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륭황제가 친필현판 쓴 도일처 ‘싸오마이’
건륭황제가 친필현판 쓴 도일처 ‘싸오마이’
  • 김정희
  • 승인 2017.10.27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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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식을 읽어주는 여자, 북경의 맛을 읽다_3

맛 있는 역사이야기

도일처 내부. 오른쪽에 건륭황제가 음식을 먹던 모습을 재현한 동상이 보인다.

북경의 전문대로에는 건륭황제와 관련한 이야기가 있는 유명한 싸오마이(燒麥)가게가 있다. 가게 이름은 도일처(都一處)로, 1738년 산서 출신의 왕서복이 열었다고 한다.

1752년 섣달 그믐날, 건륭황제는 통주지역으로 관원 두 명과 함께 궁 밖으로 나갔다가 저녁이 늦어 전문에 돌아왔다. 모든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은 상태였는데 이 가게만이 장사를 하고 있었다. 배가 고팠던 일행들은 이곳으로 들어가 술과 싸오마이, 배추요리를 시켜먹었다.

그 음식 맛을 본 건륭황제가 왕서복을 불러 가게 이름을 물었다. 그러나 특별한 가게 이름이 없다는 그의 대답에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궁으로 돌아가 친필로 ‘도일처(都一處)라고 적은 현판을 써 보낸다. 도일처라는 뜻은 ‘유일하게 문을 연 곳’ 이라는 뜻으로 황제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었다.

도일처 싸오마이와 수수죽.

왕서복은 도일처라는 현판을 달고 장사를 이어갔는데 황제가 찾은 가게라는 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 2층 건물로, 2층에는 건륭황제를 기리는 초상화와 제단이 있고 향을 피우고 있다. 2층 입구 식당에는 건륭황제와 그 일행이 방문하여 음식을 먹는 장면이 동상으로 재현돼 있다.

싸오마이는 만두와 비슷하지만 만두보다 피가 얇고 모양이 마치 꽃이 핀 형상을 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초매, 귀봉두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기도 한다.

무슨 이유일까? 종업원들의 표정이 어둡고 불친절하여 조금 실망스러웠다.

메뉴를 살펴보니 속 재료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했다. 돼지고기죽순싸오마이(猪肉春笋烧麦)는 중국 돈으로 48위안 정도로 돼지고기와 어우러져 부드럽고 아삭거림이 좋다. 부추새우싸오마이(韭菜鲜虾烧麦 : 52위안)는 새우가 통통하니 씹는 즐거움이 있고, 부추향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얇은 피가 특징이라 했는데 꺼우부리 만두와 비교해 촉촉함이 덜 한 듯하였다.

사실 그 곳은 만두의 맛 보다는 건륭황제의 스로리를 찾아 오는 관광객이 많은 듯하다. 건륭황제가 누구던가?

건륭황제의 만주어 본명은 愛新覺羅 弘曆(아이신줘로 훙리). 아이신줘로는 우리식으로 하면 김씨, 김가라는 말이다. 만주어 ‘아이신(aisin)’은 ‘金’을 뜻한다. 아이신 집안은 황금씨족인 것이다. 건륭제는 별명이 ‘십전노인(十全老人)’이다. 열 번의 정복전쟁에서 모두 승리한 위인이라는 의미다.

도일처 안에 있는 건륭황제 제단.

1711년에 태어나 20대 중반인 1735년 황위에 올라 60년 넘게 보위에 있다가 1796년 물러났으나 이후 2년간 태상왕(太上王)으로 실권을 행사하다 1799년 세상을 뜬다. 중국의 역대 황제 중 최고로 장수한 황제이며 중국 최후의 태상황제였다.

그에게 ‘십전노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1747년 대금천(大金川)을 시작으로 1791년까지 무려 4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준가르, 사천성 금천 지역, 네팔을 각각 두 번씩, 그리고 回部(회족지역), 미얀마, 대만, 월남을 한 번씩 도합 10회에 걸친 원정을 통해 모두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건륭황제로 인해 현재 중국의 영역이 확정된 셈이다.

이 시기에 이르러 중국요리의 최고봉 ‘만한전석(滿漢全席)’이 완성됐음은 우연이 아니다. 건륭제의 조부 강희제는 본인이 회갑을 맞아 천자로서는 보기 드문 장수를 누리는 기쁨에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 2800명을 대궐로 초청해 이틀에 걸쳐 연회를 벌였다. 그리고 만석과 한석을 두루 갖춘 잔칫상을 가리켜 친히 만한전석이라 불렀다. 이렇게 해서 만한전석은 만주족과 한족의 산해진미를 모두 갖춘 궁중연회를 뜻하는 말이 됐다.

장국영 주연의 영화 <금옥만당>은 바로 이 ‘만한전석’이라는 요리를 두고 펼치는 코미디영화다.

만한전석에 쓰이는 식기류가 온전히 남아있는 것은 산동의 공자 집안에 보관된 것이 유일한데 모두 404개로 물경 196가지의 음식을 담아 낼 수 있다고 한다. 모두가 은제인 이 식기류는 1771년 신묘년 건륭제가 자신의 딸을 공자의 72대손에게 시집보내면서 혼수품으로 딸려 보낸 것이라고 한다.

방선 입구.

만한전석 외에 북경에는 정통 궁중요리를 맛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북경의 북해공원 안에 위치한 ‘방선반장(仿膳飯莊)’이다. 1925년에 북해공원이 개방 된 이후 청나라 황궁 ‘어선방(御膳方, 황실의 음식을 담당하는 부엌)’의 주방장이었던 조인제, 손소연, 왕옥산 등이 열었다고 한다.

황궁의 모습을 갖추고 있고 여종업원들의 복장이 청대 궁녀 복장을 하고 있어 그 자체가 기념촬영 장소가 된다.

방선의 궁중요리.

비싼 음식 값에도 국내외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만한전석 세트 요리는 2000위엔부터 6000위엔,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탓에 약식의 만한전석을 체험하며 중국향 가득한 술 한 잔을 곁들이니 스스로가 황제가 된 듯하다.

후식으로 나온 과자에서 멜론향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가 떠오른다. 건륭황제가 사랑했던 위구르의 여인 향비(香妃). 몸에서 향기가 난다하여 향비라 불린 그 여인의 고향은 향기로운 멜론 이야기가 전하는 곳이다. 음식을 통해 견륭제를 기억하고 역사를 읽는다.

음식역사문화창의학교 진지박물관 대표다.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했으며, 고(古)조리서를 바탕으로 궁중음식 등 전통음식을 재현하고 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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