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역·오근장역 쉬고도, 747버스보다 4배 이상 빨라
전북 전주역에서 KTX를 타고 오송역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40~50분 정도다. 전주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청주공항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오전 6시20분부터 오후 9시50분까지 30분~45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오송역-청주공항’ 747급행버스가 가장 대중적인 연계교통편이다. 빨간색 도장에 점보기 이름을 딴 747번은 청주공항까지 47개 정류장 중에서 37개는 정차하지 않는 급행버스다. 충청대, 청주대 앞에는 정차하지만 충북대, 청주시청은 무정차로 통과한다.
그래도 청주공항까지는 1시간~1시간15분이 걸린다. 시내구간을 통과하는데 시간대에 따라 정체구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에서 청주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보다도 더 오래 걸린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자니 전주에서 청주 KTX요금 1만6600원보다 택시요금이 더 나올 판이다.
오송역 역사(驛舍)를 빠져나올 필요도 없이 청주공항까지 가는 방법이 있다. 충북선 무궁화호를 타는 방법이다. 5월17일 오후 3시50분, 오송역에서 대전발 제천행 열차에 승차해 보았다. 승차권에는 불과 17분 뒤에 청주공항역에 도착할 수 있음을 공지하고 있다.
오송역을 출발한 기차는 느릿느릿 미호천 철교를 건너 속도가 붙기도 전에 ‘청주역’에 정차한다. 이 속도로 17분 안에 청주공항까지 갈 수 있을까? 하지만 미호천, 까치내를 따라 기차가 속도를 낸다. 청주공항에 도달하기 직전 오근장역에 한 번 더 선다. 청주공항이 코앞인데 여기에 왜 서느냐고 나무랄 수는 없다.
충북선에서 오근장역은 청주공항보다 접근성이 좋아서 이용객이 적지 않다. 1923년 5월1일, 충북선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했으니 100년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이에 반해 청주공항역은 1997년 4월28일, 청주국제공항이 문을 열고나서야 그 필요성이 생겼고 2000년 10월1일, 역무원을 배치하지 않는 간이역으로 개설됐다. 역이라고 하지만 건물도 없이 비와 햇볕을 가릴 수 있는 그늘막이 전부다. 역무원이 없으니 열차표는 청주공항에서 끊어야 한다. 역이 개설된 지 20년이 가까워오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청주공항에서 오송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오후 4시35분 출발 747버스에 승차했다. 웬만한 정거장은 다 그냥 정차하지 않고 급행으로 달렸건만 오송역까지 1시간5분이 걸렸다. 일반 시내버스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지만 가는 길에 17분짜리 기차를 탔던 터라 무척이나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역이 좀 초라하면 어떤가. 2600원의 요금으로 가장 빠른 시간에 갈 수 있는데…. 물론 가장 빠르고 편하게 가는 방법은 승용차를 끌고 가는 것이다. 네비게이션으로 조회해 보니 외곽도로 25km를 달려 27분에 갈 수 있다. 다만 편도 3984원의 주유비와 30분당 500원, 하루 1만원의 주차요금이 필요하다.
문제는 오송역→청주공항역 충북선이 오전 6시40분 첫 차를 시작으로 밤 10시 막차까지 20분~3시20분 간격으로 불규칙하게 하루 11편만 운행된다는 사실이다. 이래서는 대중적인 연계교통편이 될 수 없다.
대전역에서 청주공항역까지 충북선 무궁화호를 이용한 20대 승객 장세진(가명) 씨는 “인터넷을 이용해 청주공항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용해 봤는데 운행간격이 너무 불규칙하고 10분 정도 벌판을 걸어야하는 등 불편함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