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한 장으로 전 세계 입맛 ‘홀렸다’
김 한 장으로 전 세계 입맛 ‘홀렸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8.10.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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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구이김 제조회사 한백식품 박향희 대표
괴산 청안면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한백식품 전경.

김 연구가이자 농업회사법인 한백식품 대표 박향희 씨는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여성 기업인이다. 그의 스토리는 방송 등에 소개되며 많이 알려져 있는데,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다. 청주의 한 재래시장에서 노점상으로 시작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기업을 세우기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던 박 대표의 성공스토리를 소개한다.

한백식품의 시작은 지난 2002년 청주육거리시장 내 작은 노점이었다.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박 대표는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김을 구웠다. 3억 원에 이르는 남편 빚을 갚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월급 받는 직장인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월급으로는 죽을 때까지 빚을 갚지 못할 것 같았다. 하는 만큼 벌 수 있는 노점상이 현실적이라 판단했다.

전기가 없어 밤에는 촛불을 켜놓고 김을 구웠다. 김을 구울 때 나는 연기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따가운 시선도 받았다. 그러나 버텨야 했다. 자신만 바라보는 세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맥반석에서 김을 구웠다. 손이 많이 가도 옛날 전통방식을 고수했다. 맥반석에 김 한 장, 한 장을 손수 구워 김이 눅눅하지 않고 바삭바삭했다. 400도 이상의 뜨거운 맥반석 위에서 김을 여덟 번 뒤집는 기술은 눈요기를 더했다. 

맛도 숯불이나 연탄에서 구운 김과는 달랐다. 숯불이나 연탄에서 구운 김은 약한 불에서 골고루 구워지는 대신 빨리 눅눅해졌다. 센 불에서는 골고루 구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맥반석에서 구워진 김은 이런 문제가 없었다. 손이 많이 간만큼 맛이 보장된 것이다. 여기에 그의 노하우와 양념이 버무려지면서 완벽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박 대표가 구운 김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그 맛에 반해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슬슬 성장곡선을 그려가던 중, 수직 상승하게 되는 계기가 찾아왔다. 바로 2006년 SBS 생활의 달인 43회 방송에서 ‘김구이 달인’으로 방송에 소개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박 대표의 솜씨는 자타공인이 됐고 그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그렇게 2008년 청주육거리시장 인근에 소규모 김 제조 공장을 차렸고 그이 이름 석자를 내건 ‘박향희 구이구이김’으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한백식품으로 이어지는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문제는 경영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노점상 때야 하루 버는 것에 집중하면 됐지만 이제는 얘기가 달랐다. 공장관리나 세금 문제 등 머리 아픈 문제가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인들에게 도움을 얻기도 하고 공부하며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어두운 터널은 그리 길지 않았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덕분에 그의 제품들은 대형마트 등에 둥지를 틀었다. 수십여 개의 체인점도 갖췄다. 2011년쯤에는 우연한 기회로 호주에 소액 수출도 했다. 바이어의 요구사항이 까다로웠지만 박 대표는 개이치 않았다.

같은 해 롯데마트와 중소기업청이 중국 베이징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대한민국 우수상품전에 참가해 중국에 박향희 표 김을 알렸다. 중국 쌀로 밥을 한 뒤 주먹밥을 만들어 시식하는 행사를 열었다. 판단은 유효했고 김자반 부분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는 영예를 안았다.

2012년에는 지금의 한백식품을 세웠다. 이전에는 개인사업자였지만 한백식품을 설립하면서 법인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꾸준한 내수시장 확보와 수출 실적을 올리면서 명성을 더해갔다.

2014년에는 괴산군과 투자협약을 맺고 2015년 청안면 일원에 부지면적 약 6370㎡ 건축면적 약1640㎡의 크기에 35억 여 원을 들여 본사와 공장 이전 설립을 완료했다. 2016년에는 연매출 70억 원을 올리는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언론에 대거 소개됐다.

김 연구가이자 농업회사법인 한백식품 대표 박향희 씨는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여성 기업인이다. 그의 스토리는 방송 등에 소개되며 많이 알려져 있는데,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다.

그렇다면 박향희 김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안전한 웰빙 먹거리다.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 게 일단 유효하다. 무방부제, 무색소, 무인공향신료다 보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국내산 최고급 김 사용과 이물질 엑스레이 투시기 활용, 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22000),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 등 위생적인 생산 설비가 갖춰져 있다 보니 가능한 일이다.

눈 여겨볼 점은 손 구이김과 감자반세트는 1000도 이상 고온에서 끓여 불순물을 없앤 순수 소금과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새우와 표고버섯 등 천연 조미료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FDA 기준에 의한 중금속, 독성물질, 안전성 검사를 필한 소금이어서 믿고 먹을 수 있다.

손구이김의 경우 전통방식으로 착유한 들기름과 참기름을 듬뿍 바른 뒤 맥반석에서 한 장 한 장 4~5번씩 뒤집어가며 굽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계로 구운 김보다 실온에 놓았을 때 바삭거림이 더 오래간다. 해외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김자반은 파래와 새우, 카레, 오고소 4가지로 무방부제, 무색소, 무향신료를 원칙으로 만든다. 화학조미료 대신 천연원료를 가공해 만들어서 어린이 건강식품으로 안성 맞춤다.

이런 점만 봐도 요령 한 번 피우지 않고 김 하나만 판 박 대표의 진심이 느껴진다. 그 결과, 그는 웃을 수 있었다.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백식품의 앞날에 꽃길만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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