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항 산파 정종택 “허리 다쳐 기념식 못가”
청주공항 산파 정종택 “허리 다쳐 기념식 못가”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4.2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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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유치운동…13대 국회 예결위원장 맡아 사업비 확보
2006년부터 ‘활성화추진위원장’ 맡아…“청주 국제도시 초석 되길”
청주공항의 산파역할을 했던 정종택 전 장관은 개항 20주년 행사에 건강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은 2013년 충청향우회 명예총재로 추대될 당시의 정종택 전 장관. 사진원본=뉴시스

2017년 4월27일, 청주국제공항 개항 20년을 기념하는 기념식이 열린 청주공항 행사장에 마땅히 나타날 거라 생각했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이름 뒤에 어떤 호칭을 붙여야 할지 고민스러운 그는 정종택(83) 청주공항활성화추진위원장이다.

1935년생인 정종택 위원장은 중요한 이력만 적어도 A4용지 몇 장은 족히 필요할 정도다. 청주고(26회)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과대학을 나온 정 위원장은 1959년 공직에 입문해 마흔두 살에 관선 충북지사를 지냈다. 이후 노동청장, 농수산부장관, 정무1장관, 11~13대 국회의원, 환경부장관을 거쳐 1997년부터 14년 동안 충청대 총장을 역임했다.

청주공항의 발자취를 거론할 때 그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로부터 ‘서곡(序曲)’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1976년, 내무부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충북지사로 임명된 뒤 공군비행장 이전을 검토하며, 머릿속에 공항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1981년 11대 국회에 들어가서는 교통부가 신공항 부지를 물색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유치운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정치인들이 선물로 손목시계나 벽시계를 돌리던 그 시절, 정 위원장은 비행기가 그려진 접시를 돌렸다. 13대까지 3선에 성공한 정 위원장은 13대 국회 예결위원장을 맡아 청주국제공항 사업비 20억원을 확보함으로써 공항건설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다.

1992년 3월24일에 실시된 14대 총선에서는 청주공항 건설 사업이 표류하면서 그의 정치인생도 잠시 불시착하게 된다. 공항 건설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개항 시기도 불투명해지자 오히려 역풍이 불게 된 것이다. 김진영 국민당 후보는 “소음피해가 불 보듯 뻔한 공항유치를 위해 환영대회까지 연 곳은 충북 밖에 없다”고 몰아붙였고, 정 위원장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 뒤 청주국제공항은 보란 듯이 하늘길을 열었다.

청주공항은 개항 뒤에도 한동안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다. ‘무늬만 국제공항’은 청주공항에 달린 꼬리표였다. 정 위원장은 2006년 청주공항활성화추진위원장을 맡았고 최근까지도 정열적으로 일했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정 위원장은 역대 건교부장관들의 명단을 지니고 다니며 기회가 닿는 대로 호소하고, 설득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정 위원장의 지론은 청주공항이 충청권 전체를 아우를 것이고, 따라서 공항명칭에서 대전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예언은 빗나갔다. 대전뿐만 아니라 세종시의 관문공항 역할까지 담당해야 하는 앞날이 노정돼 있기 때문이다.

정종택 위원장은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허리를 다쳤다. 기념식에 초청은 받았는데 건강 문제 때문에 내려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청주는 청주공항과 함께 세계로 뻗어나가는 도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덕담을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다만 공항 활성화를 위해 ‘세종시를 포함한 충청권 지자체들과 공조가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그건 이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하지 않겠냐”며 한 발짝 물러선 듯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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