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포기 못해…밭에서 한 포기 800원
배추를 포기 못해…밭에서 한 포기 800원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12.01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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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폭락, 밭떼기로 팔면 포기당 500원 받기도 어려워
청주시 근교에 붙어있는 배추 직접 판매 현수막. 거래가는 포기당 800~1000원 정도로 소매가 절반 수준이다. 사진=이재표 기자

배추값이라는 게 묘하다. 한 포기에 1만원을 호가해 김치가 아니라 금치가 됐다가도 밭떼기.로 헐값에 넘기느니 밭을 갈아엎는 경우도 있다. 태풍도 불지 않은 올해는 배추 대풍년에, 값은 폭락이다.

배추밭을 차마 갈아엎지 못해 김장배추를 밭에서 파는 농민들이 등장하고 있다. 청주 근교 도로변 배추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차량의 왕래가 잦은 점을 이용해 현수막이나 피켓을 세워놓은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가격은 한 포기에 800~1000원 정도다.

김장철을 맞아 시장에서 팔리는 배추가격은 대개 한 포기에 2000원 안팎이다. 여기에는 물류비용과 도소매 마진이 포함돼 있는 것이라 농민들이 산지 유통 상인들에게 넘기는 가격은 포기당 500원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통 상인들이 수확도 하지 않은 배추를 밭떼기로 사들일수록 가격은 더 떨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밭떼기 즉, ‘포전거래’를 하는 비율이 8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판매 현수막을 내건 농민 정 모씨는 “배추농사에 들어간 본전을 생각하면 인건비를 빼더라도 한 포기에 700~800원은 받아야 생산원가다. 상인들에게 넘겨서는 그 가격을 도저히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직거래를 시도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응은 딱히 시원치는 않다. 집집마다 김장 규모가 줄면서 대개 10포기 안팎씩 팔리기 때문이다. 정 씨의 밭에는 팔리지 않는 배추가 비닐을 덮은 채로 남아있다. 김장이 끝나가니 팔리지 않은 배추가 걱정이다.

유통전문가들은 “배추는 가격이 비탄력적이다. 값이 오른다고 갑자기 더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값이 폭락했다고 사람들이 배추를 더 소비하는 것도 아니다. 올해는 폭우 등으로 초가을 배추값이 폭등하자 뒤늦게 배추를 심은 농민들이 많아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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