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이 5500만km까지 다가온다
화성이 5500만km까지 다가온다
  • 박한규
  • 승인 2018.07.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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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5배 커 보이고 밝기는 39배나 밝아

<별보는 어른아이>

미국의 천문학자 로웰은 사진 속에 보이는 협곡들을 지적 생명체가 설계한 인공운하로 착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화성이 다고오고 있다. 요즘 밤산책을 나가면 남동쪽에 주홍색별이 홀로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화성 대접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화성 크기도 커지고 커진 만큼 밝아졌기 때문이다. 7월 말에는 5500만km까지 접근한다니 우주적으로는 담장을 공유하는 옆집인 셈이다.

보통 때의 크기보다 5배나 커 보이고 밝기는 39배나 밝아 보인다. 화성이 지구에 근접하는 우주쇼는 대략 15년 마다 일어나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권한다.

화성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부모님께서 맞벌이였기 때문에 어렸을 적 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몇 시간은 온전히 TV를 독차지 할 수 있었다. 지나간 명화를 재방영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이 프로그램을 사랑했던 것 같다. 그 가운데서도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스토리의 흑백영화는 내게 문화적 충격을 주었다.

성인이 되었을 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탐 크루즈와 다코타 패닝이 주연을 했던 영화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 포스터를 보고 ‘바로 이거다’ 싶었다. 오랫동안 기억 저편에 숨어있던 흑백영화 한편이 떠올랐고 그 영화가 원작임을 단번에 알아봤다.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 1953년 바이런 해스킨 감독의 작품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이 영화에 충격을 받았는지 대표작 ‘E.T’에서 외계인이 주인공 어깨에 손을 올리는 장면을 오마주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동일한 제목, 동일한 내용의 영화까지 만들었다. 숨도 안 쉬고 표를 구해서 관람을 했던 기억이 있다.

영화 ‘우주전쟁’은 1897년 발표된 H.G.Wells의 소설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본격적으로 외계인 침공을 다룬 공상과학소설의 시초쯤 될 것이다. 이 소설이 가져온 후폭풍은 당시에도 만만치 않았지만, 소설 발표 후 50여년이 지나서 영화화 되고 다시 50여년이 지난 2005년 리메이크 되었다면 영화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 하나쯤 있을 법도 하다.

로웰이 그린 화성 운하 지도

17세기 호이겐스가 망원경을 통해 화성 표면 무늬를 관측하며 최초로 화성인을 언급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1878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가 화성 표면의 무늬를 관찰하면서 ‘canali(자연협곡, 자연수로)’가 있다고 했는데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canal(인공수로, 운하)’로 표현되었다. 발음의 유사성 때문에 생긴 문제이지만 이 사소한 실수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게 된다.

사업가이자 아마추어 천문학자였던 미국인 로웰(Percival Lowell)이 전 재산을 털어 24인치 굴절망원경을 갖춘 개인 천문대를 만들었다. 이후 화성 표면의 운하를 관측하기 위해 여생을 보냈고 마침내 화성 운하지도를 작성해 발표하기에 이른다. 사막지형인 화성에는 물이 부족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물이 고여 있는 극관에서 인공수로를 파 물을 공급받는다는 내용이다. 즉, 화성에 지적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소설가 H.G.Wells는 ‘우주전쟁’이라는 소설로 화답하게 된다.

화성에 지적 생명체가 만든 운하가 있다면 아마 신들이 건설했을지도 모른다. 화성에는 높이 2만m가 넘는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올림푸스’ 산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화성의 붉은 사막을 달리는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는 생명 또는 신의 지문을 찾기 위해 지구를 끌어 당기도 있을 지도 모른다. 화성 대접근이 기대되는 것은 단순히 기회의 희소성이란 면도 있고 별쟁이로서의 기대감도 있지만 내게는 30년이 넘게 잠들어 있던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는 일이다.

7월28일에는 화성 대접근 말고도 개기월식이 일어난다. 7월28일 새벽 3시25분부터 7시20분까지 월식이 진행된다. 달이 붉게 물드는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시각은 4시30분부터 6시15분 사이다. 월몰 시각인 5시37분까지 관측이 가능하다.

월식은 지구 그림자 속에 달이 들어가는 현상으로 개기월식이 되면 달이 붉게 물든다. 태양빛이 달 표면에 닿지 않는데도 달이 붉게 보이는 이유는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짧은 파장의 빛은 사라지고 상대적으로 긴 파장의 빛이 남아 달에 반사되기 때문이다. 마치 노을이 붉은 계열을 띄는 이유와 같다.

7월28일은 개기월식과 화성 대접근이 서쪽 하늘 염소자리에서 나란히 일어나게 된다. 달은 음기를 상징하는데다 월식이 일어나니 음기가 극에 달했음을 의미하며 화성은 불을 상징하는데 대접근이 일어나니 양기가 극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7월28일 새벽, 서쪽 지평선 위로 염소자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성과 개기월식을 보여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염소자리는 메소포타미아에서 별자리가 태어날 때부터 물과 지혜, 창조의 신 엔키의 상징 별자리였다. 음양이 한자리에서 조화를 이루니 천지에 생명의 기운이 넘쳐나는 것을 의미한다. 7월27일은 중복이다. 더위가 극에 달하는 절기에 양기의 상징인 태양이 동편 하늘에 올라올 때 정반대편에서 음기의 상징인 달이 개기월식을 유지한 채 서쪽 지평선 아래로 지게 된다.

이런 우주쇼를 구경하기 위해 새벽잠을 좀 설친다고 아쉬울 이유가 없지 않을까? 게다가 토요일 새벽이니 학교나 출근 때문에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조금만 바지런을 떨어 밖으로 나가보자. 온 우주가 두 팔 벌려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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