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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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8.10.02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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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효수 사무처장의 충북의사회 30년 인생
어효수 사무처장은 충북의사회에서 서른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냈다. 자그마치 30년이다. 그에게 간단한 소회를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이주현 기자

안치석 충북의사회장에게 어효수(58) 충북의사회 사무처장에 대한 한 줄 평을 물었다. 안 회장은 주저 없이 “희생, 헌신, 배려. 의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라고 말했다.

어 처장은 충북의사회 72년 역사의 산증인 중 한 명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을 세 번이나 지냈다. 자그마치 30년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꽃이 피고 졌을까. 그는 의사회에서 꽃다운 청춘을 보냈다. 수행한 역대 회장만 11명이다.

1981년 대전보건대 방사선과를 졸업한 그는 군대를 제대한 뒤 청주의 한 병원 방사선과에서 근무하다 1988년 충북의사회 관계자의 추천으로 일원이 됐다. 당시 25대 이진범(1985~1988) 충북도의사회장의 임기가 끝날 무렵에 입사해 26대 박정열(1991~1994) 충북도의사회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특유의 성실함과 인간미로 의사 회원들에게 인정받았다. 당시 청주시내에는 의료기관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번갈아 타고 다니며 의사 회원들에게 공지사항 등을 전했다. 

직접 뛴 이유가 정보통신기기 보급이 미흡한 탓도 있지만 직접 대면하면서 서로 얼굴을 익히면 인간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부도 묻게 됐고 인간적인 신뢰가 쌓였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의사 회원들의 애경사는 직접 챙겼다. 가랑비에 옷 젖는 듯, 어 처장은 자연스럽게 의사회의 가족이 됐다.

어 처장의 손때가 묻은 옛 기록들. / 사진=이주현 기자

내근하는 날에는 그의 주특기인 글씨 쓰기가 빛을 발했다. 지금이야 컴퓨터로 인쇄하면 그만이지만 1980~1990년대에는 대부분 수기로 적었다. 의사회에 타자기가 있었지만, 글자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 담아 쓰는 게 정성이라 여겼다. 공문부터 우편물, 회의록까지 거의 모든 문서를 그렇게 했다. 어 처장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은 없었다.

그는 의사회를 다니면서 2000년대 초반 의약분업 사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의약분업 파동 당시 개원의와 전공의, 병원 의사, 교수, 의과대학 학생 등이 하나로 뭉쳐 제대로 된 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서울에 모였다. 당시 의료계는 억압된 의료제도와 왜곡된 의료현실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이 폭발한 상황이었다. 어느 때보다 투쟁의 분위기가 강했다.

충북의사회에서는 상경 투쟁을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 집회 공지사항 전달, 인원 동원, 간식 준비, 버스 대절 등 티가 나지 않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집회 전날 밤까지 빠진 게 없나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집회 당일 도내 거의 모든 의사 회원들이 대여한 45인승 버스 10여 대에 몸을 실었다. 의사회는 반장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뤄지다 보니 참여도가 높았다.

어 처장이 충북의사회 서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이주현 기자

그는 매년 8월 충북의사회가 추진하는 해외의료봉사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지난 2004년 김기선 충북의사회장 재임 당시 처음 진행된 해외 의료봉사 활동지역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람뿡이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봉사의 매력을 알고 거의 매년 의료봉사에 동참했다. 갈 때마다 생일과 겹쳐 본의 아니게 해외에서 생일을 보냈다.

어 처장은 “충북의사회에서 보낸 역사를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지만, 의사 회원들의 의권 옹호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일했다. 그만큼 내 일이고 사명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돌이켜 보면 역대 회장님들과 의사 회원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말 한마디로 상처 준 사람도 없었고 볼 때마다 위로와 격려를 해줘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며 “주말 없이 일할 때마다 군소리 없이 자리를 지킨 가족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안치석 충북의사회장은 “어 처장의 30년 헌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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