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의 이중생활, 최시선 수필작가
교장선생님의 이중생활, 최시선 수필작가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8.02.21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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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예사조에 수필로 등단...솔직 담백한 이야기 적는 수필작가로 꾸준한 활동
최시선 광혜원고등학교장 / 사진=박상철

새는 알에서 나오려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 일부

이 글귀를 40여 년간 지난 지금에도 또렷이 기억하는 이가 있다. 흔한 찻길 하나 없이 깊고 험한 골짜기에서 태어난 그는. 현재 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면서 동시에 등단한 수필작가로도 활동 중인 최시선 씨다.

충북 청주시 문의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곧 잘했다. 호랑이가 나올 법한 산 속 시골에서 자랐지만 그의 명석한 머리는 형제들은 물론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공부 외에 그가 잘하는 또 다른 하나. 바로 글쓰기였다. 평소 교과서에 실린 시를 읽으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중2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그는 장르를 가르지 않고 닥치는 대로 적었다.

시, 소설 등 흰 종이에 한자 한자 써내려가는 글을 보고 있으면 떨리고 설렜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풍부해진 감성 탓에 그가 쓴 시를 본 선생님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글쓰기 대회에 나가면 거의 입상을 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던 그는 더욱 글쓰기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됐다.

최시선 수필작가가 지난해 출간한 삶을 일깨우는 풍경소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박상철

하지만 대학 진학을 앞두고 난관에 봉착한다. 평소 서울 A대학 진학을 원했던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다소 등록금이 저렴한 국립대인 충북대 교육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게다가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전공인 교육학과에 진학했다. 아버지의 마지못할 권유에 진학은 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대학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던 그는 해군에 입대를 했다. 당시 딱히 종교가 없었던 그는 군대서 우연히 법당을 찾게 된다. 법사의 불경 외는 소리와 목탁 소리는 지금껏 느끼지 못한 마음의 편안함을 느꼈고, 전해 받은 한권의 책은 불교의 위대함을 실감케 했다.

불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제대한 그는 부전공 없이 교육학 교사로 청주농고에 첫 발령을 받게 됐다. 첫 교직 생활은 쉽지 않았다. 질풍노도 시기 방황하는 문제 학생들과의 생활에 스트레스는 쌓였다. 곰곰이 생각했다. ‘이 학생들을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까?’ 그는 매보다는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판단, 명상수련반을 만들어 불교 명상을 가르쳤다.

결과는 좋았다. 탁 트인 잔디밭이나 조용한 교실에서 진행된 명상은 학생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는데 큰 도움을 줬고 이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러던 2000년.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책 ‘청소년을 위한 명상이야기’를 출판했다. 이 책은 청소년은 물론 명상을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에게 명상의 의미와 역사를 살펴보고, 명상이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이유, 명상의 효과와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2000년부터 최시선 수필작가가 펴낸 책들 / 사진=박상철

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던 그는 학생들을 위한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2002년도에도 당시 심각했던 청소년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낀 그는 훌륭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다 쉽게 학생들이 접할 수 있도록 두 번째 책 ‘학교로 간 붓다(=부처님)’을 출간했다. 이 책은 그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글이 시작되는데 한 주제 끝에는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적어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구성해 그가 쓴 책 중 가장 인기가 좋았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책을 써왔지만 정작 부처님이 활동한 인도를 가보지 못한 것이다. 배낭을 쌌다. 17일간의 짧은 인도 배낭여행을 시작했다. 붓다의 유적지 8곳 중 7곳을 직접 찾아 붓다의 정신을 몸으로 느끼고 다시 한 번 새기고 돌아왔다.

이후 충주에 위치한 모 여고에서 생활하던 중 틈틈이 쉬는 시간이면 자신의 인도 여행을 학생들에게 털어놨다. 의외로 아이들은 관심을 갖고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질문 대답을 해주는 사이 뭔가 체계적으로 전달하고픈 마음이 서게 돼 책으로 엮게 됐는데 그 책이 바로 ‘소똥 줍는 아이들-선생님이 들려주는 인도이야기’이다. 이는 그의 세 번째 책이다.

운명의 2006년. 월간 문예사조에 수필로 등단을 한 그에게는 잊지 못할 해다. 같은 해 CJB청주방송 제5회 TV백일장 수필부문에서도 장원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다짐했다. 앞으로 많은 문학 중 수필을 써야겠다고.

최 수필작가는 현재 광혜원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일하고 있다. / 사진=박상철

이후 우연히 친 장학사 시험에 합격한 그는 7년간 장학사로, 2년간 교감으로 지내면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바쁜 업무에 치이다보니 글 쓸 시간이 부족했지만 간간이 신문 기고를 꾸준히 해오며 글쓰기 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짬나는 시간이면 틈틈이 수필을 적었다. 그렇게 등단한 뒤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수필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엮어 만든 책인 ‘삶을 일깨우는 풍경소리’를 지난해 출판했다. 총 5부로 구성된 수필집에는 체험을 바탕으로 삶을 노래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 46편이 실려 있다.

중2때부터 글쓰기 매력에 빠져 40년간 펜을 놓지 않은 최시선 수필작가. 그에게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물었다, “지금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우선 ‘학교로간 붓다’ 개정판이 오는 3월에 나올 예정이고요. 논어나 반야심경을 시민들이나 청소년들 눈높이 맞춰 쉽게 다다갈 수 있도록 에세이 형식으로 써 보는 게 목표입니다”

시나 소설처럼 허구를 가미하지 않고 오직 체험을 바탕으로 삶을 노래하고 사람 사는 세상에서 건져 올린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담는 것이 수필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최 수필작가. 오늘도 그가 펜을 놓지 않는 이유다. 그의 진솔한 인생이 담긴 수필로 어떤 문학의 꽃을 피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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