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농사, 벼의 시간을 함께 살아내기
농부와 농사, 벼의 시간을 함께 살아내기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8.05.2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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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은 농사의 덕목…청주 현도면 ‘현도 두레’

노래와 춤의 기원은 노동과 감사에 있다. 수렵을 하는 종족이든, 채집이나 농경을 하는 종족이든 마찬가지였으리라. 과정의 힘듦을 노래와 몸짓으로 승화시킨 것이 노동요(勞動謠)고, 수확의 기쁨과 감사를 표현한 것이 제전(祭典)이다.

우리 선조들에게 농사(農事)와 어로(漁撈)는 농업과 어업 같은 산업이 아니었다. 농사는 생산자의 위치에 서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시간을 함께 살아내는 것이었다. 농부는 흙속의 미생물이 식물을 키우는 시간, 계절마다 따가운 햇볕과 천둥의 시간을 함께 살아내는 사람이었다.

농부가 개입하는 것은 모판의 모를 논으로 옮기고 정해진 때에 김매기를 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첫 번째 김매기를 아시매기, 두 번째 김매기를 이듭매기라고 불렀다. 날이 가물면 물도 대주지만 그마저 속절없으면 벼와 함께 말라가는 것이 농심이었다.

협동은 농사의 덕목이다. ‘두레’라는 이름으로 서로 일손을 거들었다. 아낙네들은 새참과 막걸리를 이고 와서 지친 농군들을 응원했다. 어차피 태어난 곳에서 자라고, 일하다가 태어난 곳에 묻히는 인생들이었다.

‘현도 두레’는 청주시 현도면 열네 마을에 전승되는 ‘들소리’다. 한 사람이 먼저 사설을 메기면 나머지 사람들이 후렴으로 받는 형식이다. 은근하게 이어지는 사설은 농부들의 피로를 잊게 하고 흥을 돋웠다.

현도 두레는 들 나가기, 모찌기, 모심기, 점심참, 물 품기, 아시매기, 물 까불기, 논두렁 밟기, 이듭매기, 종달호, 신명풀기, 들 나오기로 이어진다. 현도두레는 2008년 제주도에서 개최된 49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사진을 찍은 송봉화는사진가이자 한국우리문화연구원장이다. 그는 우리들의 삶결을 순간으로 정지시켜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든지 그의 작품을통해 흘러갔지만 정지된 시간을 호명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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