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소각장 마을, 암환자 발생 전국 15배↑
청주 소각장 마을, 암환자 발생 전국 15배↑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8.04.19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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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산업 인근 대율1리·현암2리 주민 194명 중 암 12명 사망...폐암만 8명
마을 회관에 모인 주민 16명 중 9명 호흡기 질환 약 복용...역학조사 '시급'

#1. 북이면에서 태어나 자란 A양은 현재 중학생. 첫돌이 지난 후부터 호흡기 질환을 앓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잦은 천식으로 목이 붓고 기침을 달고 살았다. 지금 상태가 많이 호전되긴 했지만 감기에 걸리면 바로 천식으로 이어져 종종 병원에 입원하곤 한다.

#2. 70년가량을 북이면에서 생활한 B씨. 10년 전부터 자주 마른기침을 하는 탓에 잠을 설치기 일쑤. 기관지 약을 달고 살지만 좀처럼 낫질 않고 있다.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봤지만 이상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3. 대율 1리(35세대 80명)와 현암 2리(20세대 102명). 두 마을에는 총 55세대 182명이 살고 있다. 1999년 이후 이 두 마을에서 암으로 사망한 주민은 확인된 것만 12명. 그 중 폐암으로 사망한 주민은 약 8명이다. 폐암으로 사망한 주민의 가족들 모두 마을을 떠났다.

청주시 북이면에 위치한 진주산업.

낮 기온 20도를 웃도는 완연한 봄 날씨를 보였던 지난 12일. 1년 3개월 만에 청주시 북이면 대율 1리를 다시 찾았다. 1년 전과 비교해 마을은 변한 게 없었다. 인기척도 없는 골목, 흔한 개 짖는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변하지 않는 것 또 하나. 코끝을 자극하는 퀘퀘한 냄새다.

마을이 위치한 곳은 청주시 북이면. 이곳 주민들은 인근 소각업체 진주산업(주)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각 매연과 분진으로 수년간 피해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고 있지만 이렇다 할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유독 눈에 뛰는 점은 두 마을 대율 1리와 현암 2리에서 발생한 암 환자 수다. 국립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수 5125만261명 중 그해 암 발생자 수는 21만7057명으로 전체 인구 중 0.42%가 암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진주산업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이 찍은 영상 캡쳐 화면이다. 소각로 굴뚝으로 분홍 연기가 흘러나온다. 주민들은 흰색도 검정색도 아닌 이 연기의 정체를 궁금해 하고 있다.

반면, 북이면에 위치한 대율 1리와 현암 2리에 사는 주민은 194명. 그 중 암에 걸려 사망한 사람은 12명으로 전체 마을 주민 대비 약 6.18%에 해당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암 발생자 수 보다 무려 14.7배나 많은 수치다.

또한, 암 발생자 21만7057명 중 폐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11.1%. 하지만 이 두 마을 주민들로부터 확인한 암으로 사망한 주민은 12명. 이 중 8명이 폐암으로 사망해 폐암 사망 비율이 66.6%에 달했다. 이 수치 역시도 전국 폐암 비율보다 6배나 높았다.

물론 암 발생의 원인이 진주산업 소각로에서 나온 연기나 분진에 의해 발병됐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암 발생 비율이 전국 대비 높은 수치를 보인다는 점에서 역학조사가 시급해보인다.

이날 마을 회관에는 16명의 주민들이 모였는데. 이들 중 9명이 기관지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이밖에 또 다른 피해 사례 파악을 위해 마을 회관을 찾았다. 70~80대 어르신이 16명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진주산업이 들어선 이후 그동안 받았던 피해 사례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주민 C씨는 “지금 그 정돈 아니지만 심할 때는 빨래조차 밖에 널 수 없었다. 밖에 널어놓은 빨래 위에는 검은 분진이 수북이 쌓이기 일쑤여서 매번 다시 빨래를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주민 D씨 “새벽, 비오는 날, 안개가 끼는 날 등 날씨가 흐린 날이면 소각장에서 나오는 화학약품이나 고무 타는 냄새로 문을 열 수 조차 없었다.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에도 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고 말했다.

비가 오면 이 수로에서 나오는 오수가 인근 논과 밭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한다.

이어 주민 E씨는 취재팀을 이끌고 마을 인근 논으로 향했다. 한 수로를 가리키며 그는 “이 수로는 비가 오는 날이면 진주산업이 폐기물과 쓰레기를 쌓아둔 적치장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물이 수로를 통해 흘러나와 논이나 밭으로 흘러들어가 골칫거리다. 농작물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불평했다.

게다가 지난해 충북은 때 아닌 가뭄으로 많은 농민들이 농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이곳 주민들은 유독 가뭄 피해가 더 심했다며 끔찍했던 지난해를 떠올렸다.

주민 F씨는 “작년에 비가 많이 안 오기도 했지만 진주산업이 농사에 주로 쓰이는 지하수를 사용하면서 지하수가 말랐다. 청원군(현 청주시)에서 판 농업용 지하수가 작년에는 아예 나오지 않아 농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담장너머 진주산업 적치장에 많은 쓰레기가 쌓여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초 진주산업 관계자들이 이곳 마을 회관을 찾았을 때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새로운 지하수를 파 줄 것을 요청했다. 그들이 두 개 정도의 지하수를 파주기로 약속했지만 허가 취소 등 문제가 불거져서 인지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진주산업은 지난해 8월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배출허용 기준 0.1ng(나노그램)의 5배가 넘는 0.55ng 배출과 1만3000t에 달하는 쓰레기를 과다 소각한 것이 검찰에 적발되면서 올해 2월12일 청주시로부터 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진주산업은 곧바로 청주시를 상대로 허가 취소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했고 청주지방법원이 이를 인용함에 따라 사업장 폐쇄 위기를 벗어났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소각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현재 운영 중에 있다.

북이면에 위치한 또 다른 폐기물 소각업체인 우진환경의 모습. 우진환경 역시도 480톤 소각량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진주산업은 지난해 폐기물 처리 용량을 96톤에서 460톤으로 증설 허가를 받으면서 민간 산업폐기물 처리 시설로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북이면에 위치한 또 다른 폐기물 처리 업체 우진환경 역시도 일 100톤에서 480톤으로 처리 용량 증설 절차를 밝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북이면 주민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가고 있다.

한편, 본보가 지난해 1월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전국 소각장의 소각량은 연간 804만4283톤이며, 청주시 소각량 60만1848톤으로 전국 대비 7.4%다. 감이 오지 않을 것이다. 면적과 대비해 보면 소각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면적은 약 9만9720㎢이고 청주시 면적은 940㎢로 전국 대비 0.94% 수준이다. 1% 되지 않는 면적에서 7.4%의 소각이 이뤄지는 것이다. 소각량이 20만1685톤인 대전과 비교해 봐도 2.98배나 된다.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인터뷰]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Q. ‘진주산업과 인근 주민들과의 문제’ 충북환경운동연합의 입장은?

기존 주장과 변한 건 없다. 진주산업 처리 용량 증설 때부터 주민들과 반대 운동을 펼쳤다. 증설을 막지는 못했지만 이후 과다소각이나 다이옥신 문제 등 우려했던 결과가 터져버렸다. 환경을 위해서라도 진주산업은 폐쇄·가동중단 돼야 한다.

Q. 진주산업 인근 주민들에게서 암 환자 발생 비율이 높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해 12월 기자회견 이후 인근 주민들의 암 환자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물론 그 원인이 전적으로 진주산업 때문일지는 모르는 문제다. 우선 의학적인 소견도 중요하겠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인근에 대규모 소각장인 진주산업 때문일 수도 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서라도 역학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Q. 이런 상황에 지자체의 역할은?

자자체 행정이 법률 규정대로만 이뤄진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자체의 역할이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최우선이다. 청주시에는 유독 소각시설이 많다. 절차상 또는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해서 허가를 내 주어서는 안 된다. 또, 지자체의 세수가 늘어나고 기업 유치 성과가 있다고 해서 소각시설을 유치를 반겨서도 안 된다.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지자체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Q. 진주산업과 같은 문제 해결 방안은?

진주산업만 본다면 우선 과다소각 문제 해결을 위해 쓰레기를 집는 집게가 한번 집었을 때 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다이옥신은 대기오염측정기로는 측정자체가 불가하기 때문에 직접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검사 비용이 비싸서인지 일 년에 1~2번 검사가 이뤄진다. 일년에 한 두 번이 아닌 수시로 불시에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큰 틀에서 본다면 근본적으로 쓰레기 자체를 줄여야 한다. 쓰레기 자체를 줄이지 못하면 진주산업과 같은 회사가 계속 생기기 마련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수질총량제 처럼 수계구간별로 목표수질을 설정하고, 그 목표수질을 달성하기 위해 오염물질 허용총량을 정하여 지속적으로 오염배출량을 줄이도록 쓰레기도 총량제로 관리가 되어야 한다. 충북과 청주시는 4% 경제실현이 아니라 전국대비 7%가 넘는 쓰레기 소각량을 4%를 줄이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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