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응급실 잔혹사
계속되는 응급실 잔혹사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8.07.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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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범죄 등 노출된 의료인 보호할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의료인 폭행에 대한 시민들 반응도 '냉랭'
응급실 내 주취자 문제도 여전, 어떻게 관리할 지 고민해야

병원 응급실 내 의료인 폭행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고 있는 가운데 사고와 범죄에 노출된 의료인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지난 1일 전북 익산시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술에 취한 환자가 담당 의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환자는 담당 의사가 자신을 보고 비웃었다며 얼굴과 다리를 수차례 때렸다. 

이로 인해 의사는 코뼈 골절과 뇌진탕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앞에서도 환자는 계속 폭력을 행사해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 같은 사례는 충북만 해도 수두룩하다.

2017년 12월 18일 청주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당시 환자는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4월 13일 또 다른 종합병원 응급실에서는 임신 9개월째인 응급구조사가 얼굴 부분을 환자에게 수차례 맞았지만 갑자기 일어난 일이어서 주변 사람들은 대응하지 못했다. 응급실 직원들이 남성을 제압하면서 비로소 주먹질은 멈췄다.

이 사건이 발생한 뒤 청주시의사회는 성명을 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일벌백계해 재발 방지해야 한다"며 "성숙한 시민의식과 병의원, 경찰서 간 핫라인인 폴리스콜 제도를 확대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2013년 3월 28일 청주 모 병원 응급실에서는 환자가 정형외과 의사의 허벅지를 발로 차고 얼굴을 때린 일이 있었다. 당시 환자는 손을 다쳐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치료를 빨리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같은 난동을 벌였다. 이에 대해 청주지방법원은 폭력을 행사한 환자에게 300만 원의 벌금형을 판결했었다.

2012년 5월 24일 청주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는 청주시내 폭력조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남성이 간호사와 의사에게 행패를 부려 논란이 있었다. 당시 이 남성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이 탓에 추가 기소됐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보면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위계), 위력(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기재)·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또 지난 2016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인 폭행방지법 시행으로 인해 응급실 등 진료공간에서 의료인 등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처벌받을 수 있다. 

의료인 폭행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역시 냉랭했다.

A씨는 “법적 처벌이 강력해야 한다.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B씨는 “시골병원에는 CCTV도 없다. 이게 현실”이라고 했다.

C씨는 “응급실 예절 홍보를 했으면 한다. 대부분 불만이 자신을 빨리 안 봐준다는 것인데, 화를 내야 빨리 봐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D씨는 “의료인은 응급환자의 생명과 직결돼 있는 직종으로 폭행으로 인해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명백한 살인이며, 살인죄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E씨는 “병원 내 폭행, 폭력, 협박 시에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진료거부를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F씨는 “일차적으로 병원에서 적법한 조치를 하고 해당 폭행사건에 상응하는 형사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병원 측에서는 이미지 하락으로 사건을 쉬쉬하기 일쑤며, 피해자 개인 스스로 법절차를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G씨는 “호주에서는 의료인 폭행사건이 일어나면 징역이고 임산부 폭행은 가중처벌 대상이다. 심한 경우 나라에서 건강보험 혜택 제공을 중단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이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등 법적 대책 마련에 대한 의견을 냈다.

이처럼 의료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의료인들에게 안전한 진료권을 보장해야 한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 의료인을 폭행한다는 것은 진료 기능의 마비에 따른 내원 환자의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더 나아가 국민 건강권 훼손으로 볼 수 있다.

생사가 오가는 병원 응급실에서 모두에게 피해 주는 ‘격 없는’ 행동은 지양하자. 모르긴 몰라도 응급환자지만 이 중에는 의학적으로 더 급한 환자들이 있을 것이다. 병원 응급실 매뉴얼에 따라 그런 환자에 진료의 우선순위를 정해 진료하기 때문에 이런 걸로 의료인에게 화낼 필요가 전혀 없다.

응급실 내 주취자 문제도 심각하다. 사고와 범죄에 노출된 의료인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주취자의 난동 문제는 어떻게 관리하고 해결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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