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엔 경리단길…청주에는 운리단길
서울엔 경리단길…청주에는 운리단길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10.3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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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쇄박물관서 시작되는 2차선 도로, 걷고 싶은 길로 변신 중
다양한 문화공간, 체험시설에 개성있는 카페와 이색 맛집 공존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해 새로운 거리로 탈바꿈하면서 많은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충북 청주시 운천동에 위치한 ‘운리단길’이 바로 그곳이다. 운리단길은 행정지명이 아니다. 과거 서울시 용산구 육군중앙경리단 때문에 이름 지어져 현재 유명한 거리가된 ‘경리단길’을 모티브로 만들어 진 별칭이다.

운치 있는 카페와 이색맛집, 주점 등이 즐비한 경리단길이 뜨기 시작하자 전국에 ‘○리단’들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 서울 망원동의 ‘망리단길’, 광주의 ‘동리단길’, 경주의 ‘황리단길’ 등이 그 사례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낡은 길이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젊은 문화의 옷으로 완벽히 갈아입어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운리단길에는 많은 문화시설중 하나인 청주고인쇄박물관 / 사진=박상철

한국공예관과 청주고인쇄박물관 사이의 2차선 도로로 들어 가다보면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금속활자 전수교육관, 근현대 인쇄전시관, 흥덕사지 등 다양한 문화공간과 체험시설도 위치해 있어 청주시만의 특색 있는 옛 문화와 예술을 느낄 수 있다.

운천동에 위치한 운리단길의 모습 / 사진=박상철

조금 더 들어가 흥덕초등학교를 지나면 도로 양 옆에 세워진 은행나무와 가로수는 마치 경부고속도로 청주IC에서 가경천 축천교까지의 ‘청주가로수길’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장관을 연출한다. 몇몇 골동품가게와 작은 미술관 등 소박한 가게와 크기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소품과 눈길을 사로잡는 인테리어는 지나가는 이들이 발길을 잡기에 충분했다.

운리단길 일부 벽을 수놓은 그림 / 사진=박상철

아직 ‘경리단길’보다 활성화되진 못했지만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선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이색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거리로 SNS와 블로그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실제로 포털에 운리단길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글과 사진이 검색된다.

운리단길에 마주친 청주대 2학년 A, B씨는 “몇몇 친구들이 올린 SNS사진을 보고 지나가는 길에 한번 들러봤다”며 “길거리가 생각보다 소박하고 아기자기 하다. SNS에 제일 많이 올라온 카페서 사진을 찍고 가야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핸드메이드 방향제(EMITBOX)와 커피숍(Sunday eleven)를 함께 운영하는 유희경 대표는 길이 너무 예뻐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 사진=박상철

인근 직장에 다닌다는 C씨 “점심식사와 간단히 손님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으면 이곳을 찾고 있다”며 “불과 지난해만 해도 식당이 많이 없었는데 여러 식당이 생겨 선택의 폭도 넓어졌고, 음식도 생각보다 맛있어 동료들과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핸드메이드 방향제(EMITBOX)와 커피숍(Sunday eleven)를 함께 운영하는 유희경 대표는 “원래 수곡동 쪽에서 가게를 운영했는데 우연히 이곳 운천동에 구경을 왔다가 길이 너무 예뻐 이곳으로 옮기게 됐다”며 “운리단길이란 명칭이 생기면서 SNS를 보고 찾는 젊은이들은 물론 동네 주민들도 많이 찾아주셔서 예전보다 거리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리단길 주변에는 이색 맛집들이 위치하고 있다. / 사진=slowlybobjip 인스타그램

느루맛집 김민지 대표는 “가게 운영을 위해 자리를 알아보던 중 인근에 흥덕사지나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어 조용한 동네 분위기가 좋아 이곳을 택했다”며 “가게 운영 6개월째인데 주로 20대 젊은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 예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다보니 찾는 손님이 크게 늘었다.”라며 밝게 웃었다.

운리단길이라 불리기 전인 지난해 4월 운영을 시작했다는 카페 ZOOM 대표는 “조용한 동네가 젊은이들이 평일 점심과 주말에 많이들 방문해 유동인구가 많이 늘었다”며 “젊은 사람들이 블로그나 SNS를 활발히 하다 보니 호기심에 많이들 찾는 것 같다”며 운리단길의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많은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운리단길에 위치하고 있다 / 사진=박상철

그림 작업실 겸 일본 말차 찻집인 ‘화진다실’ 추화진 대표도 “저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문화재도 있고, 여러 체험 시설도 있는 이곳에 작업실로 택해 작년 10월에 왔다”며 “이후에 몇몇 젊은이들이 음식점과 카페를 열면서 손님들이 크게 늘었다. 상업적인 가게가 늘어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 좋지만 좀 더 많은 문화인들이 들어와 특색 있는 문화의 거리로도 발전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운리단길서 20년째 세탁소를 운영한다는 D씨는 “최근 몇 달 사이 인근에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생기면서 젊은이들의 발길이 늘어 ‘운리단길’이라는 명칭까지 생겼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주말이면 많은 젊은이들이 다녀서 활기차고 보기 좋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참여해 이 거리가 더욱 활성화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화진다실'에서는 일본 말차를 맛보면 주 작가의 그림도 구경할 수 있다. / 사진=박상철

한편, 내일(31일) 운리단길에서는 ‘할로윈 이벤트 보물찾기’ 행사가 열린다. 이벤트 포스터가 부착된 매장을 이용한 뒤 정해진 구역 곳곳에 숨겨진 보물 쿠폰을 찾아 쿠폰에 적힌 매장을 찾으면 상품으로 교환하는 행사로 ‘운리단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더 큰 재미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운리단길 여럿 카페는 작지만 분위기 있는 카페가 많아 젊이들 사이에 사진 찍는 장소 유명하다. / 사진=박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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