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am8시45분 식약처…민심 ‘춥고 흐림’
[르포]am8시45분 식약처…민심 ‘춥고 흐림’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11.28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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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7일…가습기 살균제 성분 피해자 J씨, 16일째 노숙단식 中
운수노조 비정규직 반대시위…계란유통협회 “대기업 좀 말려줘”
식약처 정문 앞 저 굴 속 같은 천막 안에 보름째 단식 중인 여성이 있다. 사진=이재표 기자

차량온도계는 외부온도를 3.3도라고 표시한다. 하지만 안개가 뿌옇게 낀 하늘에 태양은 보이지 않아 을씨년스러운데, 정문 앞은 1인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출근족들과 뒤엉킨다. 국책기관 건물 외에는 어떠한 편의시설도 없기에 일반인들은 전혀 없는 이곳…. 시위는 오직 식약처를 향하는 셈이다.

그들은 누구일까? 정문 양옆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이들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충북지부 조합원들이다. 공공운수노조와 식약처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시위에요. 식약처는 비정규직이 30%로 다른 공공부문보다 높습니다.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함께 싸우자고 격주에 한 번씩 화요일마다 여기에 옵니다.”

일반인은 지나지 않는 인도 위에 오직 식약처 직원들만 보라는 1인시위. 그러나 눈길을 주는 이들은 거의 없다. 사진=이재표 기자

한국계란유통협회에서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협회본부가 있는 서울 용산에서 어제오늘 식약처와 협상이 있어서 지원사격을 나왔단다.

“청와대 앞에서도 1인 시위 중이고요. 저는 충남지부에서 나왔습니다. 식용란 선별포장업법이 사실상 대기업만을 위한 법이거든요. 영세업자들은 장비나 창고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경쟁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과 계란시위 사이에는 스티로폼 위에 쳐놓은 작은 비닐 천막이 있다. 천막이라기에는 높이도 허리춤보다 낮고 길이도 짧다. 한 사람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이글루 모양이다.

이 천막 안에는 11월14일부터 보름째 노숙단식 중인 J씨가 누워있다. 든든히 먹고 입어도 추운 날씨에 노숙단식이라니 그야말로 결사의 자세다.

40대 여성인 J씨는 수년째 식약처와 싸우고 있다. 그 사연은 인터넷 세종경제뉴스 9월1일자와 월간 세종이코노미 10월호에도 실렸다. <관련기사 아래 링크>

J씨는 가습기 독성살균제와 같은 성분이 든 스프레이를 홈쇼핑에서 구매해 사용한 뒤 생사를 넘나드는 질병과 싸워야했다. 하지만 그 원인이 문제의 성분 때문이라는 걸 알기까지는 1년이 걸렸다.

영세 계란업자는 대기업 등쌀에 못 살겠다고 호소한다. 사진=이재표 기자

식약처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것은 “제품을 강제회수하라”는 요구에 대해 이리저리 이유를 대며 이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기준을 만들기 이전에 제조된 것은 회수할 수 없다”며 제품이 유통되는 것을 방치했고 최근 들어서는 “이미 생산과 유통이 중단된 제품이라 회수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단다.

J씨는 “유명 헤어디자이너가 과장, 허위광고를 통해 제품을 판매한 만큼 그들이 응당한 대가를 치를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몸도 성치 않은 그는 굴속 같은 천막 안에서 추외와 배고픔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정문을 통과하는 차들은 창문을 굳게 닫고 현장을 통과한다. 정문으로 들어서는 사람들도 패딩의 지퍼를 채우고, 목도리를 감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종종걸음을 친다. 낯이 익은 풍경이라는 듯 눈길도 주지 않는다. 출근시간도 잠시, 오전 9시를 넘긴 정문 앞은 이내 한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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