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다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9.06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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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토와 함께한 35년, 새로운 분야 오늘도 끊임 없이 '도전'
충북 청주시 주성동에 위치한 도림공방

비가 추적추적 내린 어느 날. 충북 청주시 주성동 수름재에 위치한 도림공방을 찾았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그 곳에는 흙 내음으로 가득했다. 각기 다른 모양의 수많은 토우(土偶)가 방문하는 이들은 반긴다. 그곳에서 지난 35년 간 흙(점토)를 재료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는 이가 있다. 흙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김만수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바람도 쉬어간다는 수름재. 그 한적한 곳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은 양각의 공방 간판과 짙푸른 초록의 담쟁이 넝쿨로 덮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색다른 미술세계가 펼쳐진다. 소박한 작품들이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그 한켠에 김 작가는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만의 색깔 있는 작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만수 작가의 작업실의 모습

단양 출신인 그는 청주대 응용미술과에 진학했다. 중·고등학교 때 손재주가 좋아 곧잘 그린 그림 실력을 살려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1학년 당시 그는 홀로 ‘단양 방곡리’로 무전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신선한 바람을 쐬고 복잡했던 머리를 정리하고 싶어 딸랑 가방 하나만 챙긴 채 단양으로 향했다.

거기서 그는 임상묵 충북대 미술교육학과 교수를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다. 임 교수에게서 그는 짧은 시간 도예를 접하게 된다. 생소했지만 재미있었다. 자신이 주로 해오던 회화는 아니었지만 아무 모양 없는 점토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매력에 끌렸다. 결국 2학년 때 전공을 공예학과로 바꿀 정도로 점토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김만수 작가는 '토우작가'로도 유명하지만 현재는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다.

흙은 즉흥적이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김 작가는 ‘토우작가’로도 유명하지만 지금은 새 분야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음각과 양각의 착시를 이용한 ‘이과 이분의 일’작품과 그림가치 욕구와 쓰임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마이너스 착시’ 작품이 그가 최근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분야다.

‘이과 이분의 일’작품은 3차원(입체)과 2차원(평면)의 중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멀리서 보면 둥근 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평면인 착시를 이용한 작품이다. 공간을 작게 차지하면서 원으로 입체감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고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신선한 왜곡에 공방을 찾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방문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과 이분의 일’ 작품

또한, ‘마이너스 착시’ 작품은 그림적 가치에 쓰임의 가치를 추가한 작품이다. 쉽게 말하면 단순 눈으로 작품을 보면 작품에 그려진 모양이 튀어나온 것 같지만 실제는 음각의 형태로 사람들의 시선에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작품은 접시로도 사용이 가능해 걸면 그림, 눕히면 접시로 쓸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두 가지의 가치를 한 작품이 담고 있는 것이다.

김 작가는 ‘예술가는 유동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목민처럼 이곳저곳 자신의 기존 작품에 새로운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 작품 재료에는 점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돌, 나무 등 다양한 재료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림까지도 그리고 있습니다. 한 가지 재료로 작품을 펼치기보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마이너스 착시’ 작품은 그림적 가치에 쓰임의 가치를 추가한 작품이다.

“작가로서 끊임없이 작품에 대해 연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토우뿐만 아니라 다른 소재를 이용해서 작품을 표현할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 12월에는 ‘마이너스 착시’작품 전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부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제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작품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현재 그의 공방에는 수 천 가지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街 갤러리’에서 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 일반인도 미리 예약만 한다면 도자기체험과 토우체험을 직접할 수 있다. 흔한 점토로 흔하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김 작가를 만나보면 예술은 우리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체험형박물관 '도림' 관장을 맡고 있는 김만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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