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대표가 아닌 영원한 배우로 남고파”
“극단 대표가 아닌 영원한 배우로 남고파”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3.10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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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간 '청사' 이끌며 공연 100여 편 출연 등 활발한 활동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지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
문길곤 대표는 연극 '목탁'에서 탄성스님역으로 활발한 연기활동을 하고 있다 / 사진=청사

극단 ‘청사’ 26년째 이끌고 있는 문길곤 대표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연극반을 만들어 배우를 흉내 냈던 이가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연극 영화과를 지원하려 했지만 ‘장남을 딴따라로 만들 수 없다’는 아버지의 반대로 청주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대학생활의 전부를 ‘청주대극연술연구회’에 바쳤다. 문길곤(1963년생) 극단 ‘청사’ 대표의 학창시절 얘기다.

문길곤 대표는 1991년, 상임연출가로 극단 청사에 발을 들인다. 그리고 이듬해 대표를 맡았다. 26년이 흐른 지금도 대표를 맡고 있다. 극단 청사의 창단은 청주사범대학교(현 서원대) 극예술연구회에서 비롯됐다. 청주사대 극예술연구회는 1985년 전국대학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1986년 7월 15일 졸업생들이 극단을 만들었다. 그게 청사다. 청주사범대학을 줄여 청사라고 하되 한자로는 청주사범대를 뜻하는 ‘淸師’가 아니라 ‘선비 사’를 써 ‘淸士’로 했단다. 청사는 창단 후 4~5년이 지나 청주사대 밖으로 문호를 개방했고, 문 대표가 입단하게 된 것이다. 청사(現 정단원 20명)는 2017년 창사 31년을 맞았다. 문 대표의 감회도 새롭다.

“창사는 제가 입단하기 전이지만 1986년 창단 공연 ‘한네의 승천’을 시작으로 지난 30년 동안 정기공연, 특별공연, 찾아가는 공연, 연합공연, 인형극 등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관객과 만났습니다. 이 모든 것은 연극에 대한 열정과 집년, 그리고 무대를 찾아주시는 관객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극단 '청사'의 연극 '용의 승천' 중의 한 장면 / 사진=청사

청사 31년, 꾸준한 활동으로 인정받아

청사는 그동안 상도 많이 받았다. 1998년 ‘혈맥’으로 충북연극제 최우수연기상, 2002년 ‘해가지면 달이 뜨고’ 최우수작품상·전국연극제 은상, 2005년 ‘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충북연극제 금상, 2006년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충북연극제 대상·전국연극제 금상 등을 수상한 것이다.

청사는 지난해 창단 30주년 기념공연으로 ‘나종사랑’과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를 무대에 올렸다.

문 대표는 26년 간 대표를 맡으면서 운영자, 연출가 역할도 맡아왔다. 청주연급협회 회장, 충북연극협회 부회장, 청주예총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충북예총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은 운영자나 연출가보다 ‘배우’라고 힘줘 말했다.

'목탁' 공연 후 열연을 펼친 배우들과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 / 사진=청사

100여편 출연, 충북연극제 최우수 연기상 7번

“어렸을 때부터 광대기질이 있었습니다. 누구를 따라하는 게 아니라 끼를 주체할 수 없어서, 나를 드러내고 싶어서 배우가 된 겁니다. 지금도 배우입니다. 극단을 운영하다보니 이 역할, 저 역할 다 겸하고 있습니다. 연출도 하지만 계속 무대에 섭니다. 지난해에도 네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는 청주, 충주, 제천, 단양의 연극인들과 충북대표팀을 구성해 ‘혈맥’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저도 출연했는데 은상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이 100편이 넘는다고 했다. 그중에는 연출과 연기를 겸한 작품도 상당수다. 연출한 작품도 50편은 될 거란다. 문 대표는 배우로서 수많은 연기상을 받았다. 충북연극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7번이나 받았고 전국연극제에서도 2번 연기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직접 출연한 ‘명동야회’로 대통령상(단체)을 받았다. 듣자하니 문 대표는 연기에 대해 욕심(?)이 많은 배우임이 분명하다. 스스로도 이제는 후배들에게 양보할 때가 됐다고 했다.

희망찬 2017년을 꿈꾸는 문길곤 '청사'대표 / 사진=박상철기자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꿈꾸다

문 대표는 한편으로 걱정이 앞선다. 여전히 연극과 같은 문화 환경이 수도권에 집중화돼 있다 보니 지역전업배우들의 경제적인 부분의 충족이 어렵다는 점이다. 배우들도 경력과 스펙을 쌓아야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 것이다. 머물다 떠나는 배우의 수가 늘어 안정적 운영이 힘들다고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고급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서울로 갑니다. 하지만 지역 공연의 수준도 옛날과 같지 않게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습니다. 지역민들이 지역 문화 공연에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보다 나은 공연으로 여러분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겁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문 대표는 희망에 가득 차있다. 올해 극단 청사가 2017, 2018년 충청북도 지정예술단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충북도로부터 2년 동안 총 2억7000만 원을 지원받는단다. 이에 문화 소외 지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일반인은 물론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전할 계획이다.

“우리로서는 대단한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2년 동안 충북도 11개 시·군을 돌면서 계속 공연을 할 겁니다. 올해는 악극 ‘울어라 박달재야’ 연극 ‘나종사랑’, 2018년에는 악극 ‘홍도야 우지마라’,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를 들고 관객들을 찾아뵙겠습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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