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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들의 제철은 돌아오지만
어부들의 한철은 흘러갔도다
1994,년 부산 가덕도 육소장망 숭어 잡이
  • 사진 송봉화 작가, 글 이재표 기자
  • 승인 2018.05.0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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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도 없는 나무배 여섯 척이 살금살금 앞바다로 나간다. 노련한 어부는 물고기가 다니는 물속 길을 안다. 그 길목에 그물을 깔고 둥글게 에워싼다. 육지 망루에는 ‘망쟁이’가 서있다. 그는 물빛을 살핀다. 물그림자가 지는 건 고기떼의 이동을 의미한다.

고기가 들어온다. 이 찰나를 위해 기다린 시간이 반나절이든 한나절이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 조지라!” 산중턱에서 망쟁이의 신호가 왔다. 나무배에 탄 어부들이 잰 손길로 그물을 들기 시작한다.

미끈한 은빛 물고기들이 하늘로 난다. 물살이 튀고 비늘이 튄다. 아무리 날렵하다고 한들 그들은 날개가 없다. 추락하는 몸뚱이를 받는 것은 야속한 그물이다. 희고 푸른 절망이 푸드덕거린다. 늙은 어부들은 비릿한 희망을 건진다.

부산 가덕도의 ‘육소장망’ 숭어 잡이다. 숭어 떼가 그물 안쪽까지 같다가 돌아 나오는 시간은 불과 15초 남짓. 그 안에 생사가 갈린다. 서른 명의 늙은 어부가 그물을 완전히 들어올리기까지 3,4분이면 충분하다.

지난 가을, 먼 바다로 나가 알을 낳은 숭어들이 깨어난 치어들을 데리고 돌아오는 봄을 우리는 ‘제철’이라고 부른다. ‘겨울숭어가 앉은 자리는 펄도 달다’고 했고 ‘여름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고 했던가.

송봉화 작가는 1994년 4월에 이 사진을 찍었단다. 그때도 지금도 숭어들의 제철은 돌아오지만 그때 그물을 들어 올리던 늙은 어부들의 한철은 잊힌 계절이 되고 말았다.

사진을 찍은 송봉화

사진가이자 한국우리문화연구원장이다.
그는 우리들의 삶결을 순간으로 정지시켜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든지 그의 작품을 통해 흘러갔지만 정지된 시간을 호명할 수 있게 됐다.  

사진 송봉화 작가, 글 이재표 기자  gaja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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