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에만 먹던 장터국밥이 옥산순대여”
“장날에만 먹던 장터국밥이 옥산순대여”
  • 권영진
  • 승인 2018.11.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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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꾼들의 애환 달래던 63년 전통의 맛 ‘옥산장날순대’

<해피진의 꺼리>

나의 기억 속 어릴 적 아버지는 장날이 되면 자전거에 고추, 참깨, 콩 등을 한가득 싣고 장에 가셨다. 더 먼 옛날에는 동요에 나오는 것처럼 나귀나 소달구지를 타고서 장에 가셨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장에 가신 아버지는 저녁나절이 되어서야 오셨는데 짐받이에는 살림에 필요한 물품들은 물론, 더러는 식품이나 과자도 실려 있었다.

그런 아버지가 오시기만 손꼽아 기다렸던 나의 마음과는 달리 아버지는 항상 거나하게 취해 오셔서는 장에서 있었던 일들과 그 외 상관없는 말씀들을 아주 오랫동안 하시곤 하셨다. 훗날 생각해보니 오랜만에 만난 이웃들과 장터 국밥집에 들러 막걸리 한 동이 드시고 오신 게 분명했다.

청주역을 지나 596번 지방도를 따라 20여분 가다보면 옥산이라는 작은 면소재지가 나온다. 북동쪽으로는 오창과 연결되고 남서쪽으로는 오송과 연결되는 접점으로 산업단지의 증가와 함께 활력을 띠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경부고속도로 옥산휴게소가 면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고, 최근엔 이곳에 옥산 하이패스 나들목이 생겨 교통의 이점도 갖고 있다. 청주 봉명동에 위치한 농수산물도매시장도 옥산으로 이전하기로 되어있어 옥산은 점점 요충지로 성장할 전망이다.

옥산에는 3일과 8일에 전통 오일장이 선다. 대부분 면소재지 전통 오일장이 그렇듯이 규모는 크지 않으나 오랜 세월 서민들과 함께 해온 전통 있는 오일장이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오일장 중심지에 옥산장날순대가 생겼다. 오일장에 장보러온 사람들은 옥산장날순대집에 들러 그 옛날 아버지께서 하신 것처럼 순댓국 한 그릇에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안부를 묻고 인생사를 이야기 했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맛집은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에 위치한 옥산장날순대. 1955년에 개업한 옥산장날순대는 한식재단에서 펴낸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책자에도 이름을 올린 전통 있는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때 당시의 식당들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라 생계를 위해 집에서 해먹던 음식들을 내놓고 팔던 시기였다. 옥산장날순대도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내가 처음 방문했던 시기가 1997년도 이었으니까 20년이 넘었다. 그 뒤로 잊힐 만하면 찾아가서 국밥을 먹었기에 시간이 지나도 국밥의 맛을 머리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옥산장날순대의 대표 메뉴는 순대국밥이다. 순대와 머리고기, 내장 등을 넣고 얼큰한 육개장처럼 만들어져 나온다. 여기에 후춧가루를 뿌려 먹으면 끝내준다. 일반적으로 순댓국은 돼지고기, 당면, 선지, 야채 등을 버무려 돼지 창자에 넣어 만든 순대를 사골육수에 한 번 더 끓여 내놓는데, 옥산장날순대의 순대국밥은 사골뿐만 아니라 쥔장의 산약제연구소에서 만든 비법 재료를 넣고 가마솥에 끓여서 내놓은 국밥이다.

처음 순대국밥을 먹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 맛이 뭐지?’ 라는 물음과 함께 앞으로 계속 먹어야 할 음식이다라는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었다. 분명 비주얼은 순댓국이 맞는데 색깔은 육개장 같으면서 맛은 진한육수에 한약재가 섞인 듯 하고, 국물의 향과 후추향의 조화가 찰떡 궁합인양 환상의 맛을 만들어 낸다.

접시고기는 순대, 내장, 머리고기를 접시에 담아 내어주는데 새우젓과 초고추장을 찍어먹으면 일품이다. 메뉴는 순대국밥(7000), 순대국수(7000), 접시고기(15000), 순대(15000), 곱창전골(4인기준 35000)이다.

옥산장날순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청주역로 653-7 전화문의: 043-260-4944

권영진은 해피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파워블로거다. 충북도민홍보대사, SNS 서포터로 활동 중이며 직장인 극단 이바디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진짜 직업은 평범한 직장인.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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