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 맛 보실래요"...티 카페 '씨스네' 오중근 대표
"홍차 맛 보실래요"...티 카페 '씨스네' 오중근 대표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4.25 17: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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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60여 종의 홍차를 맛볼 수 있는 홍차전문점

[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는데 차 한 잔 드시고 시작하시죠”

 취재시간에 맞춰 바삐 카페로 들어선 기자에게, 홍차전문점 시스네 오중근 대표가 따뜻한 차 한 잔을 먼저 건넸다.“ ‘아이스와인’이란 스리랑카 홍차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차이기도 하고요.” 귤빛 고운 차를 한 모금 머금자, 상큼한 청포도향이 금세 입안에 퍼진다. 홍차의 은은한 향이 청포도향과 어우러져 입안은 어느새 7월의 풍미다.

머스켓 청포도향이 은은한 "아이스와인"

 청주시 가경동에 위치한 홍차전문점 ‘시스네’. 카페가 문을 연 지 채 2년이 안됐지만, 이미 ‘홍차 마니아’들 사이에선 명소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으로 등식화하는 일이 익숙한 지역민들에게, 홍차를 전문으로 하는 티 카페는 여전히 생소한 공간이다.

 “사업을 구상하던 2014년만 해도, 전국에 티 카페는 몇 개 되지 않았어요. 서울에 몇 개, 대전에 하나, 부산에 두 개 정도가 다였죠. 연애시절, 홍차를 좋아하는 아내와 대전을 들락거리는 일도 만만치 않더라구요.(웃음)”

청주시 가경동에 위치한 홍차전문점 '씨스네'

 차향을 음미하며 한숨 돌리자, 오 대표가 창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다. 카페를 열기 전까지 그는 안정된 직장을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일이 많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이런 상태로 쉬흔까지 일을 할 수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고요. 평소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던 차라 회사를 그만 두는 일에 대해선 큰 고민이 없었어요. 내가 알고 있는 다양한 홍차만 소개해도 지역의 명소가 되겠다는 확신이 있었죠”

홍차전문점 '씨스네', 오중근 대표

 오랜 시간 한국차문화협회 일을 맡아온 어머니와 차 관련 강의를 하던 아내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오 대표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차를 사랑하는 말 그대로 ‘티 패밀리’다.

 

평범한 직장인 '홍차'에 빠지다

 오 대표가 이번엔 새로운 차를 우려 나왔다. 은은한 블루베리 향이 코 끝에 감돌았다.

 “떼쉴라린느라고 하는 프랑스 홍차입니다. 홍차는 이렇게 다향한 향을 첨가할 수 있는데 이를 가향차라고 합니다. 처음 맛을 봤을 때 향미가 너무도 매력적이었죠.이런 맛이라면 ‘초심자도 좋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프랑스의 대표적 가향홍차 "떼쉴라린느"

  결심이 서자 창업준비도 속도를 냈다. 보통 카페에서 맛 볼 수 있는 홍차는 '얼그레이','잉글리쉬 브렉퍼스트' 등 세네 종이 전부. 무엇보다 다양한 종류의 홍차를 들여오는 일이 오 대표에게는 관건이었다. 일단 국내 수입사를 통해 공수받을 수 있는 홍차를 모두 파악했다. 수입할 수 없는 홍차는 직접 현지를 찾아 구매에 나섰다. 이렇게 발품을 팔아 세계 각지에서 모은 홍차가 100여종에 이르렀다. 현재 씨스네에서 맛볼 수 있는 홍차 종류는 60여종 정도. 손님들의 반응과 물량지속성을 고려해 지금의 메뉴를 만들었다.

 

홍차의 나라, '영국'을 담다

 티 카페의 분위기를 좌우할 인테리어는 더욱 주저함이 없었다. 인테리어를 구상하는 데 있어,홍차의 나라 영국은 오 대표에게 특별한 영감을 주었다. 신혼여행도 영국으로 다녀올 만큼 영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오 대표였다.

 “신혼여행을 가서도 카페에 어울리는 예쁜 소품을 찾느라 바삐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이한 찻잔이나 주전자를 보면 주저없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갖고 오느라 애는 먹었지만 지금 저희 카페를 영국풍으로 만들어준 일등공신들이죠”

 

 홍차의 매력에 빠지다

 홍차는 단일찻잎으로 만드는 ‘스트레이트’, 두 가지 이상을 섞어 만드는 ‘블렌드’ , 다른 열매를 넣어 향을 조합한 ‘플레이버리’ 세 종으로 나뉜다. 어느 것을 마셔도 홍차의 진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오 대표가 생각하는 홍차의 매력은 무얼까?

 “홍차는 다른 차에 비해 향이 강합니다. 다시 말해 입과 코와 마음이 모두 즐거워지는 차입니다. 다른 차에 비해 가향성이 좋아 다른 어떤 열매와도 멋진 조화를 이뤄내죠.”

 

“꾸준히 홍차를 마셔야 홍차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오 대표는 이야기한다. "모든 음료가 그렇듯 그 고유한 맛에 익숙해질 때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홍차는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음미해야하는 차입니다.급히 마셔서는 절대로 그 참맛을 느낄 수 없는 차가 홍차입니다. 홍차는 '혀'와 '코'와 '마음'으로 마신다는 이야기처럼 홍차는 모든 감각을 열고 느껴야 하는 차입니다.”

 익숙한 홍차만 찾던 손님들도 다양한 차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 세계인 가장 선호하는 ‘다즐링’과 ‘아쌈’을 필두로 ‘떼슐라린느’,‘마르코폴로’,‘로즈로얄’,‘마이퍼스트티’등 향이 좋은 가향차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 종류도 많다 보니, 계절에 따라 선호하는 차종도 생겼다.

봄에 어울리는 '베르사유 로즈'

 “4~5월에는 '베르사유 로즈'나 '사쿠라 사쿠라' 등이 잘 어울리죠. 특히 '베르사유 로즈'는 자몽 오렌지 향이 나는데 달콤한 맛은 없지만 풋풋한 장미향이 나죠. 나들이가서 꽃구경하는 것만큼이나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차죠.”

 이곳을 찾는 손님에게는 메뉴판외에도 찻잎이 담긴 '티 샘플'이 함께 제공된다. 다양한 찻잎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설명까지 들을 수 있어 홍차를 처음 처음 접하는 이도 메뉴 선택이 어렵지 않다.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티 샘플'

 

 인터뷰로 목이 텁텁해질 때쯤, 오 대표가 가장 아낀다는 차를 들고 나왔다. 딸기향이 산뜻한 '피카딜리 블렌드'란 홍차인데 신혼여행 차 들른 영국에서 직접 공수해 온 홍차였다.새콤하면서도 상쾌한 향미가 갑자기 더워진 오늘 날씨와 잘 어울렸다.

 

홍차에서 '경쟁력'을 찾다

 차를 우리는 데는 '골든룰(golden rule) 이라는 게 있다. 차맛을 결정하는 황금비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홍차는 사정이 다르다"며 오 대표가 웃는다. “몇 그램의 찻잎을 몇 cc의 물에 넣고 몇 분을 우려내야 한다”는 식의 매뉴얼은 홍차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다.

“좋은 홍차 맛을 내기 위해선 직접 마셔 보고 체험해 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반복시음을 통해 최상의 맛을 잡아내고, 차종에 맞는 최적의 제조환경을 찾아내는 것 외에는 사실 다른 왕도가 없죠.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야할 차 종류도 많고 양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시행착오 외엔 왕도는 없다던 그가 불쑥,“사실은 홍차 맛을 내는 그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다”며 웃음 지었다. 숨겨둔 비법을 전하려나 싶어 급히 의자를 당겨 앉았다.

 

“찻잎에 물을 부으며 전 주문을 외웁니다. ‘맛있어져라,맛있어져라’ 이렇게 주문을 외우고 나면 실제로 차가 더 맛있어진답니다. 그만큼 차를 우리는 이의 정성이 필요하다는 거죠. 같은 차라 할지라도 차에게 애정을 주면 차는 좋은 차맛으로 보답하죠.”

 

 고향에 온 것 같다며 이곳을 즐겨 찾는 영국인 손님도 생겼고, 홍차 맛을 즐기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양한 홍차는 물론, 오 대표가 직접 구워 내는 마들렌과 스콘도 카페의 인기메뉴다. 설탕도 유기농 사탕수수를 사용할 만큼 재료에 대한 오 대표의 애정은 남다르다.

오 대표가 직접 만든 '마들렌'

 

“'씨스네(Cisne)'는 스페인어로 백조라는 뜻도 있지만 예술가,음악가란 뜻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 홍차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고 정서적인 희열을 느끼셨으면 해요. 앞으로도 좀더 많은 홍차를 선보일 계획이니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분위기 있는 카페, 맛 좋은 커피를 뽑아내는 카페는 우리 주변에 참 많다. 익숙한 커피맛과 커피향 대신, 내 기분에 맞는 홍차를 찾아 봄날을 누리는 것도 꽤 운치있는 일이리라. 우리 지역에 흔치 않은 홍차전문점의 은은한 울림이 그래서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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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2016-04-26 19:51:22
사진보다 실물이 훨 낫네요. ㅎㅎ

어흥 2016-04-26 13:14:09
헐 대박 나도 여기 가봤는데
뭐 다른건 모르겠고 일반 커피숍과 분위기 다름
그리고 주전자랑 컵을 내가 원하는걸로 먹을수있어서 기억에 남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