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국보제약에 대해 모르는 3가지
우리가 국보제약에 대해 모르는 3가지
  • 이재표, 박상철 기자
  • 승인 2018.01.21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주에서 엘지로보다 유명한 국보로…국보로엔 국보제약 없어
2005년 ‘국보싸이언스’로 개명…1983년, 청주산업단지로 이전
국보제약이 있던 자리를 가리키는 사직동 주민. 사진=박상철 기자

청주시는 1월4일, 지역 경제를 선도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 내 11개 중소기업을 발굴해 ‘2018 청주시 유망 중소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청주시는 연매출액이 10억원을 넘고 업종별 평균부채비율을 초과하지 않는 중소기업 중에서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기술성 등 기업의 유망성을 종합평가해 선정했다. 이들 업체는 2월22일, ‘청주시 기업인의 날’에 인증서와 인증현판을 교부받는다.

선정 기업은 경영안정자금 신청 시 이차보전 3%, 5년 지원과 해외시장개척단 파견 및 해외전시회 참가 우선 지원,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 3년 등 인센티브를 제공받는다.

2018년 유망 중소기업 중에는 ‘㈜국보싸이언스’라는 기업이 있다. 국보싸이언스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일까? ‘싸이언스(science, 사이언스)’라는 네 글자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첨단과학 장비나 첨단소재를 만드는 회사로 생각할 수 있으나 국보싸이언스는 청주사람이라면 누구나 귀에 익숙할 ‘국보제약’의 새 이름이다. 그런데 국보제약이 국보싸이언스로 바뀐 지 12년이나 지났단다.

청주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닌 ‘국보제약(국보싸이언스)에 대해 모르는 세 가지를 알아본다.
 

국보제약 자리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이상혁 씨. 사진=박상철 기자

1. ‘엘지로’보다 유명한 국보로는 호국로로 바뀌었다.

청주시는 2016년 추석을 앞두고 오창과학산업단지에서 청주산업단지를 잇는 4.37km 도로를 개통했다. 청주-오창 간 이동시간을 30분이나 단축시킨 이 도로의 이름은 ‘엘지로’다. 오창 쪽 도로 초입에는 ‘엘지로’라고 쓴 거대한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청주시는 기업의 이름을 딴 첫 도로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청주시에는 엘지로보다 유명한 ‘국보로(국보제약길)’가 있다. 국보로는 청주시 모충동 후생사에서 청주 변전소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 도로를 일컫는다. 사람들이 언제부터 이 길을 국보로라고 불렀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국보로 중간에는 2010년, 사직동 직능단체들이 세운 ‘국보로 이야기’라는 푯말이 서있다. 이 푯말에 따르면 “청주가 고향인 안석원이 서울 마장동에서 창업해 의약품, 의약외품, 살서제 등을 만들던 국보제약이 1968년, 허허벌판이던 이곳 사직동으로 옮겨왔다”고 돼있다. 따라서 1970년 이후 국보제약골목이라는 이름이 구전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직사거리에서 국보로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국보로사거리’라는 도로 표지판이 붙어있다. 그런데 국보로사거리라는 표지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도로의 도로명 주소는 ‘호국로’다. 2014년 1월, 도로명 주소를 시행하면서 충혼탑 인근에 있는 이 길의 이름을 ‘호국로’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열이면 열 사람은 다 이 길을 여전히 ‘국보로’라고 부른다.

국보로에는 국보를 상호로 사용하는 점포들이 적지 않다. 사진=박상철 기자


2. 국보로에는 정작 국보제약이 없다.

그런데 국보로 어디에 국보제약이 있는 걸까? 이 길을 국보로라고 부르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 길 어딘가에 국보제약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땅에 국보제약은 없다. 국보제약은 2005년, 국보싸이언스로 개명했다.

국보로에는 국보싸이언스도 없다. 1983년, 청주산업단지로 본사와 공장을 옮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동네에 오래 산 사람들은 빛바랜 기억들이지만 국보제약에 대한 추억이 생생하다.

국보로에서 만난 송해구(74) 씨는 “내가 여기 사직2동에 50년 넘게 살았다. 국보제약 건물은 크지 않았고, 단층 창고 형태의 건물이 몇 동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100명 이내의 직원이 근무했고 당시 여기를 국보제약 골목이라 불렀다. 최근에는 도로명 주소가 바뀌면서 호국로가 됐지만 청주시내에서 오래 산 사람들이라면 여기 국보제약 골목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국보제약 자리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이상혁(51) 씨는 “이 자리에서 영업을 한지는 20년 정도 됐다. 원래 이 땅은 국보제약 설립자가 소유한 땅이었는데 작고하면서 회사로 상속 이전된 것으로 안다. 현재는 우리가 임대차계약을 쓸 때, 회사랑 쓰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이미 국보제약이라는 회사는 공단 쪽으로 이사를 간 뒤였고 이후 여기에서 일하면서 이 자리에 국보제약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전부다”라고 설명했다.


 

국보로의 내력이 담긴 푯말. 사진=박상철 기자


3. 국보싸이언스는 인체용보다 ‘쥐약’ 등을 만든다.

그렇다면 국보싸이언스가 만드는 주력제품은 무엇일까? 2017년 6월, 충북의 열 개 유망 중소기업들이 동남아 시장개척에 나서 1주일 동안 60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국보싸이언스도 베트남시장에서 유럽산 고가제품과 중국산 저가제품 사이에 틈새시장을 확인했다. 주력제품은 살충제와 살서제(쥐약)였다. ‘쥐를 잡자’는 리본을 달고 집집마다 쥐약을 놓던 1980년대 초반과 달리 국내 상황은 너무 많이 변화했다. 대신 중국이나 동남아시장은 무궁무진하다.

국보싸이언스 홈페이지에 소개된 제품들은 바퀴벌레와 모기, 파리 또는 그 유충들을 죽이는 방역용 살충제와 기피제, 손소독 및 물체표면 등을 소독하고 살균하는 살균 소독제, 가정용 스프레이 살충제와 모기향, 매트, 쥐약 등이다. 인체용 제품으로는 손소독제와 가글용 제품, 치약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사이트에 나와 있는 국보싸이언스에 관한 정보는 종업원 69명의 강소기업이다. 연매출이 97억원에 달하고 설립 35년 차의 안정된 직장이다. 이는 1983년 청주산단 이전 이후의 역사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장동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기업 역사는 56년에 이른다. 국보싸이언스는 3대 가업승계기업이기도 하다. 안석원 창업자에 이어 2대 안민동 회장은 2015년 별세했다. 현재는 3대 안호영 대표이사가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1983년 청주산단으로 옮긴 국보제약은 이름을 국보싸이언스로 바꿨다. 사진=박상철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