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5기,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
“4전5기,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8.08.27 14: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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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충북보건과학대 응급구조과 졸업생 이동주 씨
2016년부터 서울, 대학 등 오가며 소방공무원 공부
올해 4월 다섯 번 응시 끝에 세종지역 최종합격
이 씨 “졸업생도 케어한 교수님들께 감사”
4전 5기 도전 끝에 올해 세종지역 소방공무원에 최종 합격한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응급구조과 졸업생 이동주(27) 씨가 힘들 때마다 눈으로 꾹꾹 눌러 읽은 동기부여 글귀. / 사진 제공=이동주 씨.
4전 5기 도전 끝에 올해 세종지역 소방공무원에 최종 합격한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응급구조과 졸업생 이동주(27) 씨가 힘들 때마다 눈으로 꾹꾹 눌러 읽은 동기부여 글귀. / 사진 제공=이동주 씨.

“명심하라 / 공부하다 잠이 오면 / 두 사람을 생각하라 / 너를 위해 고생하는 아버지를 / 너의 라이벌을 / 공부하다 잡념이 생각나면 / 두 사람을 생각하라 / 너를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와 / 너를 비웃는 자들을….”

이는 4전 5기 도전 끝에 올해 세종지역 소방공무원에 최종 합격한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응급구조과 졸업생 이동주(27·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씨의 외로운 수험생활을 버티게 한 어느 한 동기부여 글귀다.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응급구조과는 올해 소방공무원 11명을 배출했지만, 유독 이 씨가 눈에 띄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시험 응시 횟수도 그렇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2012년 이 학과에 입학한 그가 처음 소방공무원에 도전한 것은 지난 2014년 응급구조사 국가고시를 앞두고서다. 당시 친한 선배들과 의기투합해 소방공무원 시험 출제 유형 등을 체득할 겸 시험에 응시했다. 첫 해에는 시간이 빠듯한 데다 공부량도 적어 낙방했다. 

응급구조사 국가고시 합격 이후 제대로 소방공무원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자의반 타의반이었다. 내수소방서 의용소방대원을 지낸 어머니가 소방공무원을 권유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부모님은 이 씨가 사회에 선한 기운을 뿌리는 직업을 갖길 원했다.

그는 단기간 합격을 목표로 2016년 상경했다. 여느 수험생이 그렇듯,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부모님께 손을 벌리긴 싫었다. 생활비와 학원비 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했다. 하나만 해도 벅찼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이 없는 날은 최대 18시간쯤 책을 봤다. 오로지 합격만 생각했다. 수험교재에 실린 글자 하나하나를 눈으로 꾹꾹 눌러 읽었다. 어제 공부했던 것을 잊어버리는 날이 많았지만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목표가 뚜렷하니 의욕이 앞섰다.

문제는 지구력이었다. 어릴 적부터 공부보다 운동을 좋아했던지라 누가 엉덩이가 무거운지 겨루는 수험생활의 습관이 길러지지 않았던 것이다. 의욕적으로 며칠은 장시간 공부했지만, 눈에 글이 들어오지 않는 날은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괴로웠다 게 이 씨의 전언이다. 

4전 5기 도전 끝에 올해 세종지역 소방공무원에 최종 합격한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응급구조과 졸업생 이동주 씨. / 사진=이주현 기자

2017년, 결국 슬럼프가 왔다. ‘나는 이렇게 공부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고향인 청주에 내려와 잠시 머리를 식혔다. 그러나 모든 게 싫었고 무기력한 상태였다. 수험서를 펴지 않는 날이 오래 지속됐다. 

주변에서는 지금까지 공들인 게 아까우니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 씨는 결심했다. ‘그래, 후회 없이 한 번 더 해보자. 내년에도 떨어지면 다른 일을 하자.’

그는 집과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열람실 등을 오가며 다시 전력투구했다. 배수진을 친지는 오래고 이제는 결과를 내야 했다. 2018년 4월. 그는 결국 5번째 응시한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주변에서는 격려가 쏟아졌다. 묵묵히 지켜보던 부모님은 세상을 가진 듯 기뻐했다.

이 씨는 “정말 힘들 때 교수님들께 전화해 격려와 조언을 받았다”며 “졸업생이라 학교에서는 사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법하지만, 교수님들은 졸업생인 내게도 관심과 신경을 써 줬다”고 말했다.

이 씨는 충북보건과학대 응급구조과의 교육과정이 소방공무원 준비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학기 때 배운 소방학개론이 도움 됐다”며 “눈에 익힌 것들이 많아 큰 어려움 없이 공부했던 과목”이라고 설명했다.

소방공무원 등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 우물만 팠으면 좋겠어요. 응시하는 지역의 커트라인이 높고 그런 거 따지지 말고 본인이 원하는 지역을 선정해 합격에만 집중하세요. 한두 번 실패했다고 절대 포기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달렸으면 해요.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 선배로서 후배들은 큰 고통 없이 원하는 것을 성취했으면 합니다. 또 쉴 땐 쉬고, 공부할 땐 확실히 하면 반드시 빛을 볼 것입니다.”

그는 중앙소방학교 입교를 대기 중이다. 입교 전까지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이송센터 일을 하고 있다. 생명의 최전선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응급구조사가 됐고 또 소방공무원을 평생직업으로 삼게 돼 보람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통설이 가슴에 깊게 파고 들었다.

김광석 학과장은 “졸업한 후에도 교수들이 종합 관리하는 등 사제지간에 끈끈한 유대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우리 학과의 특색”이라며 “사회안전망 확충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정부의 소방공무원 증원 계획이 확정 발표되면서 충북보건과학대 응급구조과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소방공무원 진출도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응급구조과는 지난 2007년 3월 학과 개설 이래 지속적으로 소방공무원 합격생을 배출하고 있어 ‘소방관 양성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응급구조과 실습 장면. / 사진 제공=충북보건과학대학교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응급구조과 실습 장면. / 사진 제공=충북보건과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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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식 2018-08-27 18:05:59
꿈을 향한 도전이 멋있네요 !!
얼굴도 멋있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