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조금 더 행복해져도 되잖아요?
이제 조금 더 행복해져도 되잖아요?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8.06.29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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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이 일만하던, 그래서 나라가 이만큼 성장했고 가족들이 먹고살만해졌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세대의 눈에는 요즘 젊은이들이 영 탐탁지 않다. 힘든 일은 기피하고, 눈만 높아져 중소기업은 쳐다도 안 본다. 어디까지나 아버지세대의 시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젊은이들도 할 말이 있다. 대학도 모자라 대학원까지, 스펙을 쌓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자기계발을 한 이 유는 오직 한가지다.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고도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일자리로는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아서 스스로를 그곳에 던질 수 없다.

7월 1일은 우리나라 노동사에 변곡점이 되는 날이다. 정부의 6개월 유예 결정으로 당장 나나 내 주변인의 일상이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근로시간을 최대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는 특별한 날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놓고 노동계와 재계는 상반된 우려와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일이 우선시됐던 이전의 노동·기업문화에서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등 삶의 질의 관점에서 일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버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가중될 전망이다. 2교대로 24시간을 가동하는 사업장이라면 당장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채용에 실패하면 일정 시간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인건비는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다. 생산원가가 올라가면 시장경쟁력도 일정부분 잃게 될 것이다. 노동자라고해서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노동 시간이 주니 임금도 준다. 정부가 내놓은 ‘노동시간 단축 현장 지원 대책’도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결국 정부는 지난 20일 근로시간 위반 단속에 대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결정했다. 충격최소화와 연 착륙을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설익은 정책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통 과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1일 근로시간 기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짜임새가 부족하고, 현장에 적용하기에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다.

처벌 6개월 유예 결정으로 정부와 재계(300인 이상 사업장)는 모두 시간을 벌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 52시간 근무를 위반하더라도 연말까지는 처벌하지 않는다. 300인 이하 사업장은 계획대로 2020년 1월 1일자로 시행되고, 50인 이 하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시간을 벌었다고 손 놓고 있으면 6개월 뒤 혼란은 반복될 것이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정부는 물론 재계 노동계 모두 변화된 세상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정부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단축 방안 과 지원책을 준비해야 하고, 재계 노동계도 협의를 통 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시기상조론을 펴기도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확실한 것은 개인의 삶이 집단의 이익보다 무가치한 것이 아니며, 개인의 삶을 지켜주는 사회가 보다 진보한 사회라는 점이다.

2004년, 주 5일 근무제 시행 때도 우려는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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