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이 한 명 못 이겨 ‘충북 이해찬 포비아’
네 명이 한 명 못 이겨 ‘충북 이해찬 포비아’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8.07.2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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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0일 당대표 출마선언 ‘세종역 신설’ 등 탄력 받을까 염려
17,18일 여론조사 22.3% 1위…김진표 17.5%, 박범계 12.7%順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무고개를 시작해 보자. 첫 번째 고개, 충북엔 네 명이나 있지만 세종엔 한 명 밖에 없다. 두 번째 고개, 숫자 11이 7을 이기지 못한다. 세 번째 고개, 이 사람이 나서는 순간 결과는 떼어 놓은 당상이다. 네 번째 고개, 이 사람은 국회의원이다. 스무고개를 넘을 필요 없이 이쯤 되면 답이 나올 것이다.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의원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7선의 이해찬 의원이 7월20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8·25 전국대의원대회’ 판도가 이해찬 변수 등장으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충북 정치권은 ‘이해찬 포비아(Phobia, 공포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철도시설공단의 세종역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없음’ 결론이 났음에도 최근 타당성 재조사가 추진되는 배후에 이해찬 의원이 있다는 것이 불 보 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해찬 의원이 당대표가 될 경우 세종역 신설을 비롯해 서울-세종고속도로 노선 확정 등 지자체간 이해관계가 엇갈린 현안과 관련해 세종시 쪽으로 저울추가 기울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해찬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여당 대표로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튼튼하게 뒷받침하고 동북아평화체제의 일익을 담당하며 2020년 총선의 압도적 승리로 재집권의 기반을 닦겠다”며 당대표 출사표를 던졌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 시작일인 이날 결국 이 의원의 거취가 출마로 정리되면서 당권경쟁의 대진표가 최종 완성됐다. 이 의원에 앞서 김진표(4선)·송영길(4선)·최재성(4선)·박범계(재선)·김두관(초선) 의원이 당권 도전을 먼저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대표주자’로 나서는 이인영(3선) 의원은 후보 등록을 끝내고 22일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5선의 비주류 이종걸 의원도 후보 등록 마감일 전에는 출마 기자회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당권 경쟁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면서 7월26일 치러질 예비경선까지 8명의 주자가 ‘컷오프 3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해찬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기도 전인 7월17,18일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은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데일리리서치가 로이슈 의뢰로 17일과 18일, 전국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해찬 의원이 22.3%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어 김진표 의원 17.5%, 박범계 의원 12.7%, 김두관 의원 12.3%, 송영길 의원 9.0%, 최재성 의원 7.9%, 이종걸 의원 6.8%, 이인영 의원 3.6%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후보 응답은 8.0%였다. 이번조사에서 민주당 당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4.8%, 당원이 아니라는 응답은 75.2%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였다.

충북으로서는 이해찬 당선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충북의 한 정치권 인사는 “세종역 신설 등에 대해서 도종환 장관(청주 흥덕 국회의원)도 이해찬 의원에게 ‘추진이 부당하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이해찬 의원이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두 번 세 번 이야기하기는 불편한 상황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4선 의원 두 명 등 충북의 민주당 의원이 네 명이나 되지만 정치력에서는 이해찬 의원 한 명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얘기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17년 세종역의 경제적 타당성(B/C)이 0.59에 불과하다는 평가결과를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시는 7월16일, 한국철도시설공단과 ‘KTX세종역 설치 사전타당성’ 재조사를 위한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했다. 세종역 설치를 위한 본격 행동에 나선 것이다. 세종시는 과거 타당성 조사에서 누락된 정부 부처 이전 등을 새롭게 추가하면 교통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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