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에서 고기까지 순차적으로 나오는 진미
국물에서 고기까지 순차적으로 나오는 진미
  • 김정희 관장
  • 승인 2018.01.06 0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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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정에서 러시아 음식을 읽다_2
러시아 전통 수프

연어 훈제가 유명하듯 러시아에서는 물고기를 훈제하는 가공 기술이 특별하다. 생선에서 나오는 물고기 알들 역시 특이한 맛을 감미해주는 재료로 철갑상어와 연어알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런 물고기 알들은 무조건 절여서 먹은 것이 아니라 식초나 우유에 숙성시킨 요리로도 만들었다.

고기 음식들은 삶거나 작고 밀폐된 공간에서 굽는 방법으로 요리를 했다. 삶은 고기 음식은 1차 음식의 국물로 분류되어 생선수프나 완두콩수프처럼 선차로 상에 올랐다. 

대부분 술안주 즉 3차 요리로 구분되는 고기 요리는 페치카에서 바짝 구어 만든 맛이 일품이다. 특히 양고기와, 소고기, 닭, 오리, 거위 고기들을 페치카에 구우면 별맛이다. 

생선튀김과 볶음밥

러시아 전통음식에서 특이한 점은 송아지고기와 말고기를 금기하였다는 역사가 있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송아지고기를 특별히 금지하는 현상은 없어졌다. 하지만 말고기에 한해서는 다른 민족들과 섞여 사는 지방적 특성에 따라 음식에서 일부 제한을 받고 있다.

러시아 음식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성은 음식 종류별에 따르는 먹는 순차다. 한국의 음식 문화와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모든 음식을 한 상에 다 차려놓고 주식인 밥을 국물과 반찬과 함께 곁들어 먹는다면, 러시아에서는 그 음식들을 종류 별로 구분하여 1차, 2차, 3차로 갈라 먹는다. 

예를 들면 국물을 기본으로 하는 수프는 제일 먼저 먹는 1차 음식에 속하며, 감자와 육류, 물고기와 야채를 섞어 만든 음식은 대부분 국물 음식을 먹은 다음 2차로 따로 먹는 습관이 전통적이다. 그 후 3차로 다른 볶음 요리 혹은 삶은 요리들을 먹는데, 대부분 주류를 마시기 위한 술안주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사람들은 식사 후 반드시 디저트로 케이크나 생과자를 차나 과일 음료수를 곁들어 마시는 습관이 철저하게 배어있다. 실제로 이런 먹는 순차에 대한 습관과 문화가 아시아 나라들과 유럽 나라들 간의 음식 문화에서 가장 차별화 되는 비교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루시 시대 때 러시아 전통음식에서 1차 음식은 고기, 물고기, 버섯, 야채, 과일 및 산열매로 만든 국물음식이었다. 심지어 크와스(호밀빵 음료)와 우유, 산유 국물도 있다. 1차 음식은 뜨거운 음식과 찬 음식으로 구분되어 있다. 

루시 시대 때 러시아 1차 음식은 주로 마시는 음식과 빵 음식이라고 불렀으며 여기서 마신다는 의미는 숟갈로 떠서 마시는 것을 말한다. 1차 음식을 대표하는 단어로 ‘수프’라는 단어가 생겨났으며 이는 기존이나 현재에도 육류나 수산물, 버섯, 야채, 알곡, 국수 등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드는 국물 음식을 표현하고 있다. 

언어적인 표현으로는 루스키 우카(러시아 생선국), 루스키 쉬(러시아 양배추국), 루스키 보루쉬(빨강무우 야채국), 루스키 라솔리니크(삶은 완두콩국), 루스키 샬란카(햄 종류와 야채가 들어간 국), 루스키 오크로슈카(햄, 소시지, 고기, 야채 등을 섞은 혼탕국), 등이 있으며 이 음식들은 러시아 음식 문화에서 제일 먼저 먹는 음식들로 된다. 

러시아 음식 문화에서 이런 순차적 배치는 생물학적 음식 섭취 시각에서 가장 합리적인 순서의 의미라고 러시아인들은 간주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러시아 역시 고기음식들은 여러 가지로 많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 음식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고기요리는 고기를 분쇄하여 만든 음식들인데, 그런 종류의 음식들로는 다양한 형태의 카틀레트(분쇄한 고기를 덩어리로 만들어 기름으로 볶거나 튀긴 음식), 비토치키(분쇄한 고기 재료를 넙죽하고 둥글게 빚어 기름에 볶은 요리, 가츠레츠와 같은 종류), 콜바사(소시지, 햄 종류)가 있다. 

또한 가장 일반적인 러시아 고기 음식으로는 부제니나(삶거나 구운 통돼지 요리), 돼지고기 볶음, 돼지고기 훈제 요리들이 있다. 사실상 이 음식들은 기름기도 많고 절임 야채샐러드와 함께 곁들어 먹는 습관으로 보드카 안주용 음식들로 통하며 일부에서는 3차 음식이라고도 한다.

음식역사문화창의학교 진지박물관 대표다.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했으며, 고(古)조리서를 바탕으로 궁중음식 등 전통음식을 재현하고 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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