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원두향이 나는 남자
은은한 원두향이 나는 남자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6.19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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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동행(同行) - ⑨김호태 천마하나로 대표
편집자 주=지난 1994년 창립한 (사)중소기업융합충북연합회는 현재 16개 교류회, 총 350여 개 회원사로 구성돼 있다. 이(異)업종간 자주적이며 자유로운 교류활동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다는 게 특징이다. 회원사간 업종이 다르다 보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세종경제뉴스는 (사)중소기업융합충북연합회 회원사를 집중 조명한다. 그 아홉번째는 천마하나로다.

어느 늦은 밤. 스탠드의 은은한 불빛에 기댄 채 골똘히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그동안 행복인 줄도 모르고 지나친 것들에 대해 곱씹고 또 곱씹었다. 어찌 된 일인지 온통 후회뿐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 앞만 보고 달려왔건만, 그저 언감생심이다. 갓 내린 원두커피 한 모금을 입에 머금는다. 쓰다. 그러더니 깊고 풍미가 가득한 커피 본연의 맛이 혀끝을 감는다. 나도 모르게 점점 커피 한 모금, 두 모금에 몰입됐다. 달달하든, 씁쓸하든 후회는 없다. 선택은 내가 했으니까. 이렇게 온통 후회뿐인 과거를 위로해본다. 어느덧 커피 한 잔을 비웠다.

김호태 대표 / 사진=이주현 기자

‘커피는 인생’이라는 김호태(50) 천마하나로 대표는 말 그대로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커피와 함께 했다. 16년은 인스턴트 커피와 친구 했고, 이후 7년은 원두커피를 애인 삼고 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의 오른손에는 커피가 들려 있었다. 사업이 잘 됐을 때는 커피가 달았고, 안 됐을 때는 맛이 그렇게 쓸 수가 없었다. 인생과 커피는 참 묘하게 닮았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그는 청주지역에서 자동판매기 사업을 시작했다. 커피와 캔 음료 등을 취급했다. 주력 상품은 인스턴트 커피였다. 당시만 해도 잘되는 가게 옆에는 항상 커피 자판기가 있었다. 그때는 자판기만으로도 수입이 괜찮았다.

2010년쯤 그는 인생의 전환기에 들어서게 된다. 당시 원두커피를 주력으로 하는 굴지의 커피전문점이 사업을 확장하는 언론 보도를 보고 미래 먹거리를 찾게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유통만 해봤지, 제품 개발과 제조에는 경험이 전무했던 것이다. 마냥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대학시절 법학전공을 한 경험을 살려 네스프레소의 특허가 어떻게 되는지 검토했다. 점점 답이 보였다. 이 분야는 ‘블루오션’이라고 확신했다.

2012년,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캡슐커피를 본격적으로 수입했다. 캡슐커피는 표준화된 레시피의 캡슐을 전용 머신에 넣으면 고품질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커피 본연의 맛을 지켜내기 위해 갓 로스팅된 커피를 산화되기 이전에 보존성이 뛰어난 소재의 용기에 개별 포장함으로써 신선한 상태의 원두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김 대표는 어떻게 하면 커피 맛이 변질되지 않고 최상급의 맛을 보존할 수 있을지 밤새 연구했다. 그 결과, 지난 2015년 ‘일회용 캡슐 원두커피의 산폐방지 포장용기’ 개발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을 받았다. 이 기간 어려운 일도 여러 번 겪었지만, 그때마다 지혜롭게 이겨냈다. 현재 매출은 180억 원. 직원은 생산직원 포함해 31명이다.

그에게 소신에 대해 물었더니, 변화와 도전, 열정이라고 답했다. 항상 혁신적인 태도를 지녀야 하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작년에 회사가 정말 어려웠어요. 사업을 하려면 돈이 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웃고 다녔어요. 인상 찌푸리면 뭐합니까. 어려웠던 날들을 저는 기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절대적인 기준에서 보면 내 제품이 좋아야지 소비자도 찾는 거고, 또 우리 회사의 생존으로 이어지는 것이고요. 혁신 없이는 회사의 미래는 없습니다.”

그는 요즘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인터뷰 날만 해도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OEM 요청을 받았다. 인터뷰 내내 그는 그가 만든 원두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게 행복이라고.

(사)중소기업융합충북연합회 교류회 가입 문의는 043-230-6877.

이메일은 eupkorea0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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