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괘방령’, 대구 팔공산 ‘갓바위’ 명성 도전
영동 ‘괘방령’, 대구 팔공산 ‘갓바위’ 명성 도전
  • 이재표
  • 승인 2018.11.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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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급제 알리던 방이 붙던 장소…이젠 합격기원 장소로 변모
영동군 괘방령 장원급제길. 사진=영동군
영동군 괘방령 장원급제길. 사진=영동군

1115일 수능일을 앞두고 합격기원 명소들이 붐비고 있다.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는 교회나 성당이 기원의 장소다. 불교신자나 종교가 없는 경우는 대사를 앞두고 소위 기도명당을 찾는 경우가 적잖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후쿠오카에는 공부의 신을 모셨다는 다자이후 텐만구가 있다. 한국에는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대구 팔공산 갓바위가 붐빈다.

충북 영동군 매곡면에 이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괘방령 장원급제길이 있다. 2005년 영동군이 장원급제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돌탑을 세운 뒤부터 합격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찾는 단골코스가 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이곳을 찾아 자녀의 건강과 성공을 바라는 정성 가득한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괘방령(掛榜嶺)은 충북과 경북의 경계지역으로 영동군 매곡면에서 김천시 대항면을 잇는 지방도 906호선에 위치한 작은 고갯길이다. ()’자에 방 붙일 ()’, 말 그대로 방을 내건다는 의미로 예전에 급제를 알리는 방이 붙는다고 해서 조선시대부터 부르던 명칭이다.

경상·충청·전라도 경계인 이곳에 방이 붙어 조정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추풍령이 국가업무 수행에 중요 역할을 담당했던 관로(管路)였다면, 괘방령은 과거를 보러 다니던 선비들이 즐겨 넘던 고갯길이자 한성과 호서에서 영남을 왕래하는 장사꾼들의 주요 상로(商路)로 이용됐다.

당시 유생들이 괘방령을 넘으면 급제를 해서 돌아오고, 인근 추풍령으로 넘어가면 모조리 추풍낙엽처럼 낙방해 대업의 큰 꿈이 있는 선비들은 주로 괘방령 길을 택했다고 한다.

비록 해발 300m의 낮은 고개이지만, 민족정기의 상징인 백두대간의 정기가 잠시 머무르다 황학산(黃鶴山)으로 다시 힘차게 뻗어 오르는 곳이다.

인근 고을에 부임하던 관리들도 길을 돌아 한사코 이 고개를 넘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성공과 합격의 기운이 담긴 상서로운 곳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추풍령으로 쳐들어왔다가 괘방령으로 쫓겨났고, 한국전쟁 때 북한군이 추풍령으로 남진했다가 괘방령으로 퇴각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매곡면 관계자는 역사적으로도 영험한 기운이 서려있는 곳에서 소원을 빌면 그 바람이 이뤄질 가능성도 더 커질 것이라며 전설이 현실로 이어져 학생과 학부모의 간절한 희망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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