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안개…정성이 하늘에 닿으려는지
자욱한 안개…정성이 하늘에 닿으려는지
  • 사진=송봉화 작가, 글=이재표 기자
  • 승인 2018.07.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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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병산서원, 류성룡 배향하는 향사 올리던 날

1871년 5월, 흥선대원군이 적폐와 전쟁을 시작했다. 전국 방방곡곡에 있던 수백여 개의 서원을 철폐하고 마흔일곱 개만 남기라고 했다. 서원은 조선중기 이후에 설립되기 시작한 일종의 사립학교였다. 향교와 마찬가지로 유교의 성현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기능도 담당했다.

문제는 토지와 노비를 소유하고 면세와 면역의 특전을 누리며 당론의 소굴이 됐다는 점이다. 또 양민들의 곤궁한 살림살이를 토색하는 또 하나의 착취기관인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뿌리는 유교에 있었으니 서원을 뿌리째 뽑아내는 것은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경상북도 안동에 남아있는 ‘병산서원’은 존치대상 47곳 중 하나였으며, 지금도 우리나라 5대 서원으로 손꼽힌다. 병산서원은 퇴계의 후손이자 임진왜란 극복의 일등공신인 서애 류성룡을 배향하는 곳이다.

성균관의 대성전과 향교에서는 봄가을에 공자 등 선현을 기리는 석전대제를 올린다. 석전대제가 끝나고 난 뒤 서원에서는 그보다 작은 제사인 향사(享祀)를 봉행한다. 제사가 작다고 정성이 덜한 것은 아니다. 병산서원도 마찬가지다.

서애 류성룡의 종손을 비롯해 서애의 제자 문중 대표들이 제관으로 참여한다. 초헌관은 당상관이 입던 자색 관복을 갖춰 입고 아헌‧종헌관은 당하관의 복식인 청색 관복을 입는다. 나머지 제관들은 모두 도포를 입고 유건을 쓴 유복차림이다.

병산서원의 향사는 오전 6시에 시작되지만, 제관들은 하루 전부터 모여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하고 제수를 준비한다. 제수는 초헌관의 입회 아래 흠결이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지고 수량도 철저히 헤아린다.

제단에는 돼지 한 마리를 이분체로 자른 몸통 상반신이 오른다. 이를 ‘저생(猪牲)’이라고 부른다. 유교의 제사에도 희생제물이 오르는 것은 뜻밖이다. 알고 보니 석전대제에는 토끼와 사슴, 노루, 돼지, 소 등이 머리 통째로 올라오거나 포와 절임 등으로 가공돼 진설된단다.

2018년 4월, 병산서원에서 향사를 올리던 날, 정성이 하늘에 닿으려는지 물안개가 피어올라 하늘로 오른다.

사진을 찍은 송봉화는사진가이자 한국우리문화연구원장이다. 그는 우리들의 삶결을 순간으로 정지시켜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든지 그의 작품을통해 흘러갔지만 정지된 시간을 호명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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