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충북? 도민들 의아해 하는 것 알아”
“무예충북? 도민들 의아해 하는 것 알아”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11.08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시종 지사의 집요한 무예사랑…무예계 쿠베르탱 꿈꾸나
2016년 9월1일 청주상당산성에 열린 무예마스터십 성화채화. 사진=세종경제뉴스DB

이시종 충북지사의 ‘무예사랑’이 깊어만 가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도민들이 의아해 하는 것을 안다”면서도 “일반 올림픽이 아테네에서 시작됐다면 무예 올림픽은 충북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남기겠다”고 했다. 11월6일, 충청리더스포럼 특강에서 한 얘기다. 이시종 지사는 무예계의 쿠베르탱 남작을 꿈꾸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시종 지사는 이날 진천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무예마스터십 폐막을 하루 앞두고 경기 시상을 마친 뒤 행사에 참석했다. 이 지사는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25분 간 진행한 특강을 무예이야기로만 채웠다.

이 지사는 “무예가 민족과 나라를 지키려는 호국정신에서 시작됐음에도 조선시대에 유교와 문(文)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외침에 나라가 유린됐다. 그래서 정조는 무(武)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 지사는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은 무예인들이 그 나라의 실력자들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푸틴은 민족무예 삼보 선수 출신이고, 현재 삼보연맹 회장은 푸틴의 최측근이라는 것이다. 무아이타이연맹 세계 회장은 태국에서 장관과 국회의원을 서너 차례씩 지냈다고 했다.

이시종 지사는 현대 스포츠의 단체 본부가 몰려있는 스위스 로잔처럼 충북을 무예의 본고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기에는 서양 중심의 올림픽에 대한 경쟁논리가 깔려있다.

이 지사는 “올림픽은 서양 사람들이 점령했다. 무예 중에는 유도와 태권도만 올림픽 종목에 들어갔고 우슈, 삼보, 무아이타이(무에타이) 등은 못 들어갔다. 전국체전, 도민체전도 올림픽의 식민지다. 씨름, 태껸은 빠지지 않았나? 올림픽에 못들어간 무예종목은 다 모여라. 이런 취지로 무예마스터십을 개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시종 지사는 당초 행사이름을 ‘무예올림픽’으로 지으려 했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마스터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2017년 11월6일 충청리더스포럼 특강에서 무예에 대해서 얘기하는 이시종 지사. 사진=박상철 기자

1998년 이시종 지사가 민선 충주시장을 지낼 때 시작한 충주세계무술축제는 2017년 18회 대회를 치렀다. 지역여론의 냉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2016년에는 세계무예마스터십을 청주에서 개최했다. 세계무술연맹을 유네스코에 등록했고, 유네스코 직접기구인 국제무예센터는 충주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시종 지사는 “말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무예마스터십 40여개 종목에 40여개 나라 선수들이 참여했고, 국제 룰에 따라 도핑테스트까지 거쳐 대회를 치렀다. 지난 4월 덴마크에서 열린 스포츠어코드 총회에서는 2019년 2회 무예마스터십을 스포츠어코드와 공동 주최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스포츠 무예계에서 한국과 충북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했다”고 자평했다.

올림픽과 무예마스터십을 양존하는 지구촌 축제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시종 지사의 포부다. 특강을 들은 회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경제인들이 궁금해 하는 것, 답답해하는 부분들에 대한 속 시원한 얘기를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사의 고집스러운 신념을 읽을 수 있지만 후임자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밀어붙일지는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문도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