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변화하는 명절 트렌드
[칼럼] 변화하는 명절 트렌드
  • 윤상원 (사)한국발명교육학회장
  • 승인 2018.09.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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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사)한국발명교육학회장
윤상원 (사)한국발명교육학회장
윤상원 (사)한국발명교육학회장

‘추석 무렵이면 쌀쌀한 기운이 천지를 감싼다. 자연은 수확의 계절로 탈바꿈한다. 성묘할 때 불어오는 산 공기는 감미롭다. 마을 뒷산의 도토리와 밤은 풋풋한 가을 향기를 뿜어낸다.

고향으로 달려온 가족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쳐난다. 추석 전날 빚은 형형색색의 송편은 먹음직스럽다. 친인척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는 마을에 생기(生氣)를 불어넣는다. 차례상에 올릴 제철 먹거리는 풍성하다. 준비한 음식들을 정성스럽게 조상님께 올린다.'

어린 시절의 정겨운 추석날 진풍경이다. 옛 추억은 마음을 늘 설레게 한다. 명절 때만큼은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정과 인심이 넘쳐났다. 명절날은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먹는 축젯날이였다. 명절의 추억은 꿈과 낭만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명절 트렌드도 많이 변했다. 수십 년 전의 추억이 퇴색되고 있다.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상업 형(商業 形) 명절’이 대세다. 명절에 돈이나 선물을 주면 하나같이 좋아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돈 몇 푼 건네면 할 일 다 한 것으로 안다.

부모 안부 확인에도 전화 한 통화면 끝이다. 영상통화도 일상화되었다. 젊은 자식들은 귀성보다는 여행이 우선이다. 효도도 돈으로 대체되고 있다. 혈연의 정겨움이 사라진 지 오래다. 잡목과 덤불이 점령한 산소 벌초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돈 주면 깔끔히 해결한다. 어르신들도 이젠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명절 트렌드의 변화는 가족관계에서부터 먹거리 문화까지 다양하다. 명절날 싸움하는 집안도 부지기수다. 유산 갈등 때문이다. 시부모들도 며느리 눈치 보기 바쁘고, 자식들은 친가보다 처가를 더 신경 쓴다.

젊은 여성들은 제사 음식에 서툴다. 어머니들도 가르쳐서 시집보내겠다는 생각이 없어 보인다. 차례상도 전통 예법보다는 가족들이 좋아하는 간편식을 선호한다. 이제는 전통적인 명절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추세라면 명절이 먼 훗날 폐기 처분될지도 모른다. 옛날 전통이 그리운 사람들은 요즘의 명절 풍토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라도 세상의 변화를 모두 거부하진 못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전통과 향수에만 머물러 있으면 갈등만 증폭된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사라졌거나 껍데기만 남아 있는 명절이 많다. 변화에 둔감하면 도태는 순식간이다.

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자연법칙’이라고 역경(易經)은 강조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는 일상의 세계는 새로운 것들이 계속 등장한다. 그것들은 우리가 과거에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이다.

더욱이 반복되지도 않았다. 불현듯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진 것들이다. 명절의 트렌드도 변화하는 자연법칙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과거 명절의 화두는 ‘반가움, 성묘, 효’였다. 반면, 최근의 화두는 ‘1인 가구, 혼추족(홀로 추석을 보내는 사람), 핵가족 등’이다. 명절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트렌드이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에 적응하는 지혜는 언제나 탁월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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