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500리 걷는 염형철 환경련 사무총장
한강 1500리 걷는 염형철 환경련 사무총장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8.01.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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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환경련 산파, 2000년 이후 서울서 활동…“새로운 환경운동 구상”
골지천에서. 사진=염형철 페이스북

“있어야 할 곳을 꿋꿋이 지키고, 기대를 넘어 새롭게 드러나는 것이 아름다움인가 봅니다. 골지천의 여러 모습에서 감동하고 배웁니다. 골지천 제방에 누워 쓸쓸함과 한적함과 그리움을 느껴봤습니다. 좋더라고요.”

1월14일,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한강 발원지 ‘검룡소’에서부터 걷기 시작한 남자가 있다. 위의 글은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그의 발길은 물처럼 흐른다. 15일 그는 강원도 정선군 ‘골지천’에 도착했다.

이는 시작일 뿐이다. 그는 20여일에 걸쳐 한강 하구까지 504km를 걸을 계획이다. 물길은 그렇지만 실제로 걸어야 하는 길은 600km가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엄동설한에 이 먼 길을 나선 이는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다.

덤불 위 셀카놀이. 사진=염형철 페이스북

1994년 청주환경운동연합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던 염형철 사무총장은 2000년, 운동의 무대를 서울로 옮긴 뒤 서울환경운동연합을 거쳐 6년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맡았다. 오는 2월24일은 염형철 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날이다. 염 사무총장은 총장 임기를 마치는 것을 끝으로 환경운동연합에도 사표를 낼 예정이다.

6월13일,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맡지 않기로 했다. 그는 새로운 환경운동을 꿈꾸고 있다. 이번에 한강을 따라 걷기 시작한 것도 그 선상에 있다. 전화기 너머로 다소 숨찬 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무총장을 내려놓으면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다 보니 한 20여일 걷기로 했어요. 물과 관련한 환경운동을 시작해 보려고요. 물 정책과 댐 반대운동, 홍수 예방, 수질, 강 생태계 등 물에서 파생된 환경문제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강은 둔치가 넓은 것이 특징인데, 한강만 하더라도 녹지 축이 쪼개져 있어요. 잠실보 철거하고 팔당댐 개방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14일, 검룡소를 출발하며. 사진=염형철 페이스북

무작정 걷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걷기는 다소 정처 없이 느껴진다. 정확한 여정이 없다. 그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이 800km에 30일 여정이니 자신은 20여일 정도면 되지 않겠나, 생각하는 정도다. 오늘도 모텔이 나올 때까지 걷는다고 했다. 길동무를 하겠다는 이들이나 응원을 나오겠다는 이도 여럿이었으나 모두 사절했다고 했다. 사진은 ‘셀카’면 되니까.

“6년 사무총장을 하면서 월차도 거의 쓰지 않았어요. 이번 걷기는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상입니다.” 숨이 차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더 이상의 통화는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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