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살리려다 사람잡는 도로 위 ‘철근’
나무 살리려다 사람잡는 도로 위 ‘철근’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12.27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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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도로에 안전장치도 없이 철근 박혀있거나 안전 캡도 없어 시민 안전 위협
‘띠 녹지와 중앙분리대 수목에 대한 월동보호책’일환으로 방풍막 설치를 위해 박아 놓은 철근에 안전캡이 없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 사진=박상철기자

어두운 밤 운동을 마친 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A(44)씨는 실수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진 아픔도 잠시, 그를 더 놀라게 한건 눈앞에 약 40cm정도 길이로 땅에 박혀 있는 철근. ‘조금만 더 앞으로 넘어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청주시가 ‘띠 녹지와 중앙분리대 수목에 대한 월동보호책’ 일환으로 도심 주요 도로변 곳곳에 어른 손가락보다 굵은 철근의 높이가 들쭉날쭉 아무런 안전장치나 위험 안내판도 없이 박아 놔 지나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도심 도로에 철근만 박혀 있는 모습이 위험해 보인다. / 사진=보배드림

시는 녹색생태도시 조성을 위해 주요 도로변에 작은 가로수와 나무를 심어 놓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띠 녹지의 나무들의 동해와 수목의 생육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염화칼슘과 같은 제설제로부터 수목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11월부터 ‘월동보호책’을 실시하고 있다.

월동보호책은 띠 녹지와 중앙분리대 수목에 방풍막을 설치하는 것으로 띠 녹지 70~80cm마다 지주대인 철근을 박아 45cm 높이의 친환경 볏짚 바람막이를 엮는 방식이다. 하지만 청주 도심 도로변에서 어렵지 않게 수십 개 철근이 줄지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지나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오송의 한 도로 구간에는 90%이상이 관리 소홀로 안전캡이 전혀 씌여져 있지 않았다. / 사진=박상철기자

보통 지나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철근 끝에 노란색 플라스틱 보호 캡을 씌워야 하지만 그것 조차도 없이 박혀있어 실수로 철근 위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일부 구간은 철근에 볏짚을 둘러놓았지만 관리 소홀로 대다수 철근에 보호 플라스틱 캡이 없었고 잔뜩 녹이 슨 상태로 찔릴 경우 파상풍의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다.

철근의 길이가 볏짚보다 길어 툭 튀어 나와 있는 모습. 옆에는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인도다. / 사진=박상철기자

이에 대해 청주시 흥덕구청 관계자는 “방풍막은 보통 11월부터 설치가 시작돼 이듬해 3월 다시 철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수시로 도로를 돌며 캡이 벗겨져 있거나 위험해 보이는 곳에 대한 보수를 하고 있는데 철근만 박혀 있는 곳은 공사가 진행 중인 구간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청주시에서도 내년부터 지주대를 철근에서 좀 더 안전한 것으로 대체하려고 논의 중에 있다”며 “시민들에 안전에 위협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현장에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가림막 설치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정작 설치에 있어서도 시민 안전은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고가 터지고 나서 그때 마다 부랴부랴 사후약방문식 처방을 내놓는 안전 불감증의 구태가 재현될까 두렵다는 게 일반 시민들의 중론이다.

보통 방풍막 설치에 사용되는 철근에는 노란색 안전캡이 사진처럼 씌여져 있어야 한다. / 사진=박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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