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체납은 회사가 했는데, 피해는 직원이?
국민연금 체납은 회사가 했는데, 피해는 직원이?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9.27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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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가 체납해도 피해는 근로자 몫
올해 7월 기준 국민연금 체납 사업장 49만 5000개
체납 사업장 보험료 징수 강화해야

직장인 A씨(30‧청주시 청원구)는 2년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국민연금이 8개월 미납됐다는 체납 통지를 받은 것이다. 사측이 매달 급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던 터라 배신감은 심했다.

화가 난 A씨는 체납 통지서를 들고 사측에 따졌다. 그러나 사측은 “곧 해결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사측의 행동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문의했더니,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보험료를 내도 가입 기간이 절반만 인정된다”는 말을 들었다.

A씨는 “(회사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할 거면 애초에 월급에서 원천징수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체납은 회사가 했는데, 피해는 근로자가 보는 이상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소하(정의당‧전남 해남)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기준 국민연금 보험료를 체납한 사업장수는 49만5000개, 누적 체납액은 2조902억 원이었다.

체납 통지를 받은 노동자는 지난해 기준 104만 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가입 사업장은 28.7%, 가입자는 7.6%가 체납 상황에 놓여 있었다.

국민연금은 1인 이상을 고용하는 곳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업주가 근로자의 급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원천징수해 공단에 낸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는 이미 납부했지만, 사업주가 직장가입자의 연금 보험료를 체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문제는 사업주의 귀책사유로 체납이 돼도,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의 몫이라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업장이 국민연금을 체납하면 그 사실을 해당 가입자에게 통지하는 ‘체납 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가 사업장의 체납 사실을 통지받으면, 국민연금법 제17조에 따라 통지된 체납기간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윤소하 의원은 “공단 측은 체납 사업장, 체납액 수치를 파악할 뿐 이로 인해 체납자가 된 노동자의 규모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 체납자가 된 노동자는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40년을 가입할 경우 소득 대비 40% 급여를 보장하는 노후소득보장제도다. (2028년 기준) 은퇴 이후 수령하는 연금액의 크기는 가입자의 ‘소득 수준’과 보험료를 납부한 ‘가입기간’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득이 높을수록 또한 가입기간이 길수록 연금액은 높아진다. 그런데 소득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일수록 보험료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해 가입기간이 짧거나 아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체납 사업장의 보험료 징수를 강화하고 보완 재원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 의원은 “사업주에 대한 체납 보험료 징수 강화를 위해 (체납 보험료) 공개 시점을 현행 2년에서 ‘1년 이내’로 단축시키고 체납액도 현행 5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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