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전시관 부결 ‘여당이 더 답답해’
청주전시관 부결 ‘여당이 더 답답해’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6.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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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철흠(행정문화) “행정절차 미비, 의회보고조차 없어”
장선배(건설소방) “못한 것도 있지만, 안한 것도 있어”
오송역 너머에는 오송 제2산단이 건설된다. 청주전시관은 제2산단 인근에 조성 예정이다. 사진=박상철 기자

충북도와 청주시가 1400억원을 들여 오송에 건립하기로 한 ‘청주전시관’ 사업이 충북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이 부결된데 이어, 토지매입예산도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행정절차가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충주에코폴리스 사업포기, 경제조사특위의 조사계획서 재의 부결 등으로 자존심이 상한 다수당(자유한국당)의 발목 잡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행부의 안일한 행정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여 여당(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심기는 더 불편하다.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는 19일, 충북도가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해 제출한 청주전시관 부지 매입 예산 50억원을 전액 삭감해 본회의로 넘겼다. 이에 앞서 행정문화위원회(이하 행문위)는 지난 15일 청주전시관 건립 부지 매입을 골자로 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을 부결했다.

행문위는 “예비타당성 조사와 투융자 심사 등 청주전시관 건립을 위한 사전 행정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을 승인하지 않았다. 지방재정투자사업심사규칙은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사업은 행정자치부의 타당성조사를, 200억원 이상 사업은 투융자심사를 각각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결위에 앞서 소관 상임위인 건설소방위원회(이하 건소위)는 16일, 행문위의 부결 처리에도 불구하고 예산안 삭감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이다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산회하기도 했다.

행정절차 미비를 이유로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면 역시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청주시 복대동 119센터 건립예산’ 29억원과 ‘제천한방바이오엑스포 지원 예산’ 32억원도 삭감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속개한 회의에서도 건소위 의원들은 3대3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가부가 동수일 경우에는 수정안을 부결하게 된다. 따라서 청주전시관 관련 추경 예산안은 원안대로 건소위를 통과했지만 예결위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 필요성 인정하지만…

오송역 너머 세종시까지는 아무 것도 거칠 것이 없는 허허벌판이다. 오송 2산단 건설이 한창이다. 사진=박상철 기자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각각 한국당 4명, 민주당 2명 비율로 구성된 행문위와 건소위에 ‘도정도우미’ 역할을 자임한 한국당 의원들이 있었음에도 집행부의 안일한 사전준비와 답변 등으로 인해 공유재산 변경이 부결되고,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소위 소속 김봉회(증평, 한국당) 의원은 예산안 삭감에 끝까지 반대했다.

행문위 소속 연철흠(청주9, 민주당) 의원은 “행자부의 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은 것만 문제가 아니다. 의회를 찾아와 업무보고 한 번 하지 않았고, 따라서 의원들의 현장방문도 없었다. 심지어 한국당 의원 중에도 ‘사업이 필요하니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원도 있었다. 그런데 집행부의 안일한 태도를 보며 통과시켜주기는 어렵다는데 뜻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연철흠 의원은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지사는 아침부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사업동반자인 청주시가 9월 추경에 예산을 확보한다고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적극적으로 설명하지도 않았고, 간부들은 뒤에서 전해주는 쪽지를 받고 답변하는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정도는 다르지만 건소위 소속 장선배(청주3, 민주당) 부의장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장선배 부의장은 “건소위에서는 청주전시관 외에도 역시 행정절차가 미비한 복대동 119센터, 제천한방엑스포 예산을 함께 다루다 보니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결국 예결위에 가서는 당론이라며 청주전시관 예산만 깎았다. 도정의 발목을 잡으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자기모순 아니냐?”고 반문하면서도, “솔직히 도청공무원들이 시간에 쫓겨 못한 것도 있지만 안한 것도 있는 것 같다”며 안이한 행정을 꼬집었다.

장 부의장은 또 “일단 예산은 세워주고, 공유재산관리계획안 변경과 타당성 조사 등 행정절차를 이행한 후에 예산을 집행하도록 ‘선 통과 후 집행’이라는 조건을 달아 통과시키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원칙에 밀렸다”고 밝혔다.


도-청주시 연내 부지매입비 100억원 마련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의원들은 심사과정에서 “공직자가 절차를 어기고, 도의회도 이를 묵인한다면 큰 비난을 살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이 이런 식으로 인허가를신청하면 도는 받아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학철 김학철(충주1, 한국당) 행문위원장도 “사전 절차를 밟지 않은 예산안을 승인하면 지방의회도 공범이 된다. 충북도의 청주전시관 건립 사업 추진은 법령 자체를 무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도비 50억원과 시비 50억원 등 부지 매입과 지장물 보상에 쓸 100억원의 대행사업비를 연내에 마련할 방침이다. 사업 추진은 충북개발공사가 대행하기로 했다.

사업비 1400억원 규모의 청주전시관은 오송역과 오송생명과학국가산업단지에 인접한 9만4799㎡ 터에 건축연면적 4만176㎡ 규모로 건립할 계획이다. 전시 컨벤션 센터와 함께 8만7000여㎡ 규모의 상업용지와 주택용지도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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