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스필오버(spillover)
세종시 스필오버(spillover)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5.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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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청주시와 옛 청원군이 합쳐져 통합 청주시가 출범했다. 계란 노른자에 해당하는 청주에, 흰자처럼 둘러싸고 있던 청원군이 더해지니 청주 면적이 967㎢로 커졌다. 아직도 믿으려들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만 통합 청주시의 면적은 서울특별시의 1.6배나 된다. 인구는 약 16만명이 늘어 84만명 정도지만 청주는 인천과 울산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시보다 면적이 넓다.

면적만 넓어진 것이 아니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상징인 세종시와도 직접 어깨를 맞대게 됐다. 세종경제뉴스가 있는 청주 오송은 세종시와 경계지점이다. 오송에서 세종 정부종합청사까지는 약 18km거리로 승용차로 20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현재 인구가 25만인 세종시도 점점 커질 터여서 머지않아 오송과 같은 생활권을 이루는 날이 올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 KTX세종역 신설 논란은 이제 종식돼야한다. 철도시설공단이 한국과기대 등에 의뢰한 ‘고속철도 선로용량 확충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세종역 신설의 비용대비 편익률(B/C)은 0.59에 그쳤다.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져, 사업을 추진할 명분이 없다는 결과다.

이해찬(세종) 의원의 총선 공약에서 비롯된 세종역 신설은 5월9일 대선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이해찬 의원과 정당이 같아 확실한 견해를 밝히기가 어려운 처지에 있던 문재인 대통령조차도 후보 시절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이 합의하지 않으면 세종역 신설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으니 세종역 신설은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추진동력을 잃은 셈이다.

그런데도 세종시 정관계에서는 세종역 신설과 관련해 ‘정치적 선택’을 기다리는 눈치다. 세종역 신설 논란이 종식돼야하는 더 큰 명분을 말해 보겠다. 고속철 분기역인 오송역과 공주역의 역간거리는 44km에 불과하다. 이미 적정거리 57.1km보다 13km나 짧다. 그 사이에 세종역이 비집고 들어온다는 것부터가 명분이 없다. 이해찬 의원은 오송역에 서지 않는 기차만 세우겠다고 했다. 간이역 정도면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세종역이 신설되면 오송역에 서지 않고 세종역에 서는 기차편이 늘어날 것이다. 결국 강원까지 연결하는 국토 X축 구상은 뒤틀어지게 된다. 무엇보다도 세종역 후보지인 세종시 발산리 지역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약 7㎞ 치우쳐있다. 세종시 중심을 기준으로 동쪽에 사는(살게 될) 주민들에게는 세종역보다 오송역을 이용하는 게 편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세종역 신설을 고집하는 진짜 이유는 ‘공무원들의 편리한 출퇴근을 위해서’다.

행정중심복합도시에 ‘간이역 정도면 충분하다’는 이해찬 의원의 주장도 궁색하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세종시의 위상은 높아질 것이다. 당초 계획했던 대로 행정수도를 복원하는 수순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 서울과 다른 것은 주변의 모든 것을 탐욕스럽게 집어삼키지 않고 세종시로부터 흘러넘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충청권 광역 시도들은 그걸 믿고 세종시 건설을 위해 힘을 보탰고 충북은 부용면 일부를 세종시에 줬다.

지금은 주변자치단체들과 아웅다웅하지만 나는 세종시로부터 흘러넘칠 ‘스필오버(spillover)’효과를 믿는다. 그래서 말인데 세종시 관문인 오송역에 세종을 병기했으면 좋겠다. 천안아산역도 있는데 오송세종이나 세종오송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청주와 청원이 통합됐으니 이왕이면 청주세종역이었으면 더 좋겠다. 세종시 관문공항이 필요하다면 청주공항의 이름을 세종청주공항이나 청주세종공항으로 바꾸면 된다. 사실 주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도만 놓고 보면 세종이냐 청주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국회분원’이 세종으로 내려올 것이다. 국회분원은 세종시에서 오송방향에 터를 잡았으면 좋겠다. 오송역(청주세종역)에 내려 셔틀버스로 1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국회분원이 온다면 지금 세종과 오송이 안고 있는 문제의 상당부분이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참, 통합 청주시가 출범하면서 달라진 또 하나는 청주시를 흐르는 하천은 무심천이라는 관념이 깨졌다는 것이다. 무심천은 구도심을 흐르고, 미호천은 청주시 오창과 오송을 가로질러 세종으로 흘러간다. 미호천 축은 이번 대선에서 서로 ‘표심’이 통했다. 의미 있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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