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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운 병원 근로자들이주현 기자

언젠가 의료계 종사자인 지인에게 병원의 군기 문화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병원에서 웬 군기?’라는 생각이 들 때쯤, 지인은 취지를 설명했다. 주관적인 해석이라는 말과 함께. 사소한 실수 하나가 환자의 생사를 가르기 때문에 늘 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환자의 생사를 담보한다는 이유로 도제식 교육이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자칫 폭언이나 욕설, 심하면 폭행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언론보도에서 많이 접해서다.

실제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폭력 문화는 의료계의 오랜 병폐로 여겨진다. 병폐가 관행이라는 말로 포장되곤 한다. 전공의의 경우 ‘욕을 먹는 게 일상’이라는 푸념이 많다. 폭언과 폭행 등이 전공의 수련과정의 일부로 여겨지는 게 현장 분위기다.

이를 뒷받침하듯,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전공의의 71.2%가 언어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는 ‘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가해자들 대부분은 지도 교수나 상급 전공의들이었다.

간호사들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간호계에는 태움, 이른바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이상한 문화가 있는데, 쉽게 말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면 된다. 교육 차원의 훈계를 넘어 폭언, 폭행까지 발생하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높은 이직률의 가장 큰 원인으로도 꼽힌다. 실제로 간호사들 커뮤니티엔 ‘태움을 당했다’는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2016년 9월 열린 대한간호협회 토론회에서 한 간협 관계자는 “태움은 높은 노동 강도와 직무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안을 한참 잊고 살다가 지난 10월 10일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으로부터 한 보도 자료를 받았다. 제목은 ‘직장 내 후배가 선배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 직장생활을 즐겁게 해주는 선·후배의 말 한마디를 설문 조사한 게 주된 내용이다.

내용을 보면 후배는 선배에게 ‘수고했어’, ‘잘했어’, ‘든든해’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다고 응답자의 55.6%가 답했다. 반면 선배는 후배에게 ‘선배는 배울 게 많은 사람’,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 했다. 듣기 싫은 말로 후배는 "생각 좀 하고 일해"(33.1%)를, 선배는 "제 일이 아닙니다"(50.3%)를 꼽았다.

병원 근로자들이 겪었을 그 상황을 전부 이해할 순 없었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감이 왔다.

문득 며칠 전 읽다만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가 떠올랐다.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라 가슴에도 새겨진다고. 병원 근로자들 한 명 한 명은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오빠, 동생, 친구일 것이다. 안 그래도 긴장될 수밖에 없는 의료현장에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오래전부터 고팠을 게다.

이주현 기자

 

 

이주현 기자  jh67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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