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식품 효능에 대한 '진실과 오해'
기능성식품 효능에 대한 '진실과 오해'
  • 이희범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연구교수
  • 승인 2018.05.26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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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장수와 돌팔이가 넘쳐나는 21세기 대한민국
“100세 시대 가능케 해 준 의술과 약물을 독으로 폄하하며
음식을 독 없는 치료약으로 둔갑시키는 행태 절대로 안 돼”

식품(Food)과 약(Drug)의 차이

식품과 약의 차이를 정의하라면 수많은 답변이 있겠지만 그 핵심은 바로 ‘독성의 유무’다. 식품은 과다 섭취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절대 섭취로 인해 ‘독’이 검출되어서는 안 된다. 만일 그런 것이 과거 오랫동안 식품으로 사용해 온 재료이고 현재 합법적으로 유통 중이라 할지라도 발견되는 순간 전문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곧바로 회수·폐기 조치의 제재를 받는다.

이처럼 식품엔 독성이 없는 특성 때문에 약(질병을 치료하는 성분은 독)처럼 질병을 개선한다는 표기는 사실상 100% 불가능하다. 식품이란 평상시 섭취량으로 인해 독성이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되므로 만일 독성이 나타난다면 더 이상 식품이 아니라 독성물질로 분류돼 약사법규 의한 유통제한을 받게 된다. 대한민국의 식품 독성에 대한 규제는 선진국 미국, 일본보다 더 심하게 느껴질 정도인데 이 덕분에 우리 모두는 현재 더욱 안전한 먹거리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일반 비타민류 보조식품(Supplements)과 달리 효능의 기능면을 좀 더 강조한 ‘건강기능성 식품’이라는 분류가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일상 식사에서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 인체에 유용한 기능을 가진 원료 등을 사용해 제조한 식품으로 식약처가 별도의 동물시험, 인체적용시험 등 과학적 근거를 평가해 기능성원료를 고시하거나, 기업이 이러한 과학적 증명 과정을 거쳐 기능성원료로 인정받은 물질을 가지고 만든 제품만이 이 명칭을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병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며 엄연한 식품의 한 종류일 뿐이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이란 말은 결코 치료제인 의약품처럼 질병의 직접적인 치료, 예방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병으로 아픈 환자가 아닌 정상인이 섭취함으로써 생리기능 활성화로 건강을 유지, 개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인증해 준 식품의 한 부류 인 것이다. 그런데 단속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심지어 ‘일반식품’에서 조차 마치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처럼 오인시키는 표현들이 너무 쉽게 남용된다.

TV토크쇼나 식품 홍보물엔 그 제품이 일반 치료약보다 더 좋고 우리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개발한 것인 양 떠돌이 약장수 사탕발림 같은 묘사들이 너무 뻔뻔하게 흘러나온다. 일부 종편 TV방송에서는 마치 종교적 체험을 나누는 것처럼 특정 식물(원료)을 먹었더니 병이 치료되었다는 교묘하고도 그럴듯한 전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위장되어 일반인들을 현혹시킨다.

그리고 ‘전통비법’, ‘대체의학’과 같은 말도 안 되는 단어를 반복하며 그럴듯한 기대심리를 갖도록 해 과학적 지식이 약한 일반인들이 쉽게 빠져들도록 부추긴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약이 비싼 점을 노려 고수익을 올리려는 것이다. 그래서 식품이 신비한 명약, 혹은 만병통치약, 독성이 없는 천연 치료제로 과장되게 부풀려지고 본래 가격의 열배, 아니 100배의 폭리로 병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경제적으로 갈취한다.

21세기의 약장수와 돌팔이

우리말에 약장수, 혹은 돌팔이라는 사기꾼 혹은 직업을 비하하는 말로 내려 부르는 용어가 있다. 이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들며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지만 대부분 증거가 매우 빈약하며 주장하는 극히 소수의 결과물조차도 보편타당한 재현성을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으로 전문가가 아니면서 전문가 행세를 하거나 알면서도 거짓으로 과장하는 사람들이다.

과학이 업이 아닌 이상 본의 아닌 무지 때문에 그 누구도 이런 속임에 당하지 않을 재간은 없다. 외국에서 열대과일 주스나 비타민, 미네랄을 혼합한 보조 식품(Supplements)을 수입해와 제품과 전혀 상관없는 질병치료 효능을 강조하며 수 십 만원에 판매하러 오는 판매원들.

유튜브(Youtube)와 TV종편방송에서 교묘하게 특정 주스, 식품을 섭취하고 불치병을 고쳤다고 현혹시키는 광고성 다큐멘터리들. 식품에 무슨 성분이 무슨 병에 좋다는 식의 방송이 되풀이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전통방식의 치료나 대체의학이란 비적절한 용어를 빙자한 비전문가들의 글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현 상황에선 더욱 그러하다.

제3자의 눈으로 다음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보자. 한 외국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 판매원이 자신의 지인은 이 약(사실은 보조제)이 값은 좀 비싸지만 이것을 먹고 당뇨 약도 끊고, 고혈압 약도 끊고, 병원에 더 이상 안 가고, 심지어 암까지도 고쳤다며 지금 아주 건강히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낸다는 솔깃한 이야기를 건넨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의사나 약은 믿을게 못되니 약을 끊고 비록 비전문가이지만 자신의 말을 한번 믿고 이 값비싼 보조식품(혹은 식물)을 먹어 불치병을 고쳐 보자”라는 권유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비타민, 미네랄, 고시된 성분의 기능성 식품들은 정상 식사로 보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보조식품으로 절대로 약을 대신해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효능을 지닌 약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모두는 불법이고 과장된 허구이다.

운동과 기능성식품으로 고혈압, 당뇨, 암 치료약 끊기

그렇다면 과거 술 마시며 담배 피우고, 운동하지 않아 50대 이후 비만과 고혈압, 당뇨·암 같은 질병의 판정을 받았을 때, ‘약은 독이니 되도록 안 먹는 것이 좋다’는 건전한 발상 하에 술·담배 모두를 끊고 맑은 공기 속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운동하며 건강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으면 정말로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수 있다는 믿음은 어떠한가? 당연히 좋아지지 않겠는가? 아마도 지금 보다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단, 반드시 처방된 약을 꾸준히 들면서 행한다는 전제 조건하에서 말이다.

대부분 우리가 간과하고 빠뜨리는 두 가지 진리가 있다. 나이는 절대로 거꾸로 돌아 갈 수 없다는 순리, 그리고 한번 낙하된 공은 절대로 같은 위치로 튀어오를 수 없다는 물리적 법칙 말이다.

질병이 찾아왔을 때 절대로 정식 의사(수익성만 추구하는 돌팔이는 빼고)도 아닌 판매상(수익성만 추구하는 약장수)이 그럴듯한 의료 및 치료 효능 이야기를 하면서 값 비싼 제품을 권하면 절대로 믿지 말고 사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일이 결코 절대로 일어날리 없기 때문이다.

기능성식품은 편리하게 건강을 보조해 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현대 과학이 탄생시킨 귀한 산물임은 분명하다. 바쁜 현대 사회 특성상 잦은 스트레스와 인스턴트식품에 의한 영양 부족을 메울 수 있게 건강할 때 좀 더 쉽게 보충할 수 있도록 건강을 챙겨주는 식품이다. 하지만 기능성식품의 특성상 독성을 가지지 않아 치료효과는 플라세보 효과정도로 미미하거나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약은 독성을 지닌다. 그래서 함부로 먹어도 안 되고, 내성 때문에 용량을 줄여서 내키는 대로 먹어서는 절대 안 되는 물질이다. 약은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질병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자격 있는 의사만이 처방하는 독성의 치료약물로써 부작용 보다는 이익이 더 많은 경우에만 투여해야 한다.

하지만 노화로 인한 대사성 질병 중 특히 고혈압 약과 당뇨 약의 경우, 주변의 떠도는 말만 믿고 매일 약 먹는 것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다고 의사 협의 없이 몸에 좋다는 식물·기능성식품 섭취, 운동 등을 통해 스스로 결정해 끊으려 하면 안 된다.

경과가 좋아져 끊을 상황이 올지라도 그것은 반드시 의사의 동의하에 행해져야 하고 이후 정기적인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돌팔이 의사가 아닌 이상 필요 없는 약 복용을 권고하지 않을 것이고, 끊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은 분명 전문 지식이 없으면서도 남 가르치기 좋아하는 지인, 자신이 쓴 책이나 값만 부풀려진 자가 생산 식품, 식물 약재·보조식품 등을 팔아 수익을 챙기려는 약장수들일 것이다.

이희범 교수

세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인터넷엔 감당할 수 없는 지식이 차고 넘치는 21세기에 ‘100세를 가능케 한 현대 의학을 독’으로 폄하하고, ‘먹는 음식을 값 비싼 약’으로 떠받드는 상황이 더욱 만연해 가니 말이다. 이 모두는 어쩌면 지금까지 이어온 잘못된 습관, 노화를 너무 쉽게 간과하고 희망찬 미래만 떠 올리는 우리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약장수와 돌팔이는 누구보다 이러한 점을 잘 간파하는 영리한 사람들이라는 점이고.

※이 글을 쓴 이희범 교수는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연구교수이자 약학박사다. LG종합상사와 LG생명과학의 소속으로 17년간 해외 비즈니스에 몸담은 경력을 뒤로하고 현재는 동 대학과 혁신 암 치료제 연구센터에서 암, 치매, 그리고 염증성 질환 치료제 개발연구와 대학원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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