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이 만든 연극 ‘텍사스고모’ 속 충북 괴산
경기 안산이 만든 연극 ‘텍사스고모’ 속 충북 괴산
  • 이재표
  • 승인 2018.10.2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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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시집갔던 예순 살 여인과 키르기스스탄서 온 열아홉 올케

36년 전 텍사스 고모는 주한미군 리처드를 따라 텍사스로 떠났다. 그녀는 수영장이 딸린 이층집에서 보내는 우아한 일상을 기대했다. 현실은 달랐다. 텍사스 고모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충북 괴산에 있는 오빠에게 되돌아왔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키르기스스탄에서 열아홉살 여자를 데려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골 마을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텍사스 고모는 36년 전 본인의 모습이 떠올라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여자의 일이 남일 같지 않다.

국립극단과 안산문화재단이 공동제작한 연극 <텍사스 고모>의 스토리다. 26~27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공연하고, 112~25일 서울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무대로 이어간다.

윤미현(38) 극작가가 쓴 <텍사스 고모>2017, 경기도 안산문화재단이 주최한 4ASAC창작희곡공모대상 수상작이다. 안산을 배경, 소재로 하는 우수 희곡을 격년으로 뽑는 공모전이다.

주한미군과 결혼해 텍사스로 갔던 텍사스 고모와 환갑이 넘은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 오게 된 키르기스스탄 여인등 이주여성들의 현실을 그린다. ASAC창작희곡공모 심사위원들은 소외된 타자의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해자로 변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날카롭게 드러낸 현실의식이 돋보인다고 평했었다.

극의 전반을 이끄는 두 여성 캐릭터 텍사스 고모와 키르기스스탄 여인은 각각 풍부한 연기 내공의 박혜진(60)과 독일 출신 배우 윤안나(26)가 연기한다.

박혜진은 텍사스 고모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가득한 인물이라고 봤다. 상황은 다르지만 키르기스스탄 여인처럼 역시 타지에서 와 한국에서 살아가는 윤안나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다른 나라 여성으로서 한국에 사는 것이 어떤한 것인지 공감이 됐다고 했다.

최용훈 연출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우리가 코리안 드림을 꿈 꾸는 이들을 무시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당한 것에 대해 교훈을 얻지 못하고 악습을 답습하는 상황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주 여성들 중에도 행복하게 잘 사는 이들이 있다. 이런 작품이 오히려 일부 이주 여성을 틀에 가두는, 대상화를 하는 것은 아닐까. 윤 작가도 이분법적인 사고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라는 내적 갈등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텍사스 고모를 충북에서 관람하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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