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버는 사람들이란 편견 바꾸겠습니다”
“돈만 버는 사람들이란 편견 바꾸겠습니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8.03.23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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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 신임 청주상의 회장…기업 사회참여‧기부 강조
청주상의 99주년…‘새로운 100년은 새 회관에서’ 공약

<3월14일 취임, 이두영 청주상공회의소 23대 회장>

“쉽게 돈 버는 게 아닙니다. 직원들 월급도 주고 세금도 많이 내고, 따지고 보면 기업인들이 애국자들입니다. 그런데 기업인이 망하고 나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아요. 사회적으로 존경받아야 하는데 돈만 버는 사람들이라고 손가락질 받기도 합니다. 기업인 스스로 바꿔나가야지요. 기부도 하고 지역 일에 더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뿌리가 1919년 임시정부로 거슬러 올라가듯 청주상공회의소(이하 청주상의)도 1919년 창립한 청주상무위원회에서 비롯됐다. 창립 100주년을 1년 앞두고 청주상의 23대 회장을 맡게 된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은 3월20일 특집인터뷰에서 허심탄회하게 지역상공인들의 현주소와 미래상에 대해 요약했다.

뺄 것도 더할 것도 없다. 기업의 1차 책임은 성장하는 것이다. 이윤추구는 기업의 생리다.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월급도 많이 주고 세금도 많이 내는 회사가 좋은 회사다. 이두영 회장의 말대로 기업인이 애국하는 길은 정당한 성장에 있다. 그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존경을 받기 어렵다. 웹스터사전에는 soju(소주), taekwondo(태권도) 등의 단어와 함께 ‘chaebol(재벌)’이라는 단어가 한국어 발음 그대로 실려 있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국제어가 된 것이다.

재벌이라는 단어의 해석은 ‘a family-controlled industrial conglomerate in South Korea.’ 즉 ‘한국의 가족·혈족 지배의 대기업 집단’이다. 정경유착과 비리 등으로 얼룩진 재벌의 국제 공인(?)된 과거가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을 만들어놓은 셈이다. 어찌 됐든 지역의 중소기업들도 재벌들이 부려놓은 그 무거운 짐을 함께 져야하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두영 회장은 사부작사부작 나눔을 실천해왔다. 청주시 신봉동에 있는 두진건설 사옥 1층을 아름다운가게 청주2호점으로 제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장은 “월세 250만원을 받던 점포였는데 아들의 제안으로 아름다운가게에 무상 임대하게 됐다. 당시 인테리어까지 무상으로 해줬고 지금은 창고까지 해서 80평을 빌려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회장은 또 2015년 ‘충북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멤버가 됐다. 부인 곽희순 씨는 ‘레드클로스 아너스클럽’ 회원이다. 아너소사이어티나 아너스클럽은 1억원 이상 고액기부를 실천했거나 약정한 사람들의 모둠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부창부수(夫唱婦隨)’인 셈이다.

이두영 회장은 3월14일 취임식에서도 기업인이 존경받는 풍토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이날 “어려운 대내외적 경영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인들이 지역사회로부터 우대받고 존경받으며 지역경제에 당당히 기여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역 교육‧문화 인프라 구축돼야”

이두영 회장은 지역기업인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역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편적 복지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 중 일부는 선택적 복지로 전환해 교육‧문화에 투입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젊은 인재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로 교육‧문화 인프라의 결여를 꼽았다.

이 회장은 “인적자원이 기업의 자산인데, 지역기업이 발굴한 인재들이 5,6년 뒤에는 지역을 떠나려 한다. 정부가 분권화, 지역발전을 얘기하는 만큼 지역의 교육‧문화 수준도 수도권에 버금갈 만큼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재의 역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배려는 물론이고 지역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두영 회장은 고향인 경기도 이천을 떠나 지역으로 역외유입된 경영인이다. 물론 청주에 정착한 세월이 40년을 바라보고, 이곳에서 일가와 기업을 이뤘으니 청주사람이다. 청주상의를 이끄는 기업인들도 과거 청주 출신 상공인에서 시간이 갈수록 타 지역 출신 오너들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산업화시대 대기업 직원으로 청주에 발령을 받아 공장장 등 임원으로 퇴임한 뒤 청주에서 창업해 기업을 일군 이들이다. 회원사 중에는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의 기업인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23대 상공의원 중에는 차태환 부회장((주)아이엔에스 대표이사), 김진현 감사((주)금진 대표이사 등이 청주에 남은 대기업 간부들이다.

이들은 “내 고향은 청주가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의 고향은 청주”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두영 회장은 “시대가 글로벌인데 지역사람이냐, 아니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 유능한 기업인들이 연고도 없는 청주에 남아서 지역경제에 이바지한 것에 대해서는 함께 박수를 쳐야한다. 지연‧학연에 얽매이지 말고 변화하는 경영환경을 슬기롭게 돌파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표만 가지고 경제를 봐서는 안 된다. 충북경제의 성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성장에 국한된 부익부 빈익빈의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은 특히 중소기업에게 위기가 될 수 있다. 청주상의 회장으로서 경영활동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에 대해서는 정부 및 유관기관에 강력히 건의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취임식 광경

“3년 단임 임기, 공약 모두 마무리”

3년 임기 중 청주상의 100주년을 맞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역기업인들의 숙원인 ‘청주상의회관’을 신축하겠다고 했다.

이두영 회장은 “현 회관으로는 비즈니스센터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협소하다. 위탁사업도 많고 기업이나 경제관련 단체들의 네트워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종합적인 비즈니스센터가 필요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2019년에는 공사에 들어가 2020년에는 상의회관을 완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 회장은 “아직은 백지상태다. 빠른 시간 안에 임원회의를 열어서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 부지를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고, 매각하자는 사람들도 있다. 의견과 뜻을 모아야 할 때다”라고 부연했다. 어찌 됐든 청주상의의 새로운 100년은 신청사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두영 회장은 고사하고 고사하다가 맡은 회장 자리인 만큼 3년 단임 임기는 확실히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 회장은 “이원종 전 지사 등 세 명이서 ‘삼삼회’라는 골프모임을 했었다. 그 시절 상의회장을 해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그 이후로 3년마다 신문에 이름이 거론됐다. 회사에서도 경영일선에서 한 발짝씩 물러나는 상황이라 고사했었다. 그러다 노영수 전임 회장의 권유로 나서게 됐다. 어깨도 무겁지만 이왕 맡게 된 이상 모든 공약은 임기 내 마무리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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