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9월2일 북한에서 개기일식
2035년 9월2일 북한에서 개기일식
  • 박한규
  • 승인 2017.10.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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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기 전에 통일이 될까…검은 태양을 찾아서②

별보는 어른아이

금환일식

우리나라 전래 동화에 불개 이야기가 있다. 빛이 없는 나라의 불개가 빛을 찾아서 태양과 달을 삼키는 이야기로 일식과 월식 관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요즘 세종대왕과 장영실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면 일식과 월식을 관측하고 나아가 예측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일식이 얼마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고대 일식 관측 기록을 살펴보면 삼국시대에는 66회, 고려시대에는 132회,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261회나 된다. 태양을 통치자의 상징으로 여겼던 고대 왕조 국가에서 태양이 사라지는 일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일식이 예견되면 임금은 소복을 입고 구식례(救食禮)를 행하여 하늘에 죄를 빌었다. 일식을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 천문관측 담당자는 죄를 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형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대에 관측된 일식이 모두 개기일식인 건 아니다. 일식에는 개기일식, 부분일식, 금환일식, 하이브리드 일식이 있다. 우리나라 관측 기록에 나오는 일식 기록은 대부분 부분일식이다. 발생빈도도 높지만 관측 가능한 지역이 넓기 때문이다. 불개가 태양을 한 입 물었다 토했다는 이야기도 부분일식을 의미할 것이다.

일식을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일식이란 태양과 달과 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여 있을 때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을 말한다. 즉 일식은 그믐과 초하루에만 발생하는 현상인데 문제는 그믐 때 마다 일식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로는 첫째, 지구 공전 궤도와 달의 공전 궤도가 약 5도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 달의 공전이 완전한 원이 아닌 타원 궤도라는 것이다. 셋째, 달과 지구의 거리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보면 달과 태양은 크기가 거의 같다(시직경이 0.5도 정도). 달이 지구에 조금만 가까웠다면 일식이 더 자주 일어났을 것이다.

지구와 달이 태양을 돌면서 일식이 발생한다면, 2017년 8월21일 있었던 일식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식이 또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맞다. 2035년 9월2일 태양과 달과 지구가 2017년 8월21일과 똑같은 위치에서 일렬로 늘어서게 된다.

아쉽게도 지구의 자전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일식이 일어나는 지역은 다르다. 그렇다면 2035년 9월2일, 일식은 어디에서 일어날까? 바로 한반도에서 일어난다. 중국과 북한, 일본을 가로지르게 된다. 아쉽게도 남한에서는 볼 수 없다. 통일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일식은 6585일(대략 18년 11일 8시간) 마다 똑같은 일식이 반복된다. 이러한 주기를 사로스(saros)주기라고 한다. 이처럼 반복되는 일식을 사로스 주기마다 일련번호를 붙여서 구분하는데, 2017년 일식과 2035년 일식은 사로스 주기 번호가 145번이다.

같은 사로스 주기임에도 일식이 나타나는 지역이 다른 이유는 1사로스 주기마다 달의 합삭주기가 8시간 정도의 차이가 있어 매번 120도 만큼 지구가 자전한 지역에서 일식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3사로스 주기(360도 자전)가 지나면 거의 동일한 지역에서 같은 일련번호의 일식을 관측할 수 있게 된다. 즉, 2017년 8월21일 북미 대륙에서 관측된 사로스 145번 일식은 2071년 9월23일 멕시코를 가로지르며 발생할 것이다.

사로스 주기의 발견은 기원전 수 세기 전 칼데아 지방에 살던 신바빌로니아 사람들에 의해서다. 사로스(saros)는 바빌로니아에서 유래한 그리스어로 3600을 의미한다. 60진법을 사용하던 바빌로니아 사람들에게 60x60=3600은 신들의 숫자이기도 하고 완벽에 완벽을 의미하는 숫자다. 일식에 사로스 주기를 과학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핼리혜성의 주기를 예측했던 에드문드 핼리에 의해서 1691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일식을 예측한다고 하더라도 일식의 형태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태양이 완전하게 가려지는 개기일식과 일부분만 가려지는 부분일식만 흔히 알고 있는데 앞서 말했듯이 금환(金環)일식과 하이브리드 일식도 있다. 금환일식은 달이 태양의 중심만을 가리게 되어 금반지처럼 태양 가장자리만 보이는 일식을 말한다.

금환일식이 생기는 원리는 태양-달-지구의 거리 관계와 달의 공전주기가 타원형이라는데 있다. 달과 태양의 크기가 같아서 조금만 멀거나 가까우면 일식 종류가 달라지게 된다. 개기일식이라도 시간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2017년 미국 개기일식은 2분40초인데 반해 2009년 인도에서 있었던 개기일식은 6분39초나 되기도 했다.

하이브리드 일식이란 개기일식과 금환일식이 동시에 일어나는 일식을 말한다. 하이브리드 일식은 태양-달-지구의 거리 관계의 극단을 보여준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달과 지구의 거리가 바뀌게 되는데 이 거리 때문에 일식의 형태가 변하게 된다. 2023년 4월20일 남태평양 섬들을 가로지르는 하이브리드 일식과 2031년 대서양 복판을 가로지르는 하이브리드 일식이 있을 예정이다.

•한국천문학사, 나일성, 서울대학교 출판부

•고려사, 동아대학교 석당학술원, 경인문화사

•조선시대 일식 기록 분석, 김동빈, 대전시민천문대

•https://eclipse.gsfc.nasa.gov/SEsaros/SEsaros.html

청주가 고향인 박한규는 흉부외과 전문의로, 현재 경남 창원시 진해에 있는 늘푸른요양병원 병원장이다.박한규 원장은 키만큼 커다란 망원경으로 별보기를 좋아하는 어른아이다. 또 신화와 역사 그리고 과학을 넘나들며 엿보는 재미에 빠진 일탈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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