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잔치갔다가 사망, 주최 지자체는 나몰라라
경로잔치갔다가 사망, 주최 지자체는 나몰라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8.11.0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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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 사리면 주최 경로잔치 간 민 모씨, 연못에 빠져 숨져
9월 13일 괴산군 사리면사무소에서 열린 경로잔치 모습. 무대 뒷편에 민씨가 숨진 채 발견된 연못이 있다.
9월 13일 괴산군 사리면사무소에서 열린 경로잔치 모습. 무대 뒷편에 민씨가 숨진 채 발견된 연못이 있다.

 

경로잔치에 초대받은 70대 노인이 잔치가 벌어진 면사무소 주차장 연못에 빠져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주최 측의 과실을 주장하며 성의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주최 측인 지자체는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아 유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참변이 일어난 때는 지난 9월 13일, 괴산군 사리면 경로잔치추진위원회가 주관한 경로찬지에서다. 오후 3시경 마무리된 잔치에는 600여명의 노인들이 참석했다.

불길한 느낌이 전해진 것은 오후 6시 경, 경로잔치에 다녀오겠다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선 어머니 민 모(79)씨가 귀가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우 모(42)씨가 112에 실종신고를 한 것이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저녁 8시 30분경 민 씨의 시신을 찾았다. 민 씨는 경로잔치가 열린 사리면사무소 앞마당 한편에 있는 연못에서 발견됐다. 부검 결과 타살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사인은 익사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 후 면사무소 CCTV를 확인한 결과 경로잔치에 참석한 민 씨가 면사무소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고, 잔치 후 민 씨를 봤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확보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춰볼 때 민 씨는 잔치가 진행되던 시간에 연못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이 주최 측인 사리면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안전시설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들 우씨는 "무대 바로 뒤가 연못이다. 깊지는 않지만 발을 헛디디면 빠질 수 있고, 다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노인들이 무대 주변에서 춤을 추고 놀았다. 무대를 연못과 떨어진 곳에 설치하던지, 연못과 무대 사이에 휀스라도 쳤더라면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측정결과 연못의 깊이는 70cm였지만 술에 취한 노인에게는 치명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측정결과 연못의 깊이는 70cm였지만 술에 취한 노인에게는 치명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이에 대해 사리면 부면장은 "보통 학교에서 잔치를 했다. 올해는 평일이다보니 학생들 수업이랑 겹쳐 면사무소에서 진행한 것"이라며 "수년 전에도 면사무소에서 진행한 적이 있고, 설마 깊지도 않은 연못에 빠져 사고가 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사건 이후 조치에 대해서 사리면사무소와 괴산군 주민복지과는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군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사리면 부면장은 "올해는 10명의 안전요원도 배치했고, 행사보험도 들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져 저희도 안타깝다"면서도 "별도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변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시신이 떠오른 지점의 연못 깊이는 70cm였다. 하지만 연못바닥과 지면과는 1m 50cm이상 떨어져 있어 발을 헛디딜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특히 이날 경로잔치에는 소주만 400병 이상 공급됐다. 맥주도 수백병이 공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술에 취한 노인이라면 사고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민 씨 부검결과 혈중알콜농도가 0.1(운전면허 취소 수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낮에 600여명이나 모여 있는 장소에서 사고가 일어났는데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점도 술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술의 양이 너무 많지 않았냐는 질문에 사리면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달라는데 안 가져다 줄 수도 없지 않냐"고 답변하는 등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드러냈다.

주최 측이 술을 제공한만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철저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사리면 경로잔치에는 군예산 1200만원이 지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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