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페스티벌, 11명의 숨은 주역들
젓가락 페스티벌, 11명의 숨은 주역들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11.15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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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권 전통문화 계승 및 창작활동 펼치는 지역 작가들 행사 더욱 알차게 해

'2017 젓가락 페스티벌'이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성황을 이루고 있다. 페스티벌의 대성황에는 지역 작가 11명의 숨은 주역들이 있기에 더욱 빛나고 있다.

각자장, 규방, 붓, 옹기, 분디나무(산초나무), 목공예, 각자장 등 한국의 문화원형에서부터 창작예술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장르가 모여 전시, 워크숍, 토크콘서트 등을 통해 성공적인 젓가락 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다.

젓가락특별전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 칠장 김성호, 유기장 박상태, 야장 유동렬, 옹기장 최광근, 규방공예 이소라, 한지공예 이종국, 목공예 황명수 등 7명과 연계행사로 전개되고 있는 콘텐츠코리아랩 창조학교에는 필장 유필무, 각자장 박영덕, 민속전문가 송봉화, 화가 강호생 등 4명이 그 주인공이다.

행사자 한켠에 마련된 이들 공간을 찾는다면 우리의 문화원형이 무엇인지, 공예란 무엇인지 묻고 답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젓가락과 의식주 서브컬처를 함께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작가의 방을 구성하고 다양한 공예품을 깎고 다듬고 빚고 누비며 전시를 더욱 알차게 하고 있다.

칠장 김성호. 견딤이 쓰임을 만든다고 했다. 99번 칠하고 100번째 장인의 숨결과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탄생되는 옻칠공예는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롭다. 말보다 손끝으로 말하는 우직함의 미학이 빛난다. 여기에 나전을 입히면 아름답고 실용적인 예술이 된다. 천년의 빛 불멸의 향기가 느껴진다. 작가의 방에는 김성호 씨의 옻칠나전 젓가락 1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유기장 박상태. 유기는 구리와 주석의 합금률이 78대 22의 완벽한 조화 속에서 탄생하는 신비의 공예품이다. 최근에 청와대에서는 미국 대통령 부부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공식기념품으로 유기 수저세트를 선물했다. 박상태 씨는 젓가락특별전 전시장에서 직접 쇠를 불에 녹여 젓가락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야장 유동렬. 차갑고 거친 쇠의 물성에 장인은 끝없이 쇠망치를 들고 두드린다. 그 두드림의 문이 열릴 때 쇠는 부드러워지고 따뜻한 온기가 돌기 시작한다. 유동렬 씨가 직접 대장간을 옮겨와 쇠를 두드려 젓가락을 만들고 있다.

옹기장 최광근. 한국의 식문화 3대 에센스는 옹기, 소반, 수저다. 그만큼 우리에게 옹기는 중요하고 친근하다. 구릿빛 도공의 손길과 흙의 숨결이 만나 대자연의 신비, 푸른 꿈결을 만든다. 최광근 씨는 현재 2m 크기의 대형 옹기를 발물레와 손으로 직접 만들고 있다.

규방공예 이소라. 한 땀 한 땀 바느질은 인고의 시간이자 사랑의 시간이다. 이소라의 방은 조선의 양반댁 안방 느낌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오방색 염색의 조각보에 바느질 하는 작가의 풍경이 아름답다. 관람객들이 직접 작가와 함께 바느질을 할 수 있다.

한지와 분디나무(산초나무) 젓가락을 만들고 있는 이종국. 들길 따라 강길 따라 숲길 따라 무량하게 쏟아지는 볕을 따라가면 벌랏한지마을이 있다. 하늘 아래 첫 동네, 바로 그 곳에 절멸 위기에 처한 전통한지의 맥을 잇기 위해 청춘을 다 바쳤다. 작가는 지금 천 년 전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분디나무(산초나무)로 젓가락을 만들고 있다. 국내외 관람객 모두에게 인기만점이다.

목공예가 황명수. 나무의 색이 좋고 나무의 결이 좋아 목수가 되었다. 나무가 주는 촉감이 좋고 나무의 향이 좋아 하던 일 팽개치고 연장을 들었다. 숟가락도 만들고 도마도 만들고 테이블도 만들었다. 황명수 씨는 자신의 작품 400여 점을 젓가락특별전에 전시하고 시연도 하고 있다.

필장 유필무. 한 일(一)자를 10년 쓰면 붓끝에서 강물이 흐른다고 했다. 한 분야에서 하루 세 시간, 10년을 몰입하면 최고의 전문가인 아웃라이어(outliers)가 된다고 했다. 지금 당신의 삶에 강물이 흐르고 있는가. 붓으로 말하고 노래하고 인고의 세월을 지켜왔으니 예술은 언제나 위대하다. 유필무 씨가 40년 한 길을 걸어오며 만든 붓 5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각자장 박영덕. 태초에 말이 있었다. 그 말을 기록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끝없이 진화해 왔다. 나무에 글을 새기고 문양을 입히는 일은 한 사람과 한 시대의 영혼을 담는 일이다. 금속활자 이전에 목판활자가 있었는데 박영덕 씨는 목판인쇄 분야의 장인이다. 훈민정음 해례본, 언해본 등 100여 점이 소개돼 있으며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다.

민속전문가 송봉화. 역사는 말이 없지만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송봉화 씨는 말로 다 할 수 없고 글로 다 담을 수 없는 것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자료를 수집해 오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 사진이 그리운 것은 우리의 몸 자체가 원시성과 자연성을 닮았기 때문이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방과 충북의 민속자료, 사진, 영상 등 100여 점이 소개되고 있다.

고서 전문가 강전섭. 책은 지식의 최전선이다. 강전섭 씨는 30여 년간 옛 책과 한국의 교과서를 수집해 왔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고서만 해도 2만여 점에 달한다. 전시장에는 딱지본, 문학서적, 잡지 창간호 등 100년 전후 고서 250점이 소개돼 있다.

화가 강호생. 3㎝ 크기의 한지 2만개의 오브제를 오려 붙이는 방식으로 생명의 울림을 회화와 설치미술로 표현했다. 가까이서 보면 낱알들이지만 멀리서 보면 거대한 작품인데 젓가락과 식문화 이미지가 실루엣처럼 아른 거린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번 페스티벌은 젓가락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가 망라돼 있다”며 “보고 느끼고 만들며 즐길 수 있는 오감만족 페스티벌에 시민들이 많이 와서 늦가을의 추억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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