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벌Story, 도시락으로 들어볼래?
안덕벌Story, 도시락으로 들어볼래?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11.0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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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국 600명 모이는 국제행사에 사연담긴 ‘콩 한 상’
보도연맹으로 남편 잃은 과부들 ‘콩나물·두부’로 생계
안덕벌 콩도시락을 기획한 조송주(왼쪽) 예숨뛰내 대표와 김정희 진지박물관 원장. 사진=박상철 기자

50여개 나라 컬처디자이너 600여명에게 청주 안덕벌의 애달픈 역사가 담긴 ‘콩도시락’이 환영만찬으로 제공된다. 10가지 사연이 담긴 음식이 도시락 한 상에 담겨 세계인들과 소통하게 된다.

청주시와 월드컬처오픈이 공동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충북도가 후원하는 ‘2017세계문화대회(Better Together)’가 11월10일~12일까지 옛 청주연초제조창 일원에서 열린다. 세계문화대회는 예술, 인문, 과학,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감과 평화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공익활동가들이 모여 열정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장이다.

11일에는 르완다 대학살의 아픔을 예술을 통해 치유하는 월드뮤지션 장 폴 삼푸투(르완다), 과학과 영성을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우주과학자자 주드 커리반(영국), 월드피스이니셔티브 재단 창설자 핑핑 워라카테(태국), Cities of Love 창설자이자 영화제작자인 엠마뉴엘 벤비히(프랑스) 등을 만날 수 있다.

12일에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자 여성·아동인권운동가인 카디자 알살라미(예멘), RoMeLo 연구소장 데니스홍 박사(미국), ‘미움 받을 용기’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일본), 뉴욕 타임스퀘어 아트 공공미술 디렉터 데브라 시몬(미국) 등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11일 환영만찬의 메뉴가 바로 안덕벌 ‘콩도시락’이다. 안덕벌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도시락을 매개로 참가자들과 소통에 나서는 것이다. 주최 측은 당초 뷔페식으로 환영만찬을 준비하려다가 대회 취지에 맞게 만찬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덕벌 콩도시락에 담긴 사연은 6.25전쟁 발발 직후, 군경이 예비검속 차원에서 진행한 ‘보도연맹’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경은 좌익분자들을 처분한다며 내덕 1·2·3구에서 민간인 153명을 학살했고 그 중 안덕벌 주민이 50여명에 달했다. 결혼해 처자가 있던 사망자도 40여명이나 됐고 그 미망인들이 콩나물을 기르고 두부를 만들어 생계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안덕벌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조송주 ‘예숨뛰내(예술이 숨쉬고 문화가 뛰노는 내덕동)’ 대표는 “보도연맹 미망인들은 함께 콩나물을 기르고 두부를 만들어서 청주시내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렇게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가정을 지켰다. 30~40명씩 몰려다니는 이들을 ‘떼과부’로 비하하던 아픈 사연이 서려있다”고 설명했다.

안덕벌 ‘콩도시락’을 재구성한 사람은 예비사회적기업 ‘진지박물관’의 김정희 원장이다. 김정희 원장은 “우리 속담에 ‘콩죽 한 그릇도 못 먹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만큼 콩은 흔한 식재료였다. 안덕벌의 애환을 콩 한 상에 담아 문화대회 참가자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밝혔다.

콩도시락 차림 사진=박상철 기자

콩도시락의 ①번 메뉴는 우리가 비빔밥으로 알고 ‘부빔밥’이다. <시의전서> 등 옛 문헌에는 비빔밥이 아니라 부빔밥이라고 나와 있다. 부빔밥에 콩나물을 얹었기 때문에 ‘콩부빔밥’이다.

②번 메뉴는 불린 찹쌀과 검은콩을 갈아서 쑨 콩죽. 소고기 꾸미와 계란지단으로 장식했다.

③번은 쌀가마니처럼 생겼다고 해서 김 원장이 직접 이름을 붙인 ‘콩섬’이다. 부침두부에 돼지고기와 야채를 속으로 넣고 부추로 묶었다. 이번 행사에서 무슬림들에게는 닭고기 콩섬이 제공된다.

④번은 콩과 버섯을 갈아서 부친 뒤 깻잎, 고추, 대추 등으로 장식한 ‘콩전유어’다. ⑤번은 퓨전 메뉴인 ‘증편콩샌드위치’다. 빵 대신 발효떡인 증편을 사용하고, 그 사이에 햄과 콩나물을 넣는다. 콩나물은 머리와 꼬리를 떼고 살짝 데쳐 사각사각 씹히게 만든다.

⑥번은 콩다식, ⑦번은 두아채, 즉 콩나물 무침이다. ⑧번은 고추장, ⑨번은 김치, ⑩번은 된장에 박은 무장아찌, 짠지다. 도시락과 함께 난장이라고 불리던 된장국이 나간다. 환영 만찬은 안덕벌 여성 통장들과 문화해설사 등 지역주민을 포함해 15명 정도가 함께 준비하고 있다.

부빔밥을 선보이는 김정희 원장. 사진=박상철 기자

김정희 원장은 “콩 한 상을 맛있게 먹으려면 즐기는 법이 있다. 먼저 콩죽으로 속을 달래되 짠지를 올려 먹으면 맛있다. 부빔밥은 젓가락으로 살살 비비고 난장국물을 곁들여 가며 먹으면 더 맛있다. 다 먹은 뒤에는 콩다식과 콩차로 입가심을 하면 개운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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