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2산단 수재가 아닌 인재, 농민 아우성
오송2산단 수재가 아닌 인재, 농민 아우성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7.18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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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저류지 둑 터져 흘러내린 토사, 인근 농경지와 주택 덮쳐
면적 4만6830㎡ 영구저류지에 배수로 한 개, '병목현상' 발생
이후 배수관 5개 추가 설치...하지만 방류구 '4개 중 3개' 막혀
지난 16일 내린 많은 비에 오송제2산단의 영구조류지 둑이 넘치면서 무너져 인근 봉산리 마을과 농경지를 덮쳤다. / 사진=제보자
오송제2산단 인근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긴 모습 / 사진=제보자
터진 둑에 토사가 농경지를 뒤덮은 모습이다 / 사진=제보자

국가공단으로 조성중인 오송제2생명과학단지(공동 사업시행자 한국산업단지공단, 충북개발공사)에 지난 16일 내린 물폭탄으로 단지 내 저류지 둑이 터지면서 인근 수 많은 농경지와 주택이 물에 잠겨 주민들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총 328만3844㎡의 대규모로 조성중인 오송제2생명과학단지는 지난 2014년 8월13일 기공식을 열고 본격 사업 착수에 들어가면서 지역 주민들의 온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저류지에 수많은 토사가 일시에 쓸려 내려와 인근 마을을 덮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 안게됐다.

많은 비로 쓸려내린 토사에 단지 내 저류지 둑이 터진 모습 / 사진=제보자

지난 16일 22년 만의 집중호우로 청주를 중심으로 중부 지역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오송제2생명과학단지 조성 인근 봉산리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 산단 내 홍수방지용 영구저류지(면적 4만6830㎡ 규모 15만톤 저장)가 있었지만 물이 빠져나가는 배출 수로가 달랑 하나라 갑자기 불어난 물에 병목현상이 발생하면서 둑이 범람하고 무너져 인근 주택과 농경지를 집어 삼켰다.

18일, 수마가 할퀴고 간 봉산리 들녘 모습은 참혹했다. 농민들은 직접 비닐하우스에 나와 수습에 나섰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데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공사장에서 흘러온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농가 대부분이 시금치를 키운다는 비닐하우스는 무너지고 찢겨져 참혹한 모습니다. / 사진=박상철기자

다음 달 출하는 앞둔 시금치는 진흙에 잠겨 그 모습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이곳 봉산리 농경지에는 대파와 시금치 농사를 짓는 농가들이 대부분이다. 농민들은 불과 한 달 전만해도 가뭄에 고통 받다 이제 홍수 피해에 보상까지도 막막해지면서 망연자실한 상태다.

세종경제뉴스가 둑이 무너진 현장을 찾았을 때 이미 보수 공사가 완료된 상태였다. 기존 1개였던 배출관은 급하게 5개관을 더 늘려 놓은 상태였지만 최종적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방류구 4개중 3개는 여전히 흙으로 막혀 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16일과 같은 비가 또 내린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단내 영구저류지의 물이 최종적으로 빠져나가는 방류구의 현재 모습이다. 4개의 수로 중 3개가 흙으로 막혀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 사진=박상철기자

문제는 상황이 저런데도 관련부서는 제대로 현장실태 파악도 안했는지 방류구가 막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에 주민들은 분노했다. 제대로도 원인 설명도 없고 앞으로 대책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에 분통을 터뜨렸다.

봉산리 주민 A(48) 씨는 “지난 일요일 오전 9시를 넘어 서자 둑이 터졌다는 연락을 받아 나가보니 댐에서 수문을 열어놓은 마냥 굴다리에서 물이 쏟아졌다”며 “이틀이 지났지만 단지 조성관계자들의 사과나 원인 설명은 없었고 단지 '자연 재해라 어쩔수 없다'고만 말해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B(55) 씨도 “봐라! 이 큰 저류지에 지름 1m 짜리 배수관 하나만 설치해서 이 같은 사단이 났다”며 “수해가 난 뒤 어제 오늘 공사할 하더니 지금 보시다시피 5개의 배수관을 더 설치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아니고 뭐하는 거냐”라고 목소리 높였다.

기존에 1개의 배수관만 있었지만 수해 후 부라부랴 5개의 배수관을 더 설치한 모습이다. / 사진=박상철기자

주민 C(50) 씨도 “내가 이 동네에 48년 살아오면서 더 많은 비가와도 이런 홍수 피해는 없었다”며 “사고 후 관련자들은 전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앞으로 보상은 어떻게 진행될 건지 아무런 말이 없다. 시금치는 다 죽은 판에 언제까지 마냥 손 놓고 기다리라는 건지...”라고 답답함 심경을 토로했다.

이번 홍수로 주택이 침수된 D(46) 씨는 “이 집사서 들어온지 이제 6개월 됐는데 이게 뭐냐 바닥도 다 내려앉아 개판이 됐다”며 “이번 홍수는 인재다 산단 공사장에 지금 가 봐도 방류구가 4개중 3개가 막혀있는 상황이다.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사진 상 12시 방향의 1개의 배수관만이 홍수 전에 존재했다. 수해 후 4시방향에 5개의 배수관을 더 설치했지만 8시 방향의 방류구 4개중 3개는 막혀있는 상태다. / 사진=박상철기자

이번 오송제2산단 공동사업주는 충북개발공사와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산단공)이다. 이에 충북개발공사 관계자는 “우리는 이번 산단 조성에 보상, 문화재, 조경 등의 업무를 담당하지 토목공사나 분양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산단공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보상 처리 등은 산단공에서 담당할 예정이고, 복구와 관련해 장비 지원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분참여가 돼 있어서 피해보상 비용 발생 시 산단공과 함께 나눠 지원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산단공 관계자는 “원래 산단 공사가 완료되면 방류구 4개인 배수로가 있는 게 맞다. 근데 지금 공사 중이다 보니 기존 마을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방류구 공사로 끊어지면서 가도를 내면서 한 개의 배수로를 만들게 됐다”며 “지금은 5개의 배수로를 더 만들어 더 물이 원활하게 빠져나가도록 해놨다”고 해명했다.

침수된 주택의 바닥이 내려앉아 수평계를 놓아보니 가운데가 심하게 들려있다. / 사진=박상철기자

이어 “토목공사 담당한 우리도 원인을 제공했겠지만 미호천과 조천의 수위가 너무 올라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역류해 버렸다"며 한 걸음 물러나면서 "청주시에서 원인 규명과 정확한 피해 조사가 이뤄지면 시공사와 함께 보상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방류구 중 3개가 막혀있는 것은 이번 물 난리에 조천의 수위가 높아서 방류구를 넘어 물이 들어가면서 위에 설치된 도로 골채들이 들어가 쌓이면서 막혀있는 것 같다. 빨리 상황 파악 후 제거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록적인 물폭탄에 충북에선 18일 현재 폭우 인명 피해는 6명 사망, 1명이 실종, 44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한, 주택과 공장 470여개 동이 침수나 파손됐으며, 7개 시·군의 농경지 피해는 벼 2425㏊, 시설작물 363㏊, 인삼 48㏊, 기타 28㏊ 등 2959㏊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 됐다.

18일 봉산리 수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보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포크레인이 지나가면서 도로가 순식간에 내려 앉으면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 사진=박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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