도전하고 있다. 사진은 박영돈 청주오믈렛 대표. 사진=이주현 기자

신발만 유명상표가 있는 게 아니다. 전국에는 226개 시‧군‧구가 있다. 예컨대 ‘인쇄출판의 도시’를 자처하는 도시가 세 곳이라고 하자. 그 중 하나가 특출한 명성을 지니고 있다면 나머지 도시는 ‘짝퉁’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이미 다른 도시는 넘볼 수 없는 브랜드를 구축한 도시들이 있다. 전주의 한옥이나 보령의 머드, 임실의 치즈, 파주의 출판, 통영의 미항(美港) 등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도시를 유명하게 만든 ‘빵빵한’ 빵들이 있다. 처음부터 도시의 이름을 넣어 작명한 것은 아니었다. 도시 이름은커녕, 그냥 ‘빵’이라고만 불리던 제품도 있다. 답답한 것은 소비자들이었다. 다른 제품과 구분하기 위해 제품에 지역이름을 붙이고, 빵의 생김새나 맛에 따라 다시 명칭을 보완했다. 그렇게 이름이 탄생했다. 한마디로 말해 작명가는 ‘미상(未詳)’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하거나, 주민들이 캠페인을 벌이지 않아도 스스로 유명해져 도시를 빛내고 있는 빵들을 한 자리에 모아봤다. /편집자
 

700여 년 전 호두 전래지에서

83년 전 탄생한 천안호두과자

호두과자는 모양도 크기도 호두를 닮은 데다 팥소 안에는 실제 호두 부스러기가 들어있다. 모양만 붕어를 닮은 붕어빵과는 다르다. 호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고 단백질과 비타민 B1, 비타민 B2 등 우리 몸에 좋은 영양 성분이 풍부하다.

호두와 관련해서는 행여나 천안과 시비를 붙을 생각을 말아야 한다. 천안 동남구 광덕면 광덕사에는 1290년 원나라에서 호두를 들여온 내력을 담은 호두전래사적비가 있다. 그 옛날 심은 호두나무는 천연기념물 398호다. 광덕면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호두의 양은 약 5만 그루에 40톤 정도이다.

천안호두과자의 시작은 193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에 천안에서 제빵 기술이 뛰어나기로 소문이 났던 조귀금, 심복순 부부가 운영하는 ‘학화호도과자제과점(鶴華胡桃菓子製菓店)’에서 처음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부부는 천안 특산물이면서 영양이 풍부한 호두를 활용해 빵을 만들어보기로 하고 호두과자를 개발한 것이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 중반 이후 천안역 주변 상가를 중심으로 호두제과를 파는 곳이 늘어나면서 원조학화호도과자 독점체제가 무너지고 경쟁체제로 변환됐다. 문제는 호두과자의 난립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물론이고 노점 등에서도 호두과자를 구워 파는데, 이런 호두과자에도 광덕면에서 수확한 호두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3년 한국도로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속도로 대표 간식 호두과자에 사용되는 팥은 중국산이 92%, 미얀마산이 8%, 호두는 미국산 95%에 캐나다와 칠레, 호주, 뉴질랜드산이 5%를 차지했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짝퉁 때문에 예전의 맛과 기능을 잃어버린 호두과자를 명품화시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게 급선무이고 그 다음으로는 천안밀과 아라리팥, 광덕 호두 등 로컬푸드 생산농가들이 소득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동네빵집 부활의 신화를 쓰다

전주 ‘PNB풍년제과 초코파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초코파이는 ○○○제과의 초코파이였다. 물론 지금도 1974년에 출시돼 5000억원에 가까운 연매출을 올리고 있는 공산품 초코파이를 당할 재간은 없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퍼진 이른바 ‘전주초코파이’에 중독된 사람들은 한 개를 먹어도 전주 것만 먹는다. 이 제품의 공식명칭은 ‘전주 PNB풍년제과 초코파이’로 다소 길다.

전주초코파이를 만드는 PNB풍년제과의 창업주는 고 강정문 씨다. 일제강점기 ‘도쿄 센베’라는 과자집에서 열일곱 나이에 처음 빵을 만졌다. 사실은 물을 긷고 반죽을 나르는 허드렛일이었다. 빵 만드는 법은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전부였다.

강정문 씨가 전주에 ‘풍년 센베 과자점’을 연 것은 1951년이었다. 주력인 센베과자를 비롯해 단팥방, 크림빵, 소보루까지 고루 인기를 끌었다. 창업자에 이어 아들 강현희 씨, 손자들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가며 풍년제과는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하지만 1997년 IMF 구제금융으로 수십만 자영업자가 몰락하면서, 2000년 이후로 동네마다 프렌차이즈 빵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도심에 있는 옛날 제과점들은 대개 문을 닫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지업체가 ‘풍년제과’라는 상표권을 사들여 풍년제과 간판을 내걸지 말라며 소송을 걸었다. 그래서 ‘PNB풍년제과’라는 상표가 탄생한 것이다. 그런 위기에서 1년이 넘는 연구 끝에 새로운 빵이 나왔다. 초콜릿 코팅이 두껍고 생크림도 풍부한 이 빵은 ‘전주초코파이’라는 이름으로 단숨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PNB풍년제과는 사회복지시설에 빵 나눔 운동을 전개하고, 매장 2층을 문화시설로 만드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국내산 팥, 오직 손으로만 빚는

모양도 맛도 하나, 경주 황남빵

경주 ‘황남빵’의 역사도 80년을 바라본다. 경주 최 씨 자손인 고 최영화 씨는 스물한 살이 되던 1939년에 일본 화과자를 능가하는 황남빵을 개발했다. 집안 대대로 팥을 넣어 떡을 만들던 것을 신식 빵에 응용한 것이다. 황남빵이라는 이름은 황남동 30번지에서 만드는 빵이라는 의미로 손님들이 지어준 것이었다. 이후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경주 황남빵’이라고 부르게 됐지만 공식이름은 황남빵 세 글자다.

‘최 씨 고집’이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 것은 아닌가 보다. 황남빵은 스스로 강조하는 몇 가지 철학이 있다. 주문 생산한 국내산 팥만을 재료로, 오직 손으로 만들며 하나의 문양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규격도 지름 6cm, 두께 2cm를 고집하고 있다. 황남빵은 국화를 닮은 문양에 대해 ‘전통의 빗살무늬’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변한 것은 무엇일까? 경주 황남빵은 홈페이지에 그동안의 가격변화를 소개하며 “황남빵이 첫 선을 보였던 당시 1개에 50전에서, 해방 후에는 2환-5환-10환-20환, 화폐개혁 후 2원-5원-10원-20원-30원-50원-60원, 그리고 1993년 200원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물가변동의 역사를 가늠하게 한다”고 밝히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황남빵은 단 한 가지뿐이고 20개들이, 30개들이 포장이 있다. 빵 한 개는 800원이다.

황남빵은 2011년부터 지역에서 생산되는 팥을 전량 수매하는 계약재배를 시행하고 있다. 농민들은 팥 계약 재배로 논농사 대체 작목을 통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다. 수익 및 고용 창출 효과는 덤으로 따라왔다.

황남빵은 홈페이지를 통해 “경주 땅에서 나고 자란 경주팥 아라리 품종을 전량 수매하고 있으며, 팥 한 톨 나지 않는 경주를 경북도내 최대의 팥 생산지로 일궈냈다”고 밝혔다.

 

전국은 지금, ‘청주오믈렛’ 열풍

2003년, 우암동 5평 가게로 시작…블로그 입소문 전국 30개 매장
네티즌 반응 ‘호평’ 일색… 건강한 원료, 가성비, 품질관리 ‘삼박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전국 각지에서 ‘청주오믈렛’을 맛봤다는 후기가 물결치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이쯤 되면 전북 전주하면 초코파이가 떠오르듯, 충북 청주하면 오믈렛부터 생각날 정도다. 청주오믈렛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건강한 주재료가 꼽힌다. ‘청주오믈렛’은 100% 우리 밀가루와 생크림, 건포도 등으로 만들어진다. 재료만 보면 많이 달 법도 한데, 적당하다. 우리밀을 사용하다 보니 식감도 부드럽다. 색소와 방부제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다 보니 소화도 금방 된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이 찾는 이유다.

실제로 맛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초코와 딸기, 생크림 등 3가지 청주오믈렛은 각기 다른 매력이었다. 한 입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여서 부담도 없다. 초코오믈렛은 많이 달지 않았다. 세 개 이상 먹었는데도 물리지 않았다. 딸기오믈렛은 기본 생크림오믈렛에 생딸기 하나가 올라가 있다. 부드럽고 상큼한 맛이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최근 들어 여자 손님들이 자주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격 대비 질 좋은 품질도 한몫하고 있다. 현재 생크림오믈렛과 초코오믈렛은 15개입 5500원, 30개입 1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바나나오믈렛의 경우 15개입은 6000원, 30개입은 1만 1500원이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계란값 폭등에도 그 맛 그대로를 지켰다. 청주시 우암동 직영점에 가면 아침부터 손님들이 문전성시다.

화제의 이 빵은 2003년 불과 다섯 평짜리 가게에서 탄생했다. 유명해진 것은 불과 1년여 전이다. 그때까지는 청주라는 지역명도, 오믈렛이라는 이름도 붙지 않았었다. 2015년 6월, 신혼의 여직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이 빵을 소개한 뒤로 기적이 일어났다. 청주 오창 지역 젊은 주부들이 아이들 간식으로 찾기 시작하더니 들풀처럼 전국으로 소문이 번졌다. 빵 가장자리를 조개처럼 오므린 모양 때문에 오믈렛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정한다. 타 지역 소비자들이 오믈렛 주문처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주오믈렛’이 됐다.

지금은 ‘영푸드시스템’이라는 제조회사를 세워 생산품목 전부를 HACCP 인증받은 시설에서 만든다. 오믈렛 이외에도 초코마블, 티라미수 등 다양한 디저트를 생산하고 있다.

매장은 청주는 3곳을 비롯해 전국에 30곳이 있다. 물량이 부족해 30여 곳의 가맹점이 대기하는 등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매출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청주오믈렛이 입소문을 타면서 매년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원활한 물량 공급을 위해 제2공장을 청주 청원구 내수읍 본사 인근에 지었다. ‘맘스케익’이라는 자체 브랜드도 내놨다. 이 브랜드는 ‘엄마의 정성을 담은 100% 우리밀 케이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영돈 대표는 “천안하면 호두과자가 생각나듯 청주 지명을 넣으면 소비자에게 오래 각인돼 장단점이 있다”면서 “충북에서는 청주라는 지명이 들어가서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편”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요즘, ‘착한 가격’의 청주오믈렛은 서민들의 마음을 달달하게 위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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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씨앗호떡 2017-02-23 17:30:23
직지의 본향이라는 이유로 맛도 특색도 없이 뜬금없이 네모난빵에 직지라고만 새겨놓은 청주 직지빵.. 직지 유명세로 돈벌이 실패한 ㅏ람들.. 청주오믈렛 공정보며 반성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