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서도 살충제 계란 공포 확산, ‘엄마들 뿔났다’
충북에서도 살충제 계란 공포 확산, ‘엄마들 뿔났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8.16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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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친환경이란 말 믿고 비싼 계란 사먹었는데 화난다”
충북도교육청, 도내 일선 학교에 공문 보내 계란류 사용 중단 지시

편집자 주

충북에 거주하는 엄마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경기도에서 전국으로 유통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계란이 나오면서다. 예민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 먹거리에 대한 안정성 때문이다. 이미 도내 대형마트와 편의점, 슈퍼마켓 등은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충북도교육청도 도내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급식에 계란 사용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세종경제뉴스 취재진은 도내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살충제 계란으로 인해 엄마들이 혼란에 빠졌다.  

/ 사진제공=이미* 독자.

뿔난 엄마들

6살 아이를 둔 워킹맘 손지*(37‧여‧청주시 청원구) 씨는 지난 15일 오후 7시쯤 부랴부랴 냉장고를 뒤졌다. ‘계란에 08번이 찍혀 있으면 먹지 말고 환불하는 게 좋겠다’는 한 인터넷 카페의 글을 읽고서다. 다행히 9번 계란이었다. 안심할 찰나, 혹시 모르니 모두 버리는 게 좋겠다고 남편이 말했다.

손 씨는 “어른만 있으면 그냥 먹겠는데, 아이가 있어서 함부로 못 먹겠다”며 “아깝지만, 계란 20구짜리를 모두 버렸다. 영수증이 없어 환불도 못했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주부 김지*(38‧여‧청주시 흥덕구) 씨는 “08이 찍힌 계란을 이미 4개나 먹고 6개가 남았다”며 “갓 돌이 넘은 아들에게 이 계란으로 찜도 해주고 스크램블도 해줬는데, 왜들 먹는 걸로 장난을 치는지 화가 난다”고 했다.

4살 여아를 둔 이미*(33‧여‧청주시 흥덕구) 씨도 “그동안 녹초를 먹인 계란이라고 해서 비싼 돈 주고 사서 먹었는데, 배신감이 든다. 그동안 먹은 계란에도 살충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면서 “어린이집 식단표만 봐도 계란이 안 들어가는 음식이 없는데 그것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최연*(29‧여‧영동군 영동읍) 씨도 “번호가 없고 ‘알토란’이란 글밖에 없어서 왠지 더 믿음이 안 간다”며 “친환경이란 말만 믿고 비싼 계란 사먹은 게 너무 분하다”고 말했다.

유럽에 이어 국내산 계란에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가장 먼저 엄마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 먹거리에 대한 안정성을 걱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충북 청주지역을 주부들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살충제 계란’에 대한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대부분이 ‘걱정된다’, ‘화가 난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국내산 유통 계란에서 검출된 '피프로닐'은 벌레의 중추신경을 파괴하는 살충제로, 직‧간접적으로 섭취 시 두통, 감각이상, 장기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국내 농장의 계란에서 맹독성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 등이 검출되면서 충북 축산당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16일 충북 축산위생연구소 연구원들이 도내 산란계 농장에서 수거한 계란의 잔류 농약 검사를 위한 전처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충북 축산당국 ‘비상’… 道, 도내 계란 출하 금지조치 내려

살충제 계란 논란의 불똥이 충북에도 튀었다.

충북도는 지난 15일 도내 산란계 농장(3000수 이상) 70곳에 대해 계란 출하 금지조치를 내렸다.

이들 농장에서는 약 408만 마리의 산란계가 사육되며 알을 낳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친환경인증을 받은 34개 농장은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나머지 36개 농장은 도가 시‧군을 통해 계란을 수거한 뒤 축산위생연구소에서 검사를 한다.

도 관계자는 "농가당 계란 20개씩을 수거해 검사할 예정"이라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하루, 이틀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북도교육청도 발 빠르게 대처했다.

16일 오전 대책회의를 열고 도내 일선 학교 급식에 당분간 계란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문을 내렸다. 살충제 잔류물질 조사 결과는 오는 17일쯤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급식 식재료를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와 원산지 검사 등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자 살충제 계란을 생산한 농장과 계란에 새긴 생산자 표시를 발표했다. 살충제 검출 사실을 공개한 지 18시간 만에다.

앞의 숫자는 지역을 말하고, 숫자 뒤에는 생산 농가의 이름이다. 지자체별 고유번호는 △서울은 01 △부산 02 △대구 03 △인천 04 △광주 05 △대전 06 △울산 07 △경기도 08 △강원도 09 △충북 10 △충남 11 △전북 12 △전남 13 △경북 14 △경남 15 △제주 16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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