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탐구생활 1화
김동연 탐구생활 1화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6.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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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는 지식을 논증하고 궁금함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호기심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인물에 대해서 호기심이 많다. 고구마줄기처럼 캐내고 캐내도 숨겨진 무언가가 계속 나올 때 쾌감을 느낀다. 고발성향이 강한 언론에 종사할 때는 비리가 주렁주렁 딸려 나올 때 짜릿함마저 느꼈다.

인간의 매력을 캐내는 기분은 어떨까? 솔직히 별로 경험해 보지 못한 분야다. 그런데 최근 ‘김동연 탐구’에 빠져있다. 김동연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이자 재정경제부 장관이다. 야당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청문회를 대문 드나들듯 통과했다.

충북 음성이 고향이지만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게 청계천 판잣집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열한 살에 가장이 됐다. 상고에 재학 중인 열일곱 살에 은행원이 됐고 주경야독으로 야간대학을 다녔다. 외할머니와 어머니, 세 동생을 부양했다. 은행숙소에서 주운 고시잡지를 보고 꿈을 키웠고 20대 중반에 입법, 행정고시를 모두 패스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진진하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신화가 사라진 현실에서 진짜 개천(청계천)에서 용이 났으니 말이다. 그런데 캐내고 캐내도 자꾸 뉴스거리가 나온다. 알고 보니 청계천 판잣집마저도 철거돼 경기도 광주의 허허벌판 천막촌에서 학교를 다녔다. 1983년 옛 경제기획원(EPB)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권력은 그를 곁에 두려했다.

그에 대해 묻혀있던 얘기들 중 가장 강렬한 것은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하던 20013년, 당시 스물여덟 살이던 아들을 백혈병으로 잃고도 장례식 당일 업무에 복귀해 ‘원전비리 종합대책’을 직접 발표한 일이다. 미국 워싱턴의 미주개발은행에 근무하던 아들은 대한민국 장교로 군 입대 예정이었다.

김 부총리는 아들의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고조차 내지 않았다. 김 부총리는 2014년 7월, “가족을 돌보겠다”며 사표를 던지고 공직을 떠났다. 김 부총리는 2015년 2월, 아주대 총장에 임명됐다.

탐구하고자 하는 것은 그의 ‘입지전(立志傳)’만이 아니다. 그가 ‘인간시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부총리이기 때문이다. 입각을 예감했을까? 김동연 부총리는 지명(5월22일)을 앞둔 묘한 시점(5월5일)에 첫 저서 <있는 자리 흩트리기>를 출간했다.

책을 통해 김 부총리의 인간적인 밑천과 만난다. 다행이다. 책을 통해서 본 그의 밑천은 두둑하다. 그는 자신을 옥죄던 ‘긴고아(손오공의 머리 테)’를 벗어던진 승리자다. 결핍에 맞선 결과다. 하지만 그의 근면과 천재성보다는 창의성과 ‘경제적 인생관’에 주목한다.

김 부총리는 아주대 총장시절 ‘파란 학기제’를 도입했다. 이는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만든 뒤 지도교수까지 지정하는 제도다. ‘캄보디아 중소기업과 연계를 통한 의류산업 시스템 구성’, ‘국내 및 해외 포뮬러 대회 참가를 위한 600cc급 차량 설계 및 제작’ 등이 학생들이 만든 과목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0일,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구내식당에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김동연 부총리는 최근 기획재정부 과장급 이하 공무원들과 형식과 주제 없는 간담회를 열었다. 특별히 정해놓은 것은 없지만 ‘덜어내고 싶은 일’에 대해서 듣고 싶다는 것이 김 부총리의 의중이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토요일은 웬만하면 직원들이 쉬도록 해 주말이 있는 삶을 보장해 주길 바란다”며 “전화와 카톡 등 업무관련 연락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나부터 주말에는 극히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사무실에 나오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는 취임식에서도 “기계적인 근면성을 지양해야한다. 보고서는 반으로 줄이자. 일의 집중도를 높이면서 주말이 있는 삶을 살자”고 역설한 바 있다. 그의 말에 공감한다. 세상이 변해서 게으른 공무원은 드물다. 하지만 기계적 근면성에 그치는 공무원들이 대부분이어서 늘 불만이었다. 김 부총리가 공직사회에 창의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길 기대한다. 그를 계속 탐구하게 될 것 같다. 이 글을 일단, ‘김동연 탐구생활 1화’로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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