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까지 고아낸 울트라 딜리셔스 진국
가시까지 고아낸 울트라 딜리셔스 진국
  • 권영진
  • 승인 2018.02.10 0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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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천렵의 추억이 돋아나는 ‘청남생선국수’의 어탕국수

<해피진의 꺼리>

어린 시절 여름이면 동네 형, 누나, 동무들과 냇가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 시절엔 냇가에 민물고기가 넘쳐났다. 손으로 붕어, 피라미, 모래무지를 잡았고, 족대라는 어구를 사용하면 미꾸라지, 메기도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 잡은 고기는 커다란 솥단지에 넣고 밭에서 공수해온 깻잎, 무, 고추, 파, 마늘등의 천연재료를 더해 매운탕을 끓였다.

동네 누나들이 어르신들의 요리하시는 것을 어깨너머 배운 솜씨로 민물고기와 야채를 솥에 넣어 끓이면 제법 먹을 만한 매운탕이 만들어지곤 했다. 형들은 매운탕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마시고, 나와 동무들은 뜨거운 땡볕에 앉아 매운탕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참을 끓이고 나면 민물고기가 다 부셔져 가루가 되고 이내 어죽이 만들어 지는데 그 것에 국수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맛있는 어죽국수가 만들어지곤 했다.

그때만 해도 물고기는 민물고기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바다가 없는 충북의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학교에 가서 바다생선에 대해 배우기 전까지는 민물고기가 전부인줄 알고 살았던 시절이다. 민물고기는 집밥의 중요 반찬으로도 등장하곤 했는데, 아버지가 잡아온 커다란 붕어와 메기는 찜과 탕으로 변신하여 밥상에 오르곤 했다. 그런데 어린아이였던 나의 입맛에는 그다지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이유는 비린내였다. 민물고기 특유의 흙냄새와 비린내는 어린아이 입맛에는 반갑지 않은 냄새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린 시절 향수가 묻어있는 민물고기로 만든 요리는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되어 비린내가 없어지고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요리로 변했다. 충북은 바다가 없고 강과 저수지, 호수가 있어 민물고기가 많이 잡힌다. 특히 초평저수지의 붕어찜은 전국에서 유명한 민물고기 요리다.

오늘 소개할 곳은 민물고기 요리 전문점인 ‘청남생선국수’ 이다. 이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어탕국수이다. 쥔장의 말을 빌리자면 청남생선국수의 어탕국수는 평범한 생선국수가 아니란다. “자연산 민물고기를 아들,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으로 뼈까지 푹 고아낸 초특급 울트라 슈퍼 스펙터클 판타지 딜리셔스 내추럴 진국” 이란다. 청남생선국수의 쥔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사장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식당 내부에 ‘많이 먹으러 다녀본 놈이 차린 집’ 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걸쭉한 진국과 부드럽고 쫄깃한 면발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입에서는 와우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거기에 향긋한 쑥갓이 올려져 어탕국수는 말이 필요 없는 훌륭한 맛을 만들어낸다. 나의 입맛에는 어린 시절 냇가에서 가마솥에서 반나절 동안 푹 고아내어 끓인 어죽국수처럼 향수와 추억이 묻어나는 맛이 있어 더욱 맛있는 것 같다.

청남생선국수에는 어탕국수 뿐만 아니라 어탕칼국수도 인기가 좋다. 거기에 모로코라는 민물고기로 만든 도리뱅뱅, 잡어와 민물새우를 넣고 끓인 민물잡어새우탕, 민물잡어매운탕, 빠가(동자개)매운탕등 메뉴도 다양하다. 아이들을 위한 왕만두와 돈가스도 판매한다. 어탕국수는 7000원, 어탕칼국수는 8000원인데 말만 잘하면 공기밥을 무료로 준단다. 또한 매운탕을 시키면 불고기 전골이 서비스로 제공되고 라면사리도 무한제공 된다.

■청남생선국수- 충북 청주시 흥덕구 대농로 68, ☏043-231-9753

해피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파워블로거다. 충북도민홍보대사, SNS 서포터로 활동 중이며 직장인 극단 이바디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진짜 직업은 평범한 직장인.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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