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문화체험관, 세종시의회서 ‘제동’
한국불교문화체험관, 세종시의회서 ‘제동’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12.04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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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산건위, 13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 끝에 ‘졸속추진’ 결론
조계종 자부담 72억원 확보…시설성격 규정이 ‘판가름할 듯’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세종호수공원을 굽어보는 전월산 자락에 들어설 예정이다.

세종시에서 심각한 종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국불교문화체험관 건립 관련 2018년 예산 40억원이 세종시의회에 산업건설위원회 심의에서 1차 부결됐다. 이로써 이 예산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살아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는 12월1일 46회 정례회 7차 회의를 열고 세종시가 2018년 예산안으로 제출한 한국불교문화체험관 건립비 40억원을 전액 삭감해 예결위와 본회의로 넘겼다. 이날 산건위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1시까지 무려 13시간 동안이나 진행돼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임을 드러냈다.

부결의 명분은 세종시가 뒤집어썼다. 산건위 관계자는 “2018년 40억원을 포함해 시비 54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공청회조차 한 번 열지 않는 등 졸속으로 추진해 예산을 부결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세종시 기독교계와 일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한국불교문화체험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실력행사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대위는 11월26일, 정부세종청사 주차장에서 3000여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를 열고 한국불교문화체험관 건립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전용환 비대위원장(세종시기독교연합회장)은 “행정수도인 세종시의 심장부에 국가가 앞장서 헌법을 어기면서까지 특정종교 시설을 건립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체험관 건립과 종교부지 허가를 막아 법을 준수하는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태환 세종시변호사포럼 대표도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모든 국민은 종교적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국가는 정교분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 만약 국가가 특정종교의 행정에 관여하고 혈세까지 지원한다면 헌법 11조와 20조 위반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비대위의 주축인 세종시기독교연합회는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상대로 대전지방법원에 ‘종교용지사업계획 등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종시의원은 “지방선거를 6개월여 남겨둔 상황에서 기독교계와 일부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사업을 밀어붙이기에는 솔직히 부담이 크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거꾸로 불교계를 비롯해 관점을 달리하는 시민들이 어떻게 나설지에 따라 이 문제는 더욱 뜨거운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2019년까지 세종시 전월산과 총리 공관 인근 종교시설용지 2475㎡에 지하 3층, 지상 2층, 연면적 5850㎡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불교계는 “불교전통문화 체험과 관람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내외 관광객 유치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건립 예정지는 세종시 최고의 명소인 호수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전월산 자락에 있다.

이 사업은 또 전체사업비 180억원 가운데 조계종이 71억원을 부담하고, 국비 54억원을 확보해 세종시가 나머지 54억원을 부담하면 되는 사업이다.

실제로 불교계에서는 “관내 문화시설 건립에 조계종이 72억원을 부담하고 중앙정부에서도 54억원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세종시의 지원비율은 적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부담과 국비, 지방비의 부담률 4:3:3는 전북 전주 치명자산 성지 세계평화의 전당과 서울 원불교 역사문화기념관 등의 사례와 비교할 때 적정하다는 것이다.

결국 지원비율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설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을 수립한 세종시는 “한국불교문화체험관은 시민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건립하는 시설로 정부정책에 부응해 지원하는 사항”이라며 예산수립의 취지를 시의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교분리와 종교중립의무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비대위 측의 주장이 지속적으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비대위는 “불교계가 관련시설을 총무원 분소를 출장소 개념으로 하고 포교활동과 정부기관 유대 등 정무기능을 위한 목적으로 건립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지만 설립 목적이 교육문화와 관광 등에 있고 자부담과 국비로 70%를 확보한 사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예컨대 “불국사 석굴암을 개보수한다고 해서 정교분리와 종교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얘기다.

산건위에서 부결된 한국불교문화체험관 예산안은 12월7일부터 14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종합심사를 하고 12월15일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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